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들, 청계광장서 '1080배' 강행
<현장> 혹한 속에서도 "민주주의-민족문화 사수하겠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 예정으로 동안 진행된 이날 1천80배 정진에는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스님, 기획실장 원담스님,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장적스님 등 조계종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스님, 일반직 종무원, 불교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전9시30분경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민족문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구호를 삼창한 뒤 청계광장으로 도보로 이동해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격인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천80배를 진행했다.
총무원 재가종무원인 노수경 씨는 1천80배에 앞서 낭독한 ‘민생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염원하는 1080배 정진에 부쳐-서울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1700년 한국불교는 이 땅의 역사,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고이 간직하며 국민들과 고락을 함께 해왔다”면서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의 자존심은 짓밟히기 시작했고, 미군정 속에서의 종교 환경, 이어진 군사정권하에서의 자주성 훼손 등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혼란스런 근현대사가 그대로 투영되는 아픔을 겪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노 씨는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불교는 생존 자체가 절박한 현실을 강요 당했고, 이는 불교계가 한국사회 전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올바로 국민들을 보듬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국민 여러분들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우리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미흡했던 한국불교의 지난 모습을 참회하는 1080배 정진을 시작한다”며 향후 민주주의 수호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이명박 정부로 돌려 “공정해야 할 정부가 종교, 학벌, 지역을 기준으로 한 특정한 집단이나 세력을 중심으로 구성괴고, 여러 사회적 논란거리들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정부의 입장만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행태가 계속되었다”며 “급기야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사안들을 누락시키거나 감액하면서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예산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조계종단에서는 4대강 문제를 원만히 풀어내고 이로 인한 갈등구조를 개선하고자, 원효스님의 화쟁사상을 받들어 ‘화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여당 대표와 시민 단체 대표 등이 모여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4대강 예산의 일방적 폭력적 처리는 실로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는 곧 민주주의의 퇴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일부 개신교의 불교계 폄하에 대해서도 “일부러 무리지어 사찰을 찾아 자신들의 종교의식을 행하고 사탄이라 손가락질하는 행위를 직접 탓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이나 지자체의 사업이 일부 특정종교단체의 주장에 따라 좌우되고 폐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종교간 갈등을 조장 방조하고 활용하려는 현 정부의 종교정책이 이제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는 한국불교가 되도록 정진하겠다”며 “1배 1배 서두르지 않고 거듭하면 곧 1080배가 되듯이 긴 호흡으로 한 발 한 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내딛겠다”며 국민과 함께 투쟁을 벌여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계종은 이날 1080배에 이어 11일에는 총본산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3천여 사찰에서 MB정부를 질타하는 동시법회를 열기로 하는 등, MB정부와의 투쟁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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