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길의 '내년봄 체제위기론'
<뷰스 칼럼> 쏟아지는 위기론과 '정경 복합위기' 도래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1일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친박계 의원들을 만나 국정 협조를 당부하며 했다는 말이다. 청와대가 최근의 흉흉한 경제상황 전개에 대해 내심 얼마나 바짝 긴장하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말이라 하겠다.
내년 3월 외환위기론까지
'내년 봄 위기론'은 정 실장만의 전망이 아니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지난달 2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국경제의 최대 고비는 내년 2, 3월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1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기관중 유일하게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 3월 일본은행들의 결산기를 앞둔 자금회수 시기에는 환율이 1천500∼1천700원으로 폭등할 것"이라며 내년 3월을 최대 고비로 내다봤다.
박경철씨나 삼성증권의 전망은 내년 2, 3월 한국 시중은행들에 단기외채를 꿔준 일본계 은행을 비롯한 외국계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것에 기초한 경제적 위기론으로, 지난 '9월 외환위기설'의 재판이다. 한미 300억달러 달러 통화스왑 및 정부의 1천억달러 지급보증에도 불구하고 외국계가 계속해 꿔준 돈의 70% 이상을 회수해가고 있는 현상황에 따른 위기감 표출인 셈이다.
이상돈 "한국에서 5, 6월은 큰 의미를 갖는 시즌"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유사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합리적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경제상황이 이렇게 급속히 악화되면서 서민-중산층이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데도 집권세력이 제대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내년 5, 6월에 커다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5, 6월은 정치-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시즌"이라며 "이때까지 집권세력이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지 못할 경우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결합되는 최악의 '정-경 복합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한 재계 민간경제연구소의 책임자도 "정부가 성장률 1%가 떨어진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는지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정말 내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다면 길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밖에 보수 메이저신문 내에서도 유사한 위기론이 제기되는 등 보수진영내 위기론이 급속 확산되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위기감과 정부불신이 만날 때
금융계의 한 원로급 인사는 "요즘 홍콩 등 외국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한국정부에서 발표하는 걸 보면 되잖냐고 말하면 '그러지 말고 정말로 얼마나 될 것으로 보냐'고 되묻는다"며 외국계의 뿌리깊은 한국정부 불신 기류를 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 외국계들이 내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데, 놀랍게도 한결같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정말 내년 경제상황은 환란때 못지않은 최악의 상황이 될듯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위기론이 봇물 터지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위기감에 기초한 것이다. 정부의 위기대응 방식을 질타한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의 최근 강연 동영상이 케이블TV과 인터넷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인터넷상에서 미네르바 현상이 더욱 확산되는 것도 위기감과 정부불신의 산물이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체제 위기'까지 걱정할 정도로 청와대도 내심 위기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게다. 문제는 이명박대통령의 '대응'이다. 위기감과 정부불신이 결합하면 정 실장이 말한 '체제 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헌재씨는 1997년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김대중 당선자에게 환란 발발로 몇월에는 어떤 사태가 발생하고, 다음 몇월에는 어떤 정치사회적 위기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어떤 경제-사회적 대응을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정무적 마스터플랜'을 제출, 초대 금감위원장에 전격 발탁되면서 그후 '위기해결사'란 닉네임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강봉균 경제수석은 이헌재 금감위원장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었다.
이 대통령이 하루빨리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인사들로 드림팀을 짜, 당면한 체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다시 한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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