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자주파와 민주노총파가 3일 열린 임시당대회에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을 부결시켜 창당 8년 만에 자멸 위기를 맞았다.
민노당 당대회, 편향적 친북행위-일심회 제명 모두 폐기
민노당은 이날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임시당대회에서 이른바 ‘일심회’ 당원 제명조치,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한 비판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폐기하는 수정안을 가결시켰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이날 당대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제2창당을 위한 평가.혁신안 승인의 건’에 대해 수정안 발의 없는 원안 가결을 호소했지만 대의원들은 총 9건의 수정안을 발의하며 비대위를 압박했다.
특히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 대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의미 ▲당내 쟁점 사안에 대한 재평가(일심화 관계자 제명조치) ▲제2창당 추진 방향과 방향으로 나눠 축조심의할 것으로 요청, 각 사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비대위 혁신안의 부결은 첫 번째 축조심의에 들어간 ‘대선 패배의 원인과 의미’ 안건에서 ‘편향적 친북행위’가 담긴 5항 전체를 삭제시키면서 예고됐었다. 자주파 대의원들은 이에 앞서 일심회 제명안건에 대한 제안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에도 1일 공개한 일심회 관련 문건의 출처를 무려 3시간 가까이 집중 추궁하며 두 차례 정회를 반복하는 등 격렬히 반발했다.
자주파 대의원들은 이어진 ‘당내 쟁점 사안에 대한 재평가’ 안건 축조심의에서도 일심회 관련 내용 일체를 폐기하는 수정동의안을 재석의원 8백62명 중 5백53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심상정 비대위가 제출한 혁신안 원안은 자주파의 수정동의안 가결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이날 혁신안 부결에는 자주파의 집단 반발외에, 심성정 대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하며 조직적으로 혁신안 부결을 지시한 민주노총의 보이콧도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 대표가 3일 혁신안이 사실상 부결되자 대회장을 떠나고 있다.ⓒ진보정치 비대위 침통, 심상정-노회찬 원안 폐기 직후 퇴장
평등계열 최대 정파 전진은 두 당원 제명안건에 친북적 편향행위 문구를 삽입하는 강경안을, 일부 대의원은 두 당원의 해당행위를 포함하되 최종 결정을 당기위에 위임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일심회 제명안건 폐기에 대한 찬성토론에 나선 김승교 변호사는 “비대위는 본인들이 일관되게 부인하는데 쓰레기법과 쓰레기판결문을 갖고 제명을 결정해달라고 하고 있다”며 “진보정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폐기를 주장했다.
반면 반대토론에 나선 정창윤 대의원은 “심상정 비대위를 살려야한다”며 “오늘 민주노동당이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진보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와 노회찬 의원은 일심회 당원 제명조치 폐기안이 가결되자 곧바로 행사장 뒤편 엘리베이터를 통해 대회장을 떠났다.
평등파 대의원 집단퇴장, 민노당 파장 분위기
평등파 대의원들과 참관인들도 자주파의 수정안이 통과되자 "민주노동당은 이제 끝났다", "자주파가 당을 말아먹고 있다" "관뚜껑을 열었다"고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항의하고 전원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참관인이 분을 못 이겨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노당은 20여분의 정회 이후 나머지 안건들에 대한 심의를 계속하려 했지만 첫 번째 안건 이후 평등파 대의원들이 대거 퇴장해 성원 부족으로 산회됐다. 이에 따라 혁신안 중 북핵 자위론의 당 강령 위반, 정파 패권주의 사태, 비례후보 선출방안, 재정실태 보고안건은 논의가 무산됐다.
민노당은 이날 혁신안이 부결됨에 따라 심상정 대표를 포함한 비대위원들의 전원 사퇴, 평등파 당원들의 집단 탈당 등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당은 이날 혁신안 부결의 후폭풍으로 대규모 탈당 등 사실상의 분당사태가 불가피해졌다.ⓒ진보정치 민노당, '자멸의 길'로, 총선에서도 1석도 못 얻을 수도
심 대표는 이미 비대위 혁신안이 원안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표직 사퇴를 공언해왔고 비대위원 일부는 이미 일괄 사퇴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심 대표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또한 이날 당대회까지 탈당을 미뤄왔던 평등파 지역당원들도 이번 주 잇달아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 혁신안이 부결됨으로 인해 이제 탈당파를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진보진영 외연 확대 가능성도 사라졌다”며 “이제 모든 공은 자주파에게 넘어갔다”고 냉소했다.
앞서 민노당을 탈당한 강경 평등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은 혁신안 부결 직후 논평을 통해 “비대위를 통한 혁신의 실패는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우리는 당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던 동지들과 함께 진보정당의 위기를 함께 해결해 가기를 바란다”고 진보신당 창당 합류를 촉구했다.
문제는 총선에서 참패한 민노당의 마지막 회생 기회로 여겨져온 혁신안이 부결돼 민노당이 분당되면서 4월 총선에서 민노당의 사실상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밑바닥 지지율에 허덕이던 민노당은 분당사태로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3% 득표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와, 대기업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의 기득권 지키기가 민노당을 최악의 자멸 국면으로 몰아넣은 개탄스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