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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구덩이 가꾸기[區種法]

김샘
조회: 838

04-05. : 오이 구덩이 가꾸기[區種法]

[옛 기술 및 지혜]

「범승지서(氾勝之書)」1): “범승지(氾勝之)의 오이 구종법(區種法): 1묘에 24구덩이[科]를 만든다. 구덩이의 어떤 방형(方形)나 원형(圓形)이든 지름을 3자, 깊이는 5치로 만들어 1구덩이에 거름 1섬[石]을 뿌려 준다. 거름과 흙을 반반씩 고르게 섞어서 합해진 것으로 한다. 3말들이의 오지항아리[瓦甕]를 구덩이의 가운데에 묻어 두고 항아리의 아가리를 지면(地面)과 평평하게 하여 물을 항아리 안에 가득 차게 부어 넣는다. 오이를 심을 때는 항아리 사방에 각각 오이씨 한 알씩을 심고 오지 뚜껑으로 항아리 입구를 덮는다. 항아리의 물이 혹시라도 줄어들게 되면 그때마다 바로 더 채워서 항상 물이 가득 차게 해야 한다(물이 항아리 측면에서 밭토양으로 침투하여 간다는 뜻). 파종은 항상 동지(冬至) 이후 90일~100일 사이의 무진일(戊辰日)을 택하여 심는다. 항아리 주위의 오이씨를 심어둔 위치 밖으로 또 염교[薤: 부추의 일종] 10그루를 빙 둘러 심는다. 5월에 이르러 오이가 성숙할 무렵, 염교를 뽕아 팔 수 있다. 오이와 염교는 일이 서로 겹치지 않아서 방해되지 않는다. 또는 오이 밭 안에 팥[小豆]을 심어도 좋다. 1묘에 4~5되의 씨를 심으면 팥의 잎을 (솎아 따서 채소로) 팔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평지(平地)에서 적합하며, 오이의 수익은 묘당 일만 전(錢)에 이른다.”2)
「제민요술(齊民要術)」3): 범승지법을 보완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오이 구종법[區種瓜法]: 6월에 비가 오고 나면 녹두(綠豆)를 심고, 8월 중에 쟁기로 갈아엎어 죽인다. 10월에 또 한 차례 더 뒤엎고 10월말(月末)까지 오이를 심는다. 대략 사방 2걸음[步]을 1구(區)로 만드는데 구덩이의 크기는 물동이의 아가리만하고 깊이는 5치로 만들어 흙으로 두둑을 쌓아 남새밭[菜畦] 형태로 만든다. 구덩이 바닥은 가능한 평평하고 바르게 하되 발로 밟아서 구덩이를 습윤한 상태로 보호해 준다. 오이씨와 콩씨를 각각 10알씩 무리가 안 되도록 구덩이 안에 두루 뿌린다. 오이씨와 콩씨 두 가지로 짝을 짓는 것은 콩이 흙을 일으키는 힘을 빌려 싹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름 5되로 덮어 준다. 역시 고르고 평평하게 한다. 또 흙 1말을 가져다 거름 위에 얇게 펴 주고 발로 약간 밟아 준다. 겨울철인 10월에 큰 눈이 내릴 무렵[大雪], 서둘러 힘을 모아서 구덩이 위에 눈을 쌓아 큰 언덕을 만들어 두면 봄이 되어 풀이 싹틀 때에 오이도 함께 나오나,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되어 일반의 오이와는 다르게 된다. 또한 항상 윤택하게 유지되므로 가뭄이 와도 피해를 받지 않는다. 5월이 되면 오이가 쉽게 성숙한다. (짝지었던) 콩을 솎아내고 호미로 오이의 포기사이를 김매 주는 요령은 일상법과 같다. 만약 오이씨가 모두 싹터 나왔다면 밀식되기 때문에 일부를 솎아내고 1구에 4본만 남기면 충분하다.”4)

[토의 및 평가]

구덩이재배법은 구전법(區田法) 또는 구종법(區種法)이라고도 부르는 거름끼 중심의 탁월한 재배법으로서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 탕왕(湯王)시절, 당시의 재상(宰相)이었던 이윤(伊尹)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얕게 판 한정된 구덩이에 거름끼[糞気]와 물을 집중적으로 주어 작물을 생산하므로, 산지(山地)·언덕(陵)·생활주변의 경사지나 구석 땅을 쉽게 활용할 수 있고, 땅 전체를 대상으로 갈고 씨 뿌리고 거름 내며 물주고 김매지 않으므로 노력과 자재를 절제하여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
「범승지」는 오이 구덩이 가꾸기에 물항아리를 옆에 안치하고 주위에 염교를 심거나 팥을 심어 부수적인 수확의 이득을 얻으면서 쉽게 작물 canopy를 만들어 잡초발생을 억제하고 오이와 함께 서로 의지하여 생장을 돕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제민요술」의 가사협은 미리 녹두를 갈아서 땅힘[地力]을 북돋아 주었다가 누룩을 지어서 강수(降水)를 최대한 받아 이용하여 수분상태를 양호하게 하고 구덩이를 내어 오이씨를 콩씨와 섞어 파종함으로써 오이의 발아·입모율을 높이도록 고안하였다.

[결론 및 시사점]

「범승지」의 구종법은 말 그대로 얕은 구덩이를 파고 씨를 심는 구덩이 가꾸기[坎種法]와 고랑[溝]을 타고 씨를 뿌리는 고랑 가꾸기[溝種法]로 발전하였다가 고랑 가꾸기는 조과(趙過)의 대전법(代田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 스스로 사라졌고 구덩이 가꾸기만 지속적으로 전수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조에 편찬된 대부분의 농서들에 이 방법이 항상 소개되고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호박을 비롯한 몇몇 작물이 경사지나 자투리땅에서 이 방법으로 재배되고 있었다.
현대화된 장비와 기술을 이용하는 현대농법이 그 적지에서는 구사되겠지만, 입지에 따라서는 생활주변의 부업적 농사나 소농의 자급식 농사에서 이와 같은 집약농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하여서라도 보다 현대 과학적으로 방법과 기술이 재정비되어 소개될 필요가 있다.

[인용 및 설명문]

1) 구자옥 등 역주(2006) 「범승지서」, 한국농업사학회·농촌진흥청 참조.
2) 氾勝之區種瓜: “一畝爲二十四科. 區方圓三尺, 深五寸. 一科用一石糞. 糞與土合和, 令相半. 以三斗瓦甕埋著科中央, 令甕口上與地平. 盛水甕中, 令滿. 種瓜. 甕四面各一子. 以瓦蓋甕口. 水或減, 輒增, 常令水滿. 種常以冬至後九十日, 百日, 得戊辰日種之. 又種薤十根, 令周迴甕, 居瓜子外. 至五月瓜熟, 薤可拔賣之, 與瓜相避. 又可種小豆於瓜中, 畝四五升, 其藿可賣. 此法宜平地. 瓜收畝萬錢.”
3) 구자옥 등 역주(2006) 「제민요술」, 한국농업사학회·농촌진흥청 참조.
4) 區種瓜法: 六月雨後種菉豆, 八月中犁䅖殺之; 十月又一轉, 卽十月中種瓜. 率兩步爲一區, 坑大如盆口, 深五寸. 以土壅其畔, 如菜畦形. 坑底必令平正, 以足踏之, 令其保澤, 以瓜子, 大豆各十枚, 遍布坑中. 瓜子, 大豆, 兩物爲雙, 藉其起土故也. 以糞五升覆之. 亦令均平. 又以土一斗, 薄散糞上, 復以足微躡之. 冬月大雪時, 速倂力推雪於坑上爲大堆. 至春草生, 瓜亦生, 莖葉肥茂, 異於常者. 且常有潤澤, 旱亦無害. 五月瓜便熟. 其掐豆, 鋤瓜之法與常同. 若瓜子盡生則太穊, 宜掐去之, 一區四根卽足矣.
(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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