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청약률 0' 아파트가 지방 전역에서 속출하는 등 지방의 미분양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또한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15만가구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와 연말연초 무더기 도산사태가 발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울산, 강릉, 춘천, 광주 '청약률 0' 사태 속출
29일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라인건설이 울산시 중구 성안동 라인에이미 아파트를 지난 20~22일 사흘간 분양을 실시했으나 3순위까지 청약신청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라인건설은 당초 22일 당첨자 발표를 할 예정이었으나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탓에 발표를 하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는 108-128㎡형 54가구 규모로 분양가를 3.3㎡(평)당 524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20% 가량 낮췄지만, 건설사의 인지도가 낮고 소형 단지라는 점 때문에 분양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달초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해모로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154가구 모집에서도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어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강원 강릉 주문진 신태양(95가구)도 12~14일 청약 접수기간 신청자가 없어 현재 수의 계약 접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KCC건설이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에서 청약을 받은 'KCC스위첸'도 367가구 모집(군인공제회 특별공급물량 제외)에 단 한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등 금융조건이 좋은 데다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했음에도 참패다
광주 지석동 한일베라체 역시 7~9일 3순위까지 접수 결과 청약률 제로를 기록해 미분양분에 대해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다.
미분양 사태가 더욱 확산되면서 연말연초 떼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 미분양아파트 12만가구 넘어설듯, 업계에서는 "이미 15만가구 돌파"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률이 30% 전후이던 지방에서 분양률 0 아파트가 속출하는 것은, 연말 미분양아파트가 업계의 당초 예상치 12만가구를 크게 웃돌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분양 사실을 알리면 더 분양이 안되고 부도설이 휩싸인 악순환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미분양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실제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이미 15만가구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방의 미분양 대란이 주택보급률이 126%(2006년말 현재)에 달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태에다가 고분양가 정책을 고수하는 데 따른 것으로, 정부 등이 쓸만한 해법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건교부는 28일 7월, 9월에 이어 올 들어 세번째로 지방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다. 이로써 지방에 남아있는 투기과열지구는 부산 해운대구와 울산 남구, 울주군 등 3곳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지방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완전 해제된 셈이나 투기과열지구는 아무런 도움도 못된다는 게 올들어 여러차례 입증된 바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 부동산 관련세금 대폭 인하 등 대대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도리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간부는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아도 혜택은 대기업건설사 '빅 3'나 '빅5'에게 돌아갈 뿐"이라며 "작금의 부동산대란은 공급 과잉이란 구조적 문제인 만큼 딱 떨어지는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다른 문제는 상당수 지방건설사 오너들이 지난 수년간 엄청난 수입을 올렸음에도 그동안 번 돈을 제 돈이라며 회사에 재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 부담을 힘없는 재하청업체 등에게 떠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모럴해저드가 존재하는 한 무더기 부도사태를 피하기란 힘들어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