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정치권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정치권 불신은 볼리비아ㆍ카메룬ㆍ그리스ㆍ대만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여서, 정치권의 각성이 촉구된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7일 오후 6시(한국시간 기준) 전세계 1백62개국가에서 동시에 이같은 내용의 ‘2006년 세계부패바로미터’(GCB, Global Corruption Barometer)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TI가 매년 발표하는 'GCB‘란 부패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과 경험을 평가하는 대중여론조사로 지난 7~9월 동안 전 세계 1백62개국 국민 5만9천명을 상대로 일제히 실시됐다.
올해 'GCB 결과'의 골자는 ▲유럽과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뇌물 경험이 만연되어 있고, 특히 경찰의 뇌물수수가 가장 빈번하다 ▲정부의 반부패 정책은 대부분의 조사 국가에서 충분치 않은 것으로 자국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 ▲정당과 의회 등 정치권의 부패가 타 집단에 비해 가장 부패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7명은 "정치권이 가장 썩었다"고 응답, 전세계에서 "정치권이 썩었다"고 생각하는 '최악의 5개국'안에 들었다. ⓒ연합뉴스
국민 대다수, “정당과 의회 부패 최악, 종교-언론도 썩었다”고 생각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70%가 “정치권이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분야별 부패인식 정도를 살펴보면 한국 국민들은 정당과 의회에 각각 평균 4.3점, 4.2점의 부패 점수를 매겨, 전세계 평균 4.0(정당), 3.7(의회)점을 훨씬 웃돌았다. 1~5점 사이로 매겨지는 분야별 부패인식 지수는 5점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부패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당과 의회에 매겨진 이같은 '부패인식지수' 랭킹 7위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정당과 의회가 부패했다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종교ㆍ교육ㆍ언론 분야' 등에 있어서도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종교단체에 대한 전세계 평균 부패인식지수는 2.8점인데 반해, 한국의 종교단체는 3.1점을 기록했다. 한국의 교육 분야 역시 세계 평균(3.0)을 웃도는 3.3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언론(3.5점, 세계평균 3.3점), 기업(3.7점, 세계평균 3.6점), 국방(3.2점, 세계평균 3.0점) 분야 등의 부패인식지수가 전세계 평균을 웃돌았다.
시민단체(NGO)의 경우 부패인식지수가 2.9점이 나와 전세계 평균과 동일했다. 하지만 TI는 “1~5점 구간에서 2.5점 이하로 떨어져야 청렴한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것이기에, 한국 국민들은 가장 깨끗해야 할 한국의 시민단체 역시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실제로 뇌물을 준 경험이 있나’는 부패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1백명 중 2명만이 “그렇다”고 응답, 역설적이게도 "전세계에서 부패가 발생하지 않는 가장 깨끗한 국가군"에 속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한국시각으로 7일 오후 6시 전세계 1백62개국에서 동시에 '2006년 GCB'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한국투명성기구가 TI를 대신해 한국에서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김동현 기자
국민 86%, “정부 부패 척결 의지 없거나 되레 부패 조장”
우리나라 국민의 86%는 현 정부의 부패 척결 노력이 '효과적이지 못하거나'(45%), '척결 의지조차 없는 것'(24%)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부가 부패를 조장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무려 17%나 됐다.
이는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세계 평균 비율(38%)과 ‘정부가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16%), ‘정부가 오히려 부패를 조장한다’(15%) 등을 모두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 정부의 부패 척결 노력이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12%로, 이는 전세계 평균(17%)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아-태지역 평균(15%)보다도 낮은 수치다.
앞서 TI는 ▲2006년 CPI(부패인식지수,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1백63개국 중 42위 ▲2006년 BPI(뇌물공여지수, Bribe Payers Index)에서도 OECD 30개국 중 21위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투명성기구’(TI-Korea)는 이번 ‘2006년 GCB’ 결과에 대해 “사회주도층 비리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의 주 원인이기 때문에 법에 대한 엄격한 적용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사회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의지를 보일 것과 국회에서도 하루속히 투명사회협약특위를 재구성해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정치권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