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작년에 비해 0.8% 증가에 그치고, 특히 한국경제 견인차인 정보통신(IT) 투자는 두자릿수 마이너스로 격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전체 IT상장사의 절반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IT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IT산업 투자 전년대비 14.6% 격감
4일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가 83개 업종의 제조업 2천4백26개사, 비제조업 1천1백72개사 등 총 3천5백8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7년 상반기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전년의 7.1%보다 소폭 떨어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의 5.8%보다 격감한 0.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반면, 비제조업은 작년 9.1%에서 15.3%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조업-비제조업간 양극화가 뚜렷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 LCD 등 IT 산업의 경우는 전년보다 14.6%나 격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의 5.9% 감소에 이은 2년 연속 감소세로 해마다 낙폭을 키우고 있어 IT산업에 대한 위기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IT투자가 계속 격감하는 것은 당초 수립했던 추가 투자계획을 중단한 파주 LG-필립스의 예로 상징돼듯 LCD 중복과잉 투자 등의 후유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IT투자가 부진함에 따라 제조업 총 투자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2.8%에서 올해 36.2%로 하락할 전망이다.
석유정제, 음식료 등 비(非) IT산업 투자는 전년대비 1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나, 이 또한 전년도의 15.3%보다는 낮은 수치다.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 설비투자는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11.1% 증가율을 보였던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 2.0% 감소할 것으로 파악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출기업은 세계경제 둔화 전망에 따른 영향으로 1.6%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세계경제 침체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애로요인으로는 수요부진, 설비과잉, 수익성저하, 자금 조달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복과잉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파주 LG필립스 공장. ⓒ연합뉴스
정부의 토목공사 발주로 건설업 투자 증가로 전환
비제조업의 경우는 전기-가스, 통신서비스와 건설업이 투자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설이 작년 17.5% 감소에서 올해는 7.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파트 거품이 꺼지면서 아파트 등 민간부문이 고전을 하고 있음에도 건설업 투자가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고속도로 및 광역상수도 건설계획 영향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토목공사 발주가 그나마 수치상으로 건설업계 호전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
IT산업 수익성도 악화, IT상장사 절반이 적자
이번 산은 조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IT산업의 투자 감소로, IT산업에 경고등이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4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IT관련기업 3백65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5년간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IT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7.10%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4년의 14.00%, 2005년의 8.78%와 비교할 때 2년 연속 하락세이며, 2002년의 9.80%, 2003년의 10.21%보다도 낮은 수치다.
또한 적자를 낸 IT 상장자 숫자도 2004년 1백42개, 2005년 1백56개, 2006년 1백76개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IT 상장사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특히 LG필립스LCD의 경우 2004년 20.31%의 높은 영업이익이 2005년 5.04%, 2006년 마이너스 9.07%를 기록해 IT업계의 대표적 중복과잉투자로 우려를 낳고 있다.
IT는 2000년대 성장기여도 1위 산업
우리 경제는 1970~80년 중반은 섬유,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은 자동차, 1990년 중반이후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등 IT산업이 성장주도산업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IT업종이 단연 성장의 견인차였다. KT의 '한국의 산업구조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전자부품이 전 산업에서 성장기여 1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2000~2004년 연평균 GDP 성장기여도는 0.84%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기여율이 무려 16%에 달했다. 성장기여 2위 업종은 통신으로 성장기여도는 0.52%포인트였다.
이처럼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IT산업에 경고등이 커진만큼 새로운 리딩인더스트리(선도산업)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데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OECD 주요국에 비해 제조업 편중도가 3배 이상 높게 나타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편중지수는 30.21로, 독일의 10.12, 프랑스의 11.60, 영국의 11.84, 이탈리아의 7.8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