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환율, 위기라 할 수 있다"
"성장 양극화 발생하고 물가상승으로 국민 다수에 고통"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환율 상승으로 수출 업체는 이익이지만 수입 업체는 어려워진다.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와 환율로 수출이 잘되는 기업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지며 ‘K자형’ 성장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위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도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은 국민 다수에게 고통으로 돌아온다”며,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계층이 압도적으로 많고, 사회 통합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치인 2.1%에서 2.3%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환율 급등 원인과 관련해선 "환율 수준이 1,400원대 초반부터 시작해 미국 달러화가 안정되는데도 한동안 계속 오른 데는 내부적 요인이 컸다"며 대미 주식투자를 지목했다.
그는 '서학개미 책임론'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듯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또다른 대미 주식투자 큰손인 국민연금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큰 손이 됐다"며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의 대미 주식투자 축소를 당부했다.
아울러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화로 평가되는데, 나중에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게 되면 원화가 절상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어떤 수익률로 보상할지 서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조율해주기로 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정책이 작동하면 수급 면에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크고, 금리 격차가 크고, 주식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고, 그런 요인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공개 우려 표명에도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전 거래일보다 2.8원 오른 1,479.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80원을 돌파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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