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운찬, '대안 없는 세종시 수정' 추진 파문
정운찬 고백 "아직 구체적 세종시 대안 없다", 졸속 국정운영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긴급보고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읽은 대국민 발표 전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세종시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가급적 내년 1월 말까지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정 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내년 1월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행정복합도시를 대신할만한 구체적 대안 없이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는 사실을 토로한 셈이다.
정 총리는 향후 일정과 관련, "대안 마련을 위해 총리실에 민관합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며 "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해 총리실에 한시적으로 지원단과 기획단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충청인들의 제안과 지적에 대해서는 먼저, 더 많이 귀 기울이겠다"며 "이 과정에 한나라당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겠다", "여러 기업들이 이전을 타진해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정 총리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모양새다.
정 총리 발표는 세간 일각에서 제기돼온 "구체적 대안도 없이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충청권의 거센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원안 추진'을 주장해온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들의 발언권이 크게 강화되는 등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지난 9월1일 밤, 정정길 대통령실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청와대 인사들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았을 때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청와대와 생각을 함께 했으나 구체적 대안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학자였던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일찌감치 세종시 수정 방침을 굳혔던 청와대나 정부도 정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기에 앞서 아무런 구체적 대안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같은 내용을 알게 된 정 총리는 자못 당황해 했을 성 싶다.
이에 서둘러 정 총리와 정부는 '세종시 대안 만들기'에 나서 대학과 기업들에게 세종시 이전을 타진했으나 별무성과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가 총장직을 맡았던 서울대도 서울공대 이전 등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고, 굴지의 대기업들도 대규모 생산라인 등을 갑자기 세종시로 옮기거나 신설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시하는 등 난항을 거듭해왔다는 것.
서울대 등의 거부는 이미 예견된 내용이었다. 실제로 정 총리는 몇년 전 총장 시절에 사석에서 '서울대 이전' 여부가 화두에 오르자 "목포에서 개미 세마리 몰고 서울 올라가는 것보다 교수 세명과 함께 올라가는 게 더 어렵다"는 비유를 사용한 바 있다.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울대 이전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토로였다.
이처럼 정부가 구체적 대안 없이 끙끙대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고수' 방침을 분명히 한 뒤 한때 세종시 '수정' 쪽으로 기울던 여론이 '원안 고수' 쪽으로 급선회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이 대통령과 정 총리 회동을 통해 '세종시 수정'을 기정사실화하며 공론화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정 총리의 호언과는 달리 세종시 수정안에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청권을 비롯한 야당, 친박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등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 총리는 그동안 "세종시에 행정복합도시보다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겠다"며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시해야 할 거시경제학자 출신답지 않은 약속을 남발해온 상태여서, 정 총리는 향후 야당 등의 십자포화를 맞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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