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추진과 관련해 "한국을 더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한중관계 개선 흐름 속에 원론적 입장을 표명해온 중국이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관영매체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도입을 추진하는 핵잠이 중국 억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미군 관계자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17일 전문가를 인용, 한국을 지정학적으로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기자들에게 한국의 핵잠이 '중국을 억제하는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한국을 갈수록 더 위험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국이 핵잠에 대해 북한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거나 역외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 공개적으로 규정짓고 있다. 양측(한국과 미국)은 같은 입장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뤼 원장은 "목표가 순전히 북한 방어에만 있다면 한국은 핵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잠수함을 제공하는 것이 소위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마차에 한국을 더 단단하게 묶는 방법"이라며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와해하는 핵잠은 한국을 고조된 갈등과 위험에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도 한국의 핵잠 도입 추진이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해 일본이나 북한까지도 유사한 능력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핵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 소장은 또 한국의 핵잠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중국 억제 전략에 기여하게 될 경우 "중한 관계에 중대한 불확실성과 부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를 통한 이같은 반응은 중국이 한중관계가 회복 국면에 있고, 일본과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시사 발언으로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에둘러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핵잠 도입 계획과 관련해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고 신중하게 사안을 다루길 바란다'며 완곡한 표현을 쓰며 원칙적 입장을 밝혀왔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커들 총장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은 관련 사안에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했으며 한국과 미국이 관련 사안을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