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화 초강세', 재계 바짝 긴장
이틀새 24원 급락, "정부의 시장개입은 득보다 실 많아"
새해 개장 첫날인 지난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70원 하락한 데 이어, 5일에는 낙폭이 더 커져 14.30원이나 떨어진 1140.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틀새 무려 24원이나 급락한 것.
5일 환율 종가는 지난 2008년 9월22일 1140.3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장중 한때 환율은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공세로 1136원까지 떨어졌다가 정부의 개입성 달러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간신히 1140원선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만 외국인들이 3천946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달러화 유입이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원화 강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어 급속한 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정부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며 1000원대 진입도 그리 멀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급속한 환율 하락에 대해 정부당국은 '속도 조절'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유일 원동력인 수출에 급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외국계는 '원화 강세'를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정부가 자랑하듯 '한국의 경제숫자'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 원화가 강세를 띠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또한 숫자가 좋다보니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해당국 통화는 강세를 띠게 마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는 주변부 화폐로 취급 받아왔다. 미국경제에 위기가 닥쳐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폭락하면 원화는 더 큰 폭으로 폭락하곤 했다. 미국경제보다 한국경제가 더 불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국제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통화당국의 한 관계자는 "요즘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면 국제경제학자들이 중국과 우리나라를 집중성토한다"며 "세계가 모두 어려운데 중국과 한국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절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라고 전했다. 그는 "흥미로운 대목은 과거 환율문제로 비난할 때 우리나라, 중국과 함께 한 세트로 끼어놓던 일본은 요즘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제 한물 갔다고 여기는 분위기"라며 "우리나라와 중국을 맹성토한다는 것은 긴장할 대목이나, 이는 뒤집어보면 그만큼 우리나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원화 강세는 환차익을 겨낭한 외국계 자금의 유입 가속화로 주가 상승 등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수입물가 등이 낮아지면서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내수경제에도 활력소가 된다.
문제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환율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빼어난 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원화 강세로 환율효과가 급속히 소멸될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지금 환율도 이명박 정부 출범 전과 비교하면 달러당 200원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환율효과가 급속히 소진될 경우 기업들이 과연 지난해와 같은 선방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원화 강세를 지극히 부담스러워 하면서, 현재의 환율을 방어하는 동시에 원화 강세를 초래할 금리인상에도 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소한 6.2지방선거가 있는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환율·금리 수준을 유지했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눈치다.
그러나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식의 개입이 목적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실물경제 흐름대로 환율이 흘러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원화가 강세를 띨 경우 수출에는 일부 지장이 있겠으나, 대신에 내수와 주가 등에는 순기능으로 작용하면서 경제가 균형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위기 과정에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진 반면, 내수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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