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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이 전도된 이상한 논리

전화위복
조회: 791

1. 통일우선론의 함정

대한민국은 신성한 나라이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분단국으로 시작되었지만 어엿한 독립국으로 현재의 초석을 이루었으며, 동족상잔의 전란을 겪으면서 폐허가 되었음에도 의연히 다시 일어서서 세계 열강들과 어깨를 겨루는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기적적인 발전을 가져 온 것은 국민적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이 든든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언젠가부터 통일이 우선임을 내세우는 논리가 지금까지의 한국현대사의 과정을 근본적으로 왜곡 재단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위험스런 발상이라고 본다.

유엔 주도의 남한만의 자유총선거와 대한민국 성립이 남북분단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그 정통성을 부정하고, 제1공화국이 반공정책으로 남북 대결구도를 고착화 시켰다면서 그 의미를 부정하고, 한국전쟁에서의 유엔군 참전이 민족 통일의 기회를 앗아갔다고 그 의의를 부정하고, 박정희 정권이 개발 독재로 인권을 유린하였다고 하면서 그 업적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논거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균형을 잃은 것임은 분명하다.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의 잣대로 비추어 볼 때 전혀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대 과제가 있기에 용납될 수 있는 것이다.

공산화가 무슨 대수이냐 통일이 우선이지 라고 하는 발상이야말로 이 시대를 위협하는 최대의 역설이다. 경제개발보다 인권이 우선이라고 하는 논리 역시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혹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지 몰라도 의식주 해결이 어렵던 당시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전혀 용납될 수 없는 논리이다.

언제나 우선적인 과제를 위해서는 차위의 목표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차위의 목표는 우선적인 과제의 성취가 이루어진 다음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차위의 목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지상과제의 당위성을 압도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헌정사 전반기의 지상과제는 공산화의 위협을 벗어나 자유민주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었고, 중반기에는 경제개발이 우선이었다. 후반부 30년 들어서서 비로소 동서 화합과 상하 화합을 위한 노력을 전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국회 점거 사태 유감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한미FTA비준안이 상임위를 걸어 잠근 상태에서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되었다. 야당은 의회폭력이라며 비난전을 유난스레 펼쳤다.

그러나 며칠 안 되어 야당이 본회의장과 의장실을 점거하여 수일 동안 국회의 의사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때 야당은 의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선전전을 펼쳤다.

의회는 의사진행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당이 한미FTA비준안을 상임위를 걸어 잠근 상태에서 상정한 것은 의안 상정을 막는 야당의 방해를 피해 의사진행을 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따라서 지극히 정상적인 노력이었다. 불만이 있으면 상정된 의안 심의에 참여하여 논리적으로 맞서는 길이 남아 있으므로 전혀 삿대질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본회의장과 의장실을 점거한 것은 명백하게 의회의 의사진행을 막은 행위였다. 불법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지탄을 받을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해야할 여당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고, 명백한 반 의회정치적 폭력을 행사한 야당은 기고만장한 것이 새해를 맞는 기쁨을 식히고 있다.

국민을 대신하여 입법 기능을 감당하고 있는 국회에서 불법과 비상식이 판을 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야당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만 그 행위 자체는 의회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요, 명백히 본말이 전도된 모습이다.


3. 용산 참사 유감

세모에 난데없이 용산참사가 발생하였다.

재개발을 위한 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단 농성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경찰과 민간인 합계 6명이 목숨을 잃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사망의 원인은 화재 때문이라고 확인되었다.

화재는 농성장 주변에 뿌려놓은 신나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확인되었다.

점화는 화염병으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확인되었다.

이 사태를 놓고 언론에서는 생명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그 책임을 진압 경찰에게 돌리고 있고, 야당에서는 그 책임을 경찰청장과 대통령까지 지라며 난리법석이다.

그런데 신나와 화염병으로 무장하여 폭력적인 저항을 한 농성 주체의 책임은 아무도 제대로 짚고 나서지 않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득이 신나와 화염병으로 무장했다는 설명은 언뜻 말이 되는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다.

화염병은 실정법으로 금하고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화염병 제조 소지자에게 묻는 것이 먼저이고, 진압 경찰의 책임은 그 다음에 물어야 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본말이 뒤바뀌어 있다.

만일 이번 사태가 경찰이 진압하기 전에 민간인의 희생이 일어나는 쪽으로 사태가 전개되었더라도 지금처럼 언론과 야당은 아마도 또 경찰의 책임을 물으면서 일어났을 것이다. 경찰을 동네북으로 만들고 나면 과연 우리에게 무슨 유익이 있을까.

우리는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여야 한다.

사람이 완벽하게 성인이 될 수 없는 이상 완벽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만이라도 양식이 있다면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본말을 뒤집는 억지 논리가 판을 치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크게 희망을 걸 게 못된다.

언론과 각 정치 집단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공명정대하게 매사를 판단하고 평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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