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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노노돌봄(5)

far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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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마을 노노돌봄 : 여가봉사형(5)

전남 화순소망노인복지센터 정형림(71세)

도시에서 이주, 종교와 봉사활동으로 노후생활

정형림 할머니는 1937년생으로 올해 71세다. 여수, 순천사건으로 초등학교 3학년 1학기를 중퇴하셨다. 시집와 과일장사 16년, 식당주방일 12년을 하시다가 2001년 남편이 돌아가시면서 생계를 위한 일을 그만 두셨다. 슬하에 5남매를 두어 이 중 4남매는 출가시키고 지금은 당신 명의로 된 아파트에서 직업학교 임시교사로 있는 미혼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정 할머니는 결혼하신 이후로 광주광역시에서 줄곧 도시생활을 해오셨다. 그러던 중 1995년 남편이 기관지와 폐가 나빠지자 공기 좋다는 이곳 전남 화순으로 이사 오셔 13년째 시골생활을 하고 계신다. 정 할머니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파 많이 걷지 못하고 하루 3번 약을 꼭 드셔야만 하는 형편이다. 매월 들어가는 약값만도 30만원 정도 된다. 당신이 벌어놓으신 돈과 미혼의 아들이 보태주는 돈으로 생활은 하고 계시지만 그리 넉넉한 생활수준은 아니었다. 이렇듯 몸도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봉사활동을 생활화하시면서 누구보다 풍요로운 삶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시는 분이었다.

봉사, 젊어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

젊어서부터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집안생계를 꾸려야 했기에 하시지 못했다. 그러다가 손에서 일을 놓으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게 되자 본격적으로 생활의 대부분을 봉사활동으로 보내기 시작하였다. 정 할머니가 다니시는 성당을 통해 독거노인 이동목욕 무료봉사와 아이들을 위한 교통정리를 수년간 해오셨다.

“마음은 항상 젊어서부터 있었는디, 애기아빠가 천식 있다고 했잖아요. 펴도 안 좋으시고 그런께, 내가 어서 아이들 먹여 살리고 가르치고 그러느라...(중략) 결혼해가지고도 한참 (성당을) 못 다니다가 81년도부터 다녔어요. 주일은 안 빠지지만은 (봉사)활동은 못했어요. 애기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인자 우리 (막내)아들 보고 ‘너 졸업할 때까지 일을 하고 고만 둘란다.’ 했는디, 사람이 그게 안되는 거는 안되는데. 그래도 그거 한다니까 그때부터 끊고 봉사활동으로 나갔지요. 노인들 돌봐주는 거 나도 물론 내 생활도 되지만은 봉사고, 노인들 심심하니 안그렇소. 좋은 일 한다 싶어서...‘

지금은 화순소망노인복지센터를 통해 하는 노노돌봄 자원봉사활동 외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점심 도시락 배달, 무료급식 봉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병원에 노인환자들을 돌보신다. 자신 모 하나로 의학이 조금이나마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신도 기증하셨다. 올해부터 시작한 노노돌봄 봉사를 하시기 위해 수혜자 가정을 방문하시던 정 할머니를 만났다. 부드러운 인상에 정갈하게 머리 쪽을 지고 곱게 치마를 입으신 모습이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

맞벌이부부자녀와 사는 할머니의 말벗, 놀이상대, 외출동행

요즘 정 할머니는 걸어서 30분 거리의 아파트에 사시는 86세 된 할머님을 일주일에 3번 방문한다. 관절염으로 걸으시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쉬엄쉬엄 다니신다고 한다. 교회 무료급식에 식사하러 오셨을 때 할머님을 처음 뵀었는데, 집에 들어가면 사람도 없고 혼자 계신다고 하기에 담당자 선생님께 말씀드려 방문하기 시작하였다. 혼자 사시는 할머님이려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들네 부부와 손자, 손녀와 함께 살고 계셨다. 아들내외가 맞벌이를 하고 손자, 손녀는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혼자 무료하게 지내시는 시간이 많았다. 이런 할머님을 위해 정 할머니는 실내에서 옛날에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할머니가 좋아하는 화투놀이도 하고, 어린 시절하고 놀았던 공기놀이, 오자미 놀이 등을 함께 하신다.

“당신이 살아왔던 이야기, 내가 옛날에 봤던 이야기,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 속담 같은 애기, 옛날에 어르신들이 ‘어떤 사람은 효자가 되었네.’ 고런 이야기 하고. 그러다가 할머니가 화투를 좋아하시니까. 화투도 내가 갖고 와서 돈도 잔돈으로 바꿔갖고 와서 돈도 노나 갖고, 돈 따고 그런 게 아니라 천원 지갑에 끼우고 달래는 거지, 천원 모아갖고 치고 또 다 모았다 치고.”

“가족사진을 내서 보시는디 앨범에서 마구 두두둑 쏟아징께 ‘할머니, 내가 고쳐 드릴께요.’ 하고는 풀을 가져와서는 딱 뒤에 풀을 붙여 놓았더만. ‘오매, 이렁께 좋네.’ 그런 거도 봐드리고. 또 꽃을 좋아하시니께 어머니날이던가요. 다녀가면서 조화 갖다가 꽃바구니에 놔둥께 좋아하시고, 좋아하싱께 좋대요. 또 어머니날잉께 할머니가 얼머나 좋아하시는지 몰라 고마워 갖고,”

그런데다 어르신은 어려서부터 앓아온 기관지 천식 때문에 바깥활동을 즐기시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혼자 하루 종일 아파트 실내에서만 생활하기 쉬운 상황에 계셨다. 이런 할머님을 위하여 바깥출입을 함께 하고 인근 교외에 무료급식 가실 때 같이 가시기도 한다. 가족과 살되 혼자 고립되어 지내기 쉬운 할머님을 집밖으로 나오게 해 동년배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다.

아픈 것도 잊게 하는 봉사의 기쁨

봉사하는 4시간 동안 말벗하며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지루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어르신 어깨나 다리를 주물러 드리려고 하면 오히려 어린신이 정 할머니를 걱정하며 하지 말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한다. 노노돌봄 활동은 한 쪽 도움을 주고 한 쪽은 도움을 받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동년배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한다.

“가만히 안 걷는 거 있잖아. 움직이고 그러면 나은데, 쪼가 안거슨게 지루한 거. (중략) 할머니를 주물러 드린다 그러믄 ‘나는 괜찮당께. 돌아댕기는 사람 힘들다. 하지 마라.’ 그러고. 내가 할머니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가 나를 더 걱정한데. 하하. 다리 아프니께 뻗어뻗어 하시면서.”

젊은이들에게 당신이 지도하고 도움을 줄 것이 없지만, 같은 동년배의 어르신들께는 당신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있고 같은 노인이라 서로 말이 통해서 좋다.

“애들은 우리하고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가 알았던 것을 모르는 게 많잖아요. 지금 애기들이 아는 것을 노인들은 몰라요. 노인끼리는 통하잖아요. 그기 좋지. 교통정리는 할 때 여기다 하면 가지 마라 하면 되는디 다른 것을 지도하라 하면 지도할 수 없죠. 지금은 애기들이 더 높아. 지금은 더 높아붕께. 노인들끼리는 똑같아. 연배고 말이 통하죠. 그렇기 때문에 좋죠.”

정 할머니는 무릎통증으로 오래 걷는 게 힘이 들어 집에 오시면 기어 다닐 정도로 힘이 들지만, 자원봉사 할 때만큼은 아픈 것도 잊어버린다.

“물론 힘들다면 힘든데. 진짜 집에 들어 가면은 기어 다니거든요. (중략) 우리 말하자면 교회를 간다, 성당을 간다 하면 내가 간다는 의식을 안 갖고 걸어요. 그러기 때문에 어찌 간 줄 모르게 가고, 여기도 올 때 내가 당신이 데려다 줄라면 주고 말라면 말라는 그런 정신으로 오기 때문에.”

도움을 드리고 또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좋아하시면 그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을 준다. 당신이 드리는 작은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볼 때 하찮은 자신의 존재가 쓸모가 있구나 하는 유용감도 생긴다. 그러기 때문에 정 할머니는 돈을 떠나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동목욕, 노노돌봄의 봉사활동을 하신다.

“목욕봉사 같은 거 다니면, 한 쪽을 못 쓰는 양반 많거든요. 풍에. 그리신 분들도 사람 기분이 좋으면 몸이 가볍잖아요. 그런 거 보면서 어떤 때는 반찬 같은 거 해가지고 ‘놔두고 잡수세요.’ 하고. 목욕봉사를 둘이 가면 할 수 없이 둘이 (목욕을) 시키는데, 한 사람이 더 가게 되면 한 사람은 청소하고 반찬 만들어 드리면 기분 좋아가지고, 그 다음에 가면 ‘나 진짜 맛나게 먹었어.’ 하실 때 그럴 때 기쁨을 어디 다 말해요?”

“나 하나로 인해서 이거 아무 것도 아닌데 얼굴 한 번 들여다보는 것에 이렇게 좋아하시는구나.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필요가 있구나.’ 그것을 느끼면서 살아요.”

일자리사업이라 정해진 봉사시간, 무리한 요구 부담

정 할머니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할 때는 무료급식 자원봉사하는 교회의 차량을 이용하신다. 어르신 댁이 교회근처에 있는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이 차를 놓치게 되면 직접 걸어 다니신다. 식사는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하시면서 얼마든지 해결가능하다. 때문에 봉사활동을 위해 교통비나 식비가 별도로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노노돌봄 봉사활동으로 받으시는 20만원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봉사활동이라 생각하기에 돈과 상관없이 하신다.

“만족은 못 하죠. 한 달에 내 약값이 한 30만원 드는데. 관절주사 맞으면은 거기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리기 때문에. 거기다가 (활동비가) 전혀 없을 때도 (봉사활동을) 했을텐데.”

그렇지만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돈을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규정대로 1주일에 3번, 하루 4시간 등 봉사시간을 지켜야 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워 보였다.

“봉사도 그 시간에 할라면은 힘들지. 그래도 국가에서 돈을 얼마 내 용돈 정도는 주는데 시키는 데로는 해야지.”

도움을 받으시는 어떤 분들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보수를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경우도 있다. 치매할머니의 목욕시키기, 점심먹이기 등은 사실 젊은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진짜로 돈을 주는 사람처럼 별거 다 시켜요. 빨래도 해라. 밥 짖고 방도 다 닦아라. 어떤 사람은 화장실... 저도 처음에는 치매할매였어. 그런디 자부 두 내외가 다 나가버려. 할머니 혼저 계셔. 치매할머니를 혼자 목욕시켜라. 점심 차려줘라. (중략) 그런 분들도 있대요. 가면은 ‘공짜로 하냐.’고. ‘돈 받는 사람이 그러냐.’고. 그러는 분들도 처음엔 많이 있대요.”

노인에기 일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그들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대상자의 선정이나 일의 범위,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배치 등에 대한 지침이나 교육이 사업담당자에게 필요함을 시사한다.

시골은 같은 마을사람끼리 도와야 좋아

정 할머니는 농사일이 없으시기에 봉사활동을 할 수 없지만, 농사가 있는 시골 어르신들은 농사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런 봉사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농촌에서 노인들끼리 돌봐드리는 거 당연히 필요하죠. 근데 농촌에서 농촌사람 돌보기는 어려워요. 80살 먹은 노인들도 자기 밭떼기라도 가꿔야 돼. 그렇기 때문에 누구 봉사 할 여지가 없을거에요.”

화순소망노인복지센터에서는 아주 시골로 봉사활동 하러 가시는 분께는 매일 출석하러 센터에 오지 않고 1주일에 한 번만 오시게 한다. 또 도움을 드릴 분이 있으면 그 마을 주변에 있는 사람을 선정하여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농촌까지 가는 분계시거든요. 그 마을사람, 그 마을 둘레에 있는 사람 잡아라 했거든요. 고부, 원당 같은데 그런 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 오셔. 세 번하고 일주일에 한 번만 와서 도장을 세 개 찍고 가제. 그런 식으로 그 마을에서 파견 내보내야지요.”

“그 마을사람을 써서... 할 사람 있잖아요. 그 짝 뽑아서 수혜자 한 사람 일주일에 한 번 들여다 본다면. 한 사람이 이 집에서 하루 하고 그러면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먼 데까지 복지가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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