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에게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지혜를 배운다
한때 실크의 여왕이라 불리우던 누에산업은 4천년의 역사와 함께 우리 조상들의 얼과 혼이 깃들여 있는 전통산업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5-60대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유년시절에 온 들판을 가득 메웠던 뽕나무와 오디 그리고 자루가득 담긴 하얀 누에고치와 고소한 별미의 번데기를 떠올리게 될 만큼 친근감이 간다. 농번기 농자금으로, 우리네 학자금으로 나아가 외화벌이의 효자 품목으로 그 영광을 누렸다. 이러한 영광은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임금 인상과 중국의 값싼 누에고치로 인해 끝없는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고 해결의 방안은 보이질 않았다. 사양산업의 하나로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양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위기는 기회다’ 라는 말과 같이 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의 기발한 발상의 전환은 잠업인들의 뼈를 깍는 변화의 노력 결과였다. ‘90년대초에 개발한 최초의 먹는 혈당강하제 ‘누에가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양잠의 새로운 길을 예고하고 있었다. 뽕잎분말을 첨가한 아이스크림, 뽕잎차가 속속 개발되었고 세계 최초로 누에몸을 이용해서 동충하초 대량생산에 성공함으로서 값싼 동충하초 쉽게 먹을 수 있게 되는 등 먹는 양잠은 참신한 변화와 함께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누에 수나방을 원료로 만든 천연강정제 ‘누에그라’는 남성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누에고치를 이용해서 만든 보습력이 뛰어난 실크비누와 실크화장품 그리고 부작용이 적은 실크염모제와 입안상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실크치약의 개발은 바르는 양잠으로써의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더우기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부터 인지기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물질을 개발함으로서 고부가 의약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크소재를 이용한 인공벼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농업생물자원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소재로 간주되어 오던 것이 이제는 고부가 첨단소재로 개발하려는 새로운 시도 이다. 누에고치에서 먹고 바르는 양잠으로 이제는 누에몸을 이용해서 고부가 의약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생명공학 양잠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누에가 인터페론도 생산하고 비만치료제도 생산해서 뽕밭이 푸른바다로 변해 몰라볼 정도의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앞으로도 누에는 허물벗기와 변태를 반복하면서 무한한 진화를 계속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미래를 준비하고 열어가는 연구자들의 일이다. 마치 훌륭한 의사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듯이 사라져 가는 양잠산업을 기적처럼 살리고 무한한 발전의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 연구자들이고 보면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 빛을 발하는 것 또한 연구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라져가는 양잠이 화려한 부활로 우리의 사랑을 받듯이 국내외로 전례없는 어려운 지경의 경제와 오늘의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는 모델로서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한다.
기사제공 :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강석우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