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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동원해 임대주택 공급 늘리기로

투기지역은 소형아파트도 대출규제, 국민연금 부실화 우려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투기과열지역내에선 소형아파트에 대해서도 담보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는 31일 오전 열린우리당과 당정 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백60만호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추가 공급을 위해 7조원 규모의 임대주택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등 동원해 임대주택 공급 늘리기로

구체적으로 정부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백60만호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해 지난해 현재 80만호인 임대주택 수를 2017년까지 3백40만호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1백50만호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백10만호를 각각 늘릴 예정이다. 계획대로 되면 총 주택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6%에서 2012년 15%, 2017년 20%로 올라가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선진국 수준(20~30%)에 근접하게 된다.

임대후 일정 기간후 매각하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분양 면적을 평균 30평 수준으로 기존의 국민임대주택(11~24평)보다 늘리기로 했다. 이들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이하 30평 기준)과 월 임대료는 2천5백만원과 52만원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건설 기간인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조원의 임대주택펀드를 설립하고 조성된 자금을 토지공사, 주공,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사업시행자에 출자해 주택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국민연금, 우체국, 농협, 생명보험회사 등 장기투자자(재무투자자)의 여유재원을 차입해 구성하고 자금조달 규모가 충분하지 않으면 투신권에서 임대주택 투자상품을 팔기로 했다.

주공, 분양아파트 공급 늘리기로

정부는 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우려되는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위축에 대비해 주공 등 공공부문의 수도권 분양물량을 연간 3만5천호에서 최소 5만호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공공의 민간택지 내 공급 확대를 위해 수익성.분쟁 등으로 장기 지연되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해 주공 등 공공주체를 시행자로 지정하고, 강북 등 광역재정비 사업에도 가급적 공공주체가 시행자로 지정되도록 하기로 했다. 시행사 마진을 줄여 분양가 폭리를 줄이겠다는 구상인 셈.

투기과열기구에선 소형아파트도 대출규제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은 오는 3월부터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소형 아파트 및 기존 아파트에 대해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60%를 적용키로 했다. 지금은 시가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신규 구입 때만 DTI 40%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1일 은행권과 이런 내용의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체계 선진화 방안'(모범 규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은행권에 대해서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모범 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DTI와 소득 대비 부채 비율, 은행 자체의 고객 신용평가등급, 외부 신용평가 자료, 금융자산을 포함한 상환 재원 등 고객의 5개 채무상환능력 지표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대출 한도와 금리 등 대출 조건을 결정하게 된다.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 담보 대출 때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DTI를 40% 안팎, 5천만 초과~1억원 이하면 60% 이내가 적용된다. 그러나 대출금이 5천만원 이하면 DTI를 적용받지 않는다.

또 대출 한도의 결정 요인인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400% 안팎으로 연소득의 4배 정도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부도난 임대아파트 대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세입자들. ⓒ연합뉴스


분양원가 공개 안하면 각종 분쟁 예상돼

정부는 이번 1.31대책을 통해 집없는 서민들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할 경우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우선 정부가 주력하기로 한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의 경우 통상적으로 10년후 정부가 분양형식으로 매각할 때 발생하는 폭리 분쟁이다.

기존의 임대주택은 분양가격 산정절차를 임대주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의 분양가 부풀리기가 자행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전면적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고 있어, 실질원가에 근거한 합리적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 이미 5년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의 경우 부적절한 감정평가액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주택공사-민간임대사업자와 주민간 갈등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도 자칫 국민연금 부실화 또는 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정부는 채권유통수익률보다 높은 이윤을 보장해주며, 부족분은 재정으로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리가 급등하거나 재정부실화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임대세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더욱 상황이 악화돼 임대세입자나 재정 모두가 부실화될 경우 국민연금의 부실화로 이어지게 된다.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 분양 등의 경우 국민연금이 투입되더라도 곧바로 분양을 통해 원리금이 회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유사시 국민연금으로 주요 민간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국민연금을 전가보도인양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안전성이 최우선시돼야 할 국민연금마저 부실화 위기에 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의 이번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환매조건부 분양이나 대지임대부 분양 같은 새로운 주거개념의 공급이 아닌, 종전의 임대주택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하겠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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