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며 청탁을 넣은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에겐 벌금 8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또다른 공여자로 지목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비서와 운전기사에게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2022년 3월 15일∼5월 20일 이 회장으로부터 맏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총 1억380만원 상당 귀금속을 수수했다고 인정했다.
같은해 9월 서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천990만원 상당 바쉐론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공무원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총 54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 등을 받은 혐의도 사실로 봤다.
2022년 4월 26일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임명 청탁과 함께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을 받은 혐의, 이듬해 2월께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1억4천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는 금품을 받지 않았다거나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각 금품이 건네질 당시 묵시적·명시적 청탁이 있었고 김 여사가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했다고 봤다.
재판 쟁점 중 하나였던 이우환 화백 그림의 진품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진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진품 감정 결과는 전문 위원단의 엄격한 실물 감정과 과학적, 체계적 분석을 거쳐 도출된 것으로 충분히 신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여사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이를 그저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사람 중 대통령 배우자 지위는 그 영향력에 있어 가장 중한 경우"라며 "각종 청탁과 이해관계가 집중되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누구보다도 더 엄격하게 스스로를 절제하고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은 일반 국민이 평생에 한 번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 물품들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수수해왔다"며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저마다 청탁을 품고 피고인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피고인을 둘러싼 비공식적인 청탁 구조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공적 의사결정 과정이 금품과 결부돼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그 폐해는 단순한 금품 수수의 차원을 넘어 공적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수사가 본격화하자 일부 금품에 대해 뒤늦게 '빌려준 것에 감사하다'는 변명과 함께 반환하거나 스스로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이는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은폐하려 했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선고 내용을 듣던 김 여사는 형량이 선고되자 미간을 찌푸린 채 변호인을 바라보다 퇴정했다.
이날 선고 후 김 여사의 변호인은 취재진에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황을 너무 확대했다"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공소 유지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팀 측은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적절한 판결이 선고됐다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김 여사는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건진법사·통일교 금품수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등 '3대 의혹'으로도 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당원 가입에 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오는 8월 14일 1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이우환 화백 그림의 공여자로 지목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별도 기소돼 최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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