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리스크'에 주가 폭삭
미국 '오바마 리스크', 유럽 '소버린 리스크', 신흥 '긴축 리스크'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600선까지 붕괴됐다가 전일보다 40포인트(2.44%) 급락한 1602.43으로 거래를 마쳐 간신히 1600선을 지켰다. 이날 낙폭은 2개월래 최대치이며, 주가수준도 2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커 20.83포인트(4.03%)나 폭락한 496.57로 거래를 마감하며 500선이 무너졌다.
우리뿐 아니다.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동반 폭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국인들이 일제히 매도공세를 펼쳤다는 점. 지난해 증시 급등을 이끌었던 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주가 폭락은 일국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리스크'의 산물이다.
<로이터>는 이날 최근의 글로벌 주가 급락 원인과 관련, "미국은 금융규제 리스크, 유럽은 소버린 리스크, 신흥국은 통화긴축 리스크가 동시에 출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대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국제 자산시장을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금융규제 리스크는 '오바마 쇼크'를 가리킨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다시 떼어내겠다는 것. 이럴 경우 국제 주식, 원자재 시장의 큰 손이었던 상업은행이 빠져나가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져 자산거품이 빠질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이미 투기적 헤지펀드들은 서둘러 세계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란 국가도산 연쇄위기를 가리킨다.
특히 그리스가 심상치 않다. 국가부도 위험도를 나타나는 그리스의 CDS프리미엄은 이미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다급해진 그리스는 2조3천억달러를 쥐고 있는 중국에 자국의 상업은행을 넘겨줄 테니, 대신 자국 국채를 사달라는 SOS를 보냈으나 중국 반응은 냉랭하다. 환란 전에 우리나라를 연상케 하는 풍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위기와 관련, "그리스의 비공식경제가 GDP의 30%에 달할 정도로 복잡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리스가 흔들리자 '데킬라 효과'가 작동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흔들기기 시작했다. 우선 포르투칼의 재정적자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영국 등 서방 중심국의 재정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치명타를 맞았던 동유럽 신흥시장도 위태로운 건 말할 것도 없다. 디플레의 늪에 다시 깊숙이 빠져든 일본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흔들리는 와중에 중국, 인도 등 신흥대국들은 독자적으로 통화긴축이란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중국이 지준율을 높이는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본격 나선 데 이어 29일에는 인도가 지준율을 0.7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미국-유럽과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적 출구전략 공조'를 연일 주창하고 있으나, 이미 글로벌 공조는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3대 리스크'는 앞으로 상당 기간 국제금융시장을 혼란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2004년 4월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중국이 강도높은 긴축 정책을 취하면서 초래된 '차이나 쇼크'만 해도 세계 증시를 넉달간 꽁꽁 얼어붙게 했었다. 이번엔 이런 매머드 쇼크가 무려 3개나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치는 양상이다.
더욱이 미국의 '오바마 쇼크'나 유럽의 '소버린 쇼크'는 장기화하며, 자칫 예기치 못한 제2, 제3의 글로벌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번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는 각국이 앞다퉈 재정을 쏟아부어 파국을 면했으나, 현재 각국의 재정상태는 더이상 돈을 쓸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3대 리스크'의 공통분모는 '유동성 위축'이자 '리스크 회피'다. 위험한 투자를 피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외국자금 이탈로 이어지며, 국제적 불확실성이 가실 때까지 또다시 자산시장이 혼란을 겪을 것이란 의미다.
일각에선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실적 장세로 이행할 것"이라며 "제조업이 선전을 하고 있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가 될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한다. 맞는 지적이다. 한국의 현재 성적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통화당국 고위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월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할 경우 대중국 수출 등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도 우리가 가장 낫다"는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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