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의 지난 4일 김대중 전대통령 방문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예민하면서도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노-DJ 회동'의 후폭풍이 벌써부터 정치권에 몰아닥치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한나라, 노-DJ 회동 맹비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이라는 것은 책임을 져야하는데 실컷 하다 해산하거나 제 3지대에서 만나겠다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음식을 더 잘 만들 생각은 않고 종업원도 바뀌지 않았는데 간판만 바꾸려 한다. 정계개편은 서민들을 울리는 권력투기꾼들의 떴다방 정치"라고 비난했다.

강 대표는 특히 지난 주말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간의 동교동 회동을 겨냥, "동교동에서 부동산 이야기만 했겠느냐.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라며 "지역에 기반을 둔 정계개편 신호탄을 올린 것으로 해석되며 북핵특사와 남북 정상회담 논의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비난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DJ는 스스로 권력을 잡기 위해 평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 많은 정당을 깨고 만들었는데 정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DJ식 정권 창출을 위한 술수에 불과한 정계개편 논의를 중단해야만 최소한의 국민적 신뢰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DJ 회동을 비난했다.

민주당 "한나라당 속 좁기는..."

반면에 그동안 노대통령에 대한 공세에서 한나라당과 행보를 같이 해온 민주당이 이번 사안에 관한 한은 한나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 '상왕(上王)정치라고 말했다"며 "한나라당이 색안경을 끼고 속 좁은 정치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특검을 실시하고 민주당에서 분당 등 취임 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이제 열린당내에서조차 내몰릴 최대 위기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을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라고 지적하고 싶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노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그래도 한나라당은 정치도의와 품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국가 원로 지도자들과의 회동을 권유하고 이런 회동을 통해 지혜를 모아 노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제1야당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이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일에 뒷다리만 잡는다면 오히려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걱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반응과 대비되는 민주당의 이같은 반응은 노대통령의 DJ 방문이 그동안 반대해온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간 재통합에 대한 찬성 입장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각 정당은 노-DJ 회동에서 오갔을 대화 및 양자회동이 향후 정계개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盧 "DJ, 치열한 삶으로 역사 진전 이뤄"

한편 노 대통령 내외는 4일 오전 11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전시실을 방문해 김 전대통령 내외와 함께 류상영 도서관장의 안내로 도서관 전시실을 둘러본 뒤, 김 전대통령 내외와 함께 동교동 사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2시간 가량 환담을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 전대통령에 대한 극찬으로 일관했다. 노 대통령은 전시실 전자방명록에 “치열한 삶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셨다”고 DJ를 극찬했고, 전시실을 관람한 뒤에는 “김 전대통령께서 살아온 역정의 삶이 보여주는 감동도 크지만, 치열한 삶의 기록들이 잘 모아져 있는 데에서도 감동을 받았다”고 전시내용을 칭찬했다.

오찬에서 김 전대통령은 부동산대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노대통령에게 “서민용 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공급을 해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정부의 주택공급 방향도 그렇게 추진해오고 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더욱 촉진해나갈 방침”이라고 화답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두 사람은 "이번 6자회담에서는 성과가 분명히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특히 북한에 대해 "비핵화선언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강연이나 회견 등을 통해 밝혔던 내용들을 설명했고,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김 전대통령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