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미국식 모기지론 도입 추진", 집값 거품 확 빼야만...
미국, 집값의 80% 대출. 30년에 걸쳐 상환. 한국서 도입 가능할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대출만 가지고 어떻게 집을 사느냐는 말이 있다"며 "30·40년 모기지를 도입해 매달 월세를 내면 30·40년이 지나면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당장 40년짜리 모기지를 낸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시범사업이라도 한 번 하겠다"며 "젊은 사람들이 지금의 소득으로 집을 갖고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모기지론이 도입되면 매달 월세를 내며 사는 청년 무주택자들에게 획기적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행 월세는 고스란히 집주인에게 흡수돼 남는 게 없는 반면, 모기지는 돈을 낸만큼 집 지분이 자신의 소유로 남기 때문이다.
'모기지의 나라' 미국에서는 청년층이 집을 구입할 때 대부분 모기지론을 받는다.
모기지론은 큰 자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집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융기관은 구입하려는 집을 담보로 집값의 80%이상을 대출해 준다. 그후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상환해나가면 된다.
직장인들은 월급을 받아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지만 직장을 잃어 상환이 어려워져 3개월 정도의 상환 유예기간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집을 차압 당해 쫓겨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6월말 현재 모기지론 잔액은 9조4천60억달러(1경4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도 보았듯, 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들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벼랑끝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과연 한국에서 모기지론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아파트값이 모기지론을 도입하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월급쟁이가 소득의 30%를 저축한다고 가정할 때 서울의 25평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무려 118년이 걸린다. 상환기간이 30~40년인 모기지론을 도입한다면 거의 월급 전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모기지론이 정착되기 위해선 먼저 아파트 거품부터 확 빼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돼, 금융위의 모기지론 추진이 과연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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