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적 통일운동 정당으로 타락할 것인가!
[성명]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적 통일운동 정당으로 타락할 것인가!
-한국진보연대(준) 발족에 부쳐
오늘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상설연대체로서의 위상을 지니는 한국진보연대(준)에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전국농민회총연합,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전국빈민연합, 범민련남측본부 등 모두 22개 단체가 참가했다.
한국사회당은 상설연대체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연대운동은 사안별 연대가 초래한 운동역량의 분산성을 극복하고 연대사업의 성과가 축적될 수 있는 상설연대체의 수준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진보적 대중단체, 부문단체, 사회단체들의 상설연대체가 한국 사회의 근접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변혁 프로그램을 공유할 정도로 발전하여, 공동의 정치강령을 형성하고, 통일적이고 집약된 정치투쟁을 벌여나갈 수 있다면, 한국사회의 진보운동 발전의 중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당은 정당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 이의가 없다. 정당은 상설연대체의 건설과정을 통하여 대중단체들에 대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하고 제반 진보적 사회단체들의 경험과 비전을 모아 집권역량을 차근히 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당은 한국진보연대(준) 출범에 대하여 흔쾌한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나아가서 한국진보연대(준)에 참여한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일단 한국진보연대(준)의 정치노선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운동과 민중연대운동의 결합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준)의 강령은 “민족자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 “민중주체의 민주주의”, “6.15공동선언 이행과 자주적 평화통일”, “국제 진보적 평화세력과의 연대”라고 한다. 한국사회당은 일단 통일연대와 구 전국연합의 목표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것 같은 이와 같은 강령이 어떻게 기대하는 바처럼 ‘통일적인 정치투쟁’을 이끌 수 있을 것인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두 단체의 강령들을 병렬적으로 모아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통일연대와 구 전국연합 세력이 한국진보연대(준)을 통하여 진보진영의 제반 단체들을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이들 세력이 한국 사회의 객관적 현실의 변화를 도외시하는 한에서, 그들이 주도하는 광범위한 연대체는 원래부터 불가능한 구상이다. 여기에서 이들 세력이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기획이 없다고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한 기획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 기획이 한국 사회의 객관적 현실에 조응하지 못하며, 패권적이고, 잘못되었을 뿐이다.
지금은 해산한 전국연합은 지난 2001년에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이란 슬로건 아래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 형성과 함께 민족민주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9월 테제'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9월 테제'에 발맞추어 전국연합은 민중연대 조직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민족민주전선체의 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민주노동당에도 대거 입당, 2004년 총선 이후로는 민주노동당의 실질적인 다수파가 되었다. 현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른바 '자주파' 세력은 한국진보연대 본조직을 출범시켜 민족민주전선체를 실질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진보연대(준)이라는 기획에서 드러나는 것은 전국연합류의 민족주의 기획의 비현실성뿐만이 아니다. 한국진보연대(준)의 강령에는 적극적이고 일관된 평화주의와 생태주의가 빠져 있다. 6.15공동선언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지 북한의 핵실험과 핵파국의 시대에 동북아 평화체제의 수립을 위한 시민적 수준의 적극적 평화행동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생태주의의 누락은 오히려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여겨질 정도이다. 변혁운동과 통일운동의 결합을 말하고 있지만 근본변혁의 상은 고사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가장 가까운 당면 과제에 대한 대안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 반한나라당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치장될 뿐이다. 왜 한나라당을 반대해야 하는가의 문제조차 통일 문제만을 중심으로 일면적으로 제시된다. 한국진보연대(준)이 한국에서 그간 민족주의 세력의 정치노선 상의 구태의연함과 조직노선 상의 형식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에서, 기존 민중연대 소속 단체 상당수가 여기에 불참하고 있는 상태는 전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상설연대체 건설이 진보진영의 폭넓은 동의를 구하는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3월로 예정된 본조직 출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이 한국진보연대(준)에 참여한 점에 크게 우려한다. 스스로를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결과물로 자랑해 온 민주노동당은 이제 민족주의적 통일운동 정당으로 타락할 것인가! 한국사회당은 민주노동당의 한국진보연대(준) 참여 문제의 본질이 바로 그와 같은 질문에 놓여 있다고 본다.
다른 당에 대한 외부의 우려는 그저 외부의 우려일 뿐이고, 민주노동당이 한국진보연대(준)에 참여하고 말고는 민주노동당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당이 해야 할 일은 다른 지점에 놓여 있다. 한국진보연대(준) 발족에 직면하여 이제 한국사회당은 한국진보연대(준)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연대체 구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당은 그간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에 동참한 광범위한 사회운동 단체들, 예컨대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 물, 교통, 통신 등 공공서비스의 상품화에 반대해 온 단체들,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해 투쟁해 온 단체들, 빈민운동, 빈곤, 폭력, 성차별에 맞서는 여성운동, 생태주의적 대중단체와 정치단체들, 식량주권을 지키고 생태적 영농을 통해 식량안전을 지키고자 투쟁해 온 농민운동, 진보적 인권운동과 반전평화운동의 제 단체들, 그리고 이주노동자운동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이 모든 힘을 모아 한국 사회의 근접 미래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고, 가까운 장래에 진보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하여 온 힘을 쏟을 것이다.
2007년 1월 9일
한국사회당 상임집행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