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CP "이 정부는 기독교정부인데 왜 기독교 공격?"
"구제역은 칙칙하고 서울사람들은 관심도 없어"
MBC노조는 19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지난 12일 방송된 <PD수첩>의 제작 과정을 상세히 전하며 CP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보에 따르면, 방송 6일전인 지난 6일 취재 PD가 최근 교회 증축 문제로 논란이 빚어진 '사랑의 교회' 건을 다루자고 하자 CP는 '사랑의 교회' 건이 30분 방송 분량이 안된다며 다른 PD에게 '한기총 금권선거와 길자연 목사' 문제를 다뤄보는 게 어떠냐고 의사 타진을 했고, 결국 추가로 PD를 투입해 '한기총과 길자연 목사' 문제를 길게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7일, CP의 결정이 바뀌었다. 한기총과 길자연 목사 문제가 워낙 시끄러우니 다루지 말라는 것이었다. PD들이 어제의 결정과 다르지 않냐고 반발하자, CP는 "한기총 문제를 다루면 방송이 교회 이야기로만 되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 4일전인 8일, CP는 카이스트 자살자 문제와 등록금 문제를 아이템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사전 취재결과 카이스트 문제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뤄질 예정이었고, 등록금 문제는 너무 광범위해 짧은 취재 기간으로는 사례자 섭외조차 불가능했다. PD들은 대안으로 구제역 이후 고통 받는 축산농가들을 내놓았으나 CP는 "칙칙하다"는 말 한마디로 일축했다.
방송 3일전인 9일, PD들이사례자 섭외가 가능하고 현장까지 있는 축산 피해농가를 취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CP에게 읍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CP는 그러나 "구제역은 칙칙하고 서울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며 "국장에게 카이스트와 등록금 문제를 다루겠다고 보고해서 아이템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사례자 섭외가 힘들다고 PD들이 항변하자 팀장은 "어설프게 방송해도 된다"고 했다.
결국 방송 이틀 전인 10일에야 구제역 아이템을 취재해도 좋다는 승인이 나, 12일 방송이 나갈 수 있었다. CP의 우려대로 '사랑의 교회'도 분량이 전혀 모자라지 않았다.
노보는 "일선 PD의 의견이 계속 무시되고 CP의 독단적인 결정이 한 개인의 캐릭터에서 빚어진 일일까? 이 모든 일이 단순히 CP의 변덕에서 빚어진 일일까"라고 반문한 뒤, "핵심은 '사랑의 교회' 아이템이 너무 민감하다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노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위선'에서 이 아이템이 너무 민감하니 절대 문제가 안 되게 방송하라는 것이었다"며 "'이 정부가 기독교 정부고, 불교는 반(反)정부인데 왜 기독교를 공격하려 하느냐'는 말까지 CP가 했단다"라고 주장했다.
노보는 "CP가 현장을 뛰는 PD들의 의견보다 국장과 본부장을 포함한 윗선의 지시에 더 민감한 <PD수첩>의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장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PD들이고 망가지는 것도 <PD수첩> 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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