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대중 "우리는 못말리는 민족"
"영웅은 막말로 하자면 '조작할 수도 있다'"
김 고문은 16일자 <주간조선>에 기초한 글을 통해 지난 여름 베트남의 호찌민 기념관을 찾았을 때 Ikm가 넘는 참배객 장사진을 목격했음을 밝힌 뒤, "문득 우리는 왜 이처럼 국민적 숭앙을 받는 국가지도자를 갖지 못했으며, 왜 그런 인물을 이끌어내지도, 만들어내지도 못했는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있기는 있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등등. 그러나 이들은 역사 속의 위인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짙다"며 "아니, 있는데도 서로가 흠집 내고 깎아내려 국민적 일체감을 흐트러뜨리는 분열과 대립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심지어 세종대왕의 부정적 측면, 이순신 장군의 정치성향, 안 의사 가족의 비애국적 행태 등을 드라마·소설 등을 통해 끄집어내고 부각시키는, 정말로 ‘못말리는 민족’이 아닌가 여겨질 때도 있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라기보다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없는 것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내서 국민에게 교훈을 주는 재료로 삼는 합목적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분들의 개인적 위상을 고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민족으로서 자족감과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막말로 하자면 조작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는 주장까지 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우리는 그러기는커녕 있는 것도 굳이 없는 듯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승만·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은 아직도 기념관 하나 없이 구천(?)에서 떠돌고 있다"며 "결혼한 적이 없다는 호찌민도 그 사생활, 여자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이 그에 대한 국민의 사랑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이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론인 <친일인명사전>으로 화제를 돌려 "근자에 한 민간단체가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어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그 사전 속에는 우리가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건국과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배웠고 또 그렇게 간주해 온 많은 인물들이 친일인사로 분류돼 있다. 어찌보면 그분들이 과거에 했던 어떤 단편적인 행동이나 발언들을 집어내서 국민 모두에게 ‘네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라며 어깃장을 놓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며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설혹 그 분들의 어떤 단편적 행적들이 그랬었다 치자. 그것을 굳이 지금 끄집어내 표면화하는 것이 과연 ‘민족정기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그렇게 해서 얻는 국가적·국민적 이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현미경으로 티끌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우리 과거의 선각자들을 흠집내는 것은 민족 정기와는 무관한 일이다. 나라든, 개인이든 배신자의 수는 적을수록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우리에게는 베트남의 호찌민 묘소나 기념관 같은 것이 없다. 또 있다 해도 그곳처럼 38~40도의 땡볕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며 참배하는 국민적 끈기도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아마도 국민적 추앙을 받는 지도자의 묘소나 기념관 하나 갖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이라는 냉소를 글을 끝맺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