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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합종연횡 성공할까

[옛날 정치 지금 정치] <8> 정계개편의 역사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조짐이다. 개편은 2007년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으로는 대선이 안 된다. 끝났다. 그러니 새로 틀을 짜야한다. 고건 진영도 표 장사할 점방을 차려야 한다. 정계개편은 필연이다. 이게 소용돌이의 예고편이다.

대통령 탈당도 거론된다.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이 9일 개최한 지방선거 후의 대책에 관한 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해야 새 길이 열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의 탈당과 정계개편은 대세가 된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게 잘 될까.

우선 바른 길이 아니다. 정계개편,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선 없는 말이다. 정계개편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멀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단어다. 대통령의 탈당은 더더욱 잘못된 논의다. 먼저 탈당부터 짚고 가자.

열린우리당 정책토론에서 주제를 발표한 김형준 교수는 노 대통령의 탈당을 "초당적인 국정운영과 열린우리당의 향후 행보에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의 새 출발은 대통령의 탈당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인 정치학자의 진단이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기 어렵다.

쉽게 풀어보자. 초당적인 국정운영이란 무슨 말인가. 왜 초당적이라야 하는가. 초당 다음엔 연립이니 거국이니 하는 걸로 연결될 텐데 대통령제에 무슨 연립이 있고 거국내각이 있는가. 노 대통령이 구성하는 내각은 노무현 정부의 내각이다. 그 이상일 수 없다.

당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게 뭔가. 대통령이 탈당해야 새 출발이 시작되는 구조라면 집권당 자리에서 나앉는 걸 말하는가. 대통령이 빠져주어야 가능해지는 전략적 유연성이 뭔가. 주판알 퉁기듯 "지금까지 것은 없던 일로 하자. 지금부터다"라고 할 것인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다. 대통령은 정당추천 후보로 당선했다. 그의 공약은 정당의 공약이다. 그러기에 5년짜리 대통령이 10년 20년이 걸릴 일도 공약하고 100년 구상도 내놓는다. 대통령은 정당과 함께 공약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책임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정당은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임기 5년이란 역사에서 보면 찰나다. 책임은 정당이 지니고 간다. 권력을 잃더라도 정당은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표하고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야한다. 임기 도중 대통령이 탈당해야 할 사태라면 탈당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먼저라야 한다. 그게 책임정치다.

대통령이란 사람들이 임기 후반에 슬그머니 탈당하고 대통령이 탈당하면 국정의 실패는 대통령이 지고 가고 정당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건 속임수다. 그런 속임수를 계속하라는 말인가.

노 대통령은 당선하자마자 민주당을 버렸다. 그때 민주당과 함께 한 공약에 대해 국민한테 단 한마디 말도 안 했다. 민주당한테 떠나는 인사조차 안 했다. 또 그럴 참인가.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고건 전총리는 그나마 범여권 합종연횡의 구심력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과연 DJ만한 힘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이제 정계개편으로 옮아가자. 열린우리당이나 고건 캠프나 방향은 호남과 충청을 묶어내는 이른바 서부벨트다. 그런 점에서 중심에 한화갑 민주당이 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신당은 안 된다. 신당을 만들어 성공한 건 DJ뿐"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명분이 있건 없건 정계개편에 성공한 건 DJ뿐이다. 그럼 DJ정계개편을 보자.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을 50년 전통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다. 한화갑 민주당의 출발은 평화민주당이다. 평민당은 DJ가 대통령에 나서기 위해 통일민주당의 절반을 쪼개나와 독립을 선언한 정당이다. 왜 반쪽인가. 그 설명이 정계개편의 시작이고 사연이 된다.

김영삼씨가 정치정화법에 묶인 몸으로 DJ와 운동권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 신민당이다. "민한당은 여당의 들러리 야당이다. 진짜 야당을 만든다." 이게 그 때 신민당의 깃발이다. 창당 25일만에 치른 선거에서 67석의 제1야당으로 올라서고 민한당을 공중분해시켜 야당통합을 이뤄낸 괴력(怪力)을 선보였다. 이 정당을 두 김씨가 87년 공중분해하고 통일민주당이란 새 정당으로 재조립했다. "이민우 총재가 고분고분하지 않다. 사쿠라다"라는 게 파괴의 논리였다. 두 김씨 합작의 정계개편 1호다.

김영삼 총재, 김대중 고문의 통일민주당은 총재와 고문이 권력을 반분했다. 지구당위원장, 당직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반분했다. 둘이 합의하면 뭐든 할 수 있고 둘의 합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참 한국적인 별난 정당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수명은 반년 갔다. 6.29선언으로 직선제 개헌이 진행되자 둘이 나눌 수 없는 대통령후보라는 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대중씨는 공천 없이 둘이 무소속 대선 후보로 같이 나서자는 제안도 했다. 김영삼 총재가 이를 거부하고 지명대회 강행을 채비했다. 그러자 10월 28일 DJ가 자기 지분 절반을 몽땅 보따리에 싸서 나갔다. 대통령 직선제 헌법이 확정된 다음날이다. 그리고 평민당을 창당했다. 이게 DJ 단독 정계개편 역사의 시작이다.

91년 평민당은 당명을 두 번 바꾼다. 4월 재야 운동권인 신민주연합과 통합하면서 신민주연합당(약칭 신민당)으로 그리고 9월 이기택의 꼬마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민주당으로 개명했다. 이건 정계개편이 아니라 92년의 대통령선거에 대비한 DJ의 세력 불리기다.

DJ의 두 번째 정계개편은 95년 9월 새천년민주당 창당이다. 그는 민주당의 대부분을 데려나왔다. 이기택 민주당은 DJ와 합치기 전의 꼬마 민주당보다 더 꼬마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DJ가 이기택과 민주당을 버린 것은 96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권 때문이다. 그 해 봄 지방선거 공천에서 이기택 대표는 합당 당시의 6대4 비율을 공천에서 적용하려 들었다. 이 때문에 경기지사 후보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여러 지역 후보 공천을 이기택 대표한테 넘겼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그렇게 할 수 없다. 이게 이기택을 버린 이유였다.

2000년인가 김윤환씨가 반이회창 깃발을 단 신당창당을 추진했다. 주변에서 말리자 김씨는"DJ는 정당을 아홉 번이나 깨고 만들었는데 나라고 한번도 못할까"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하지 못했다. DJ의 정당 바꾸기는 아홉 번이지만 깨고 만든 건 다섯 번이다. '킹 메이커'로 불리던 천하의 김윤환이지만 신당 창당은 한번도 못했다. 그런데 DJ는 어떻게 다섯 차례나 손쉽게 해냈을까. 95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때의 어느 위원장의 일화가 그 해답이 된다.

95년 여름 민주당 원외위원장 한 사람이 인천대학 조전혁 교수를 찾아왔다. "DJ가 신당에 따라오라는데 어떻게 해"라는 의논이었다.

-가야지.
-명분이 없다.
-그럼 따라가지 마.
-그래도 따라가면 22% 고정 표가 생기는데….
-그럼 따라 가. 이기택 민주당에 남아봤자 무슨 명분이 있어. 명분이 있다해도 국회의원은 안되잖아.

DJ가 신당 깃발을 들면 이런 사유로 따라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호남 지역은 DJ 공천은 당선통지서와 마찬가지 위력을 갖는다. 수도권에서도 준 당선통지서의 위력을 갖는 지역이 꽤 된다. 거기엔 미치지 못해도 수도권엔 25% 내외의 고정 표를 지니게 되는 지역이 적잖다. 전국의 호남 출신들이 DJ 대통령 만들기에 하나가 돼 DJ만이 아니라 DJ 공천장을 들고 오는 사람은 무조건 찍어준다. 그 표가 DJ의 힘이었다.

지금 그런 지역패권을 가진 정치인은 없다. 한화갑 대표가 안 된다는 건 그래서 하는 말이다.

한 대표 말대로 신당 창당은 쉽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선거 직후는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찻잔 속의 태풍 꼴이다. 뛰쳐나와 정당을 만들 실력자가 없다.

고건 진영은 입장이 다르다. 김근태 쪽에선 손을 내밀지만 노 대통령은 말이 없다. 한화갑 대표 말대로 노 대통령은 고건 쪽을 보수파로 분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몸을 담기엔 너무 작다. 그러니 새집을 짓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어쨌거나 여론 조사에선 1번 주자다. 호남 민심이 고건 주변서 맴돈다. 그러니 신당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갖췄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계재편이 잉태되고 있다. 방향은 그들의 실토대로 서부벨트다. 중도통합세력이니 평화민주세력이니 하는 건 명분 만들기고 분칠이다. 대통령 표 장사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탐색을 하는 것 아닌가. 공연히 헷갈리게 하는 말의 분칠 같은 건 안 하는 게 그나마 솔직한 행동이다.
이영석 교수신문 고문/언론인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8 15
    오상희

    지역주의 없는 대한민국.....
    "이영석"기자의 글을 읽으면 호남의 고정표가 자주 나옵니다.
    그 표를 약간(?) 비아냥 대는듯한 느낌을 받지만 확실치가 않아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호남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해야하는것 자체가 비참하고, 바보같은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지역주의의 원인과 해결책을 썼습니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父는 충청도, 母는 경기도출신입니다.
    성장지역, 현 거주지는 서울입니다.
    한국인은 왜 가난할수록 한나라당을 지지할까요?
    제 생각으로는 노예근성.호남차별, 빨갱이사냥, 군사정권시절의 호황에 대한 추억때문입니다.
    박통같이 화끈하게 통치해주기를 바람.
    평택 대추리의 데모꾼(?)들, 파업하는 놈들을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깨끗하게 청소해주기를 바람..
    군사정권시절의 한국사회는 겉으로는 평화로웠습니다.
    수면 아래로 잠복된 위장된 평화였지만..
    그걸 그리워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합니다..
    그래서 시위가 과격할수록 한나라당에 유리합니다.
    (이런면에서 노통의 탈권위주위는 한국인에게 "럭셔리" 합니다.)
    호남차별
    호남인은 가난하고, 사기꾼도 많고, 배신을 잘하고, 범죄자도 많다는 인식이 있지요..
    지금은 상당히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있습니다.
    호남이 그렇게 잘못 인식된 이유는 여론의 소용돌이 이론(일명 대세론)과 경제적 빈곤때문입니다.
    사회지도층은 "대세론"때문에 호남에게 우호적이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죠.
    빈자중에서 호남인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고플때는 여유가 없습니다.
    호남은 산업화 초기에 소외때문에 가난합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타지역으로 엑소더스(대탈출)를 했지요.
    게을러서, 무능해서 가난한것이 아니라 정책차별때문이었습니다.
    호남에는 공장이 "여수"의 화학단지가 유일합니다.
    어떤이는 미국과 일본에 가까운 영남에 공장을 세우는것이 경제논리였다고 주장합니다.
    그 논리라면 수도권발전이 설명이 안됩니다.
    그리고, 주요수출국인 미국가려면 태평양을 건넙니다.
    영,호남의 거리차는 무시해도 될 정도죠.
    같은 광역시인데 울산과 광주의 소득격차가 2배입니다. (최근 통계)
    빈자는 빈자끼리 모여삽니다.
    옹기종기 살면서 호남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싹 트는것이지요...
    군대시절처럼 배고픈 때를 가정해봅시다.!
    다 큰 어른이 유치하게 초코파이 하나때문에 싸웁니다.
    동화같은 얘기를 좋아하는 비현실적인 사람들은 가난할수록 서로 돕고 살고 나누어주는
    정(情)이 많다고 하는데 일순간 그럴수도 있지만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가난한 사람끼리 화목하게 사는것은 동화일뿐입니다...
    "빵 한조각"을 나눌때 이해관계가 엇갈립니다..
    그래서, 부자들뿐만 아니라 빈자중에서도 호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남에 대한 인식이 않 좋은 사람은 주로 한나라당을 지지합니다.
    왜냐고요?..한나라당은 호남과는 대립되는 정당이니까요.
    강원도와 충청도도 개발에서 소외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았던 "호남"이 더 부각됐지요.
    경북대 前 총장인 박찬석(지리학과)의 조사로는 일제시대에는 영,호남의 인구가 비슷했다고 합니다.
    빨갱이사냥.
    한나라당만이 반공주의 정당이라는 인식이 있지요..
    조갑제, 류근일, 김대중같은 조선일보 논객들, 그리고 군사정권시절의 TV 방송국이 퍼뜨린
    바보같은 논리지만..아직도 이것을 믿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비전향 장기수였던 이인모 노인처럼 젊었을때 생긴 고정관념은 쉽게 안 변합니다.
    DJ를 한 번 빨갱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의심합니다..
    저는 노인들이 개념 탑재할수록 정치가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가 지지하는 차기후보는 유시민>김근태>정동영>고건입니다.
    지역주의를 제도적으로 없애려면 독일식 정당투표제, 또는 이스라엘식 정당투표제를 도입하면 됩니다.
    2005년 여름에 노무현이 제기한 대연정(동시에 선거구제 개편)이 이루어졌더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한국정치는 지역정당때문에 이념정당이 존재할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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