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단체의 방화로 자택과 사무실이 전소된 가토 고이치(67.加藤紘一) 집권 자민당 전 간사장이 테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발언과 소신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테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소신 지키겠다고 밝혀
16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가토 전 간사장은 이날 오전 민간 방송사들의 보도프로그램들과의 인터뷰에서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의 자택 및 사무소가 전소된 것과 관련, “나의 발언을 향후에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테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가토 전 간사장은 화재 원인에 대해 “실화가 아니고, 분명히 방화”라고 단언했으며, 실제 그의 발언은 이날 쓰루오카 경찰서의 조사 결과에서 방화용의자가 도쿄 도내의 우익 단체구성원 (65)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가토 전 간사장은 자신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비판적인 언동을 해온 것과 관련 “만약 관계가 있어도 나의 발언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정치가인 이상 이야기를 그만두면 임무 포기다”라고 말해, 향후에도 정치가로서 적극적인 대외 언론 활동과 소신발언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익단체 회원으로부터 방화테러를 당한 가토 고이치 집권 자민당 전 간사장 ⓒ 가토 고이치 홈페이지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야스쿠니 참배와 그로 인한 외교문제를 총리 개인의 ‘마음의 문제’로 마무리할 수는 없다”고 밝혔고, 이번 참배 직후에는 “아시아 외교는 붕괴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총리에게 공적,사적의 차이는 없고 총리의 외교에 관한 행동은 마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었다.
특히 아시아 주변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그는 차기 총리 선거전에서도 아시아국가와의 선린외교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전 관방장관을 지지해왔으며,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지난 4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는 “정부를 대표하는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말아야 했다.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독주 이대로 좋은가”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친미 및 강경 보수 기조를 답습하는 아베 장관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한때 일본 정계의 ‘프린스’로 불렸던 가토 전 간사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부총재와 함께 ‘YKK(3인 이름의 영문 두문자) 연대’를 구성하면서 일찌감치 자민당내 차세대 기수로 명성을 떨쳤던 원로 정치인.
자민당 총리경쟁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지난 2000년 11월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 불신임안 처리과정에서 이른바 ‘가토의 난(亂)’을 주도하면서 모리 총리를 축출한 뒤 총리직에 오르려는 야심을 펼쳤으나 이에 실패한 뒤 정치적 시련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 2002년에는 비서관 탈세의혹 등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물러났다가 지역구인 야마가타현에 머물면서 지역구민들과 꾸준히 접촉을 통해 정계복귀를 타진한 끝에 2003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원내로 복귀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