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이병순의 KBS' 융단폭격
"견제-감시 기능 프로그램 눈에 안 띄어", 퇴진압박 가중
KBS이사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고영신 이사는 이날 정기이사회후 브리핑을 통해 "지난 18일에 이어 오늘 TV와 라디오의 가을 개편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데, 전반적으로 프로그램들이 연성화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이사는 이어 "대부분 이사가 <생방송 시사 360>을 폐지하는 데 대해 반대했지만, KBS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해외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며 KBS측이 이사회 요구를 일축했음을 전하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사회는 또 KBS가 지난 18일 이사회에서 <천추태후>를 끝으로 대하드라마를 다시 1TV로 편성하면서 2TV에서는 주말 오후 10시대에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일주일 만에 이를 번복한 데 대해서도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며 주말 오후 10시대 2TV에서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일주일 만에 그것을 번복하는 게 납득이 안된다"며 강도높은 질타를 가했다고 고 이사는 전했다.
고 이사는 결론적으로 "전반적으로 이번 보고는 자료 제출이나 보고 내용 등이 충실하지 못했고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는 국면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오락적인 성격의 연성화된 프로를 늘리는 KBS의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고, 현재 상황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 자체가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KBS를 맹비난했다.
'견제-감시 기능' 강화를 주문한 이사회의 강도높은 KBS 비판은 최근 일반여론과 일치하는 것이나, 이사회 다수를 정부여당 추천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의 이번 비판이 앞서 지난 4일 이사회가 이병순 KBS사장이 추천한 부사장 임명안을 부결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임기를 두달 남겨 놓고 강력한 재임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이병순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 차원에서 제기된 비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또한 이 사장이 상반기에 444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렸다며 경영성과를 자랑했으나, 절반을 넘는 239억원이 KBS가 보유하고 있던 땅과 건물을 매각한 데 따른 시세차익이며 나머지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상반기에 145억원의 광고를 KBS에 집중적으로 배정해 준 데 따른 것이어서 실제로 이 사장이 행한 경영개혁 성과는 미미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사실상 이 사장 연임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벌써부터 방송계 등에서는 이 사장 후임자로 MB측근 인사 이름이 거명되는 등, 이 사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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