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순번제' 파문, 순서 어겨 임신하면 학대
간호사 5명중 1명 경험, 중절수술하기도
26일 SBS <8뉴스>에 따르면, 3년 전 한 병원에서 한 달 사이 간호사 네 명이 한꺼번에 임신을 했다.
그러자 병원측이 불임 끝에 어렵게 임신한 한 간호사에게 건네진 첫 마디는 "이번에 네 순서가 맞느냐"는 질책이었다.
피해 간호사는 "최우선적으로 축하를 먼저 받아야 될 일인데 부서장이나 위에서부터 대놓고 '네 순서 맞니?', '굳이 이번에 낳아야 되겠니? 남한테 피해 주는 건 생각 안 하고…'"라고 증언했따.
순서에 맞지 않는 임신으로 근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수간호사의 추궁은 임신기간 내내 이어졌다.
피해 간호사는 "'계속 대책을 내놔라' 하면서 정말 애 낳는 날까지 계속 괴롭혔어요. 임산부, 모성보호 차원을 넘어서 인격적으로 인권적인 문제가 너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임신 순번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병원 고위층에서 "수간호사가 임신 순서를 잘 정해서 무리 없도록 하라"는 암묵적 지시를 내리면 임신 계획 중인 간호사들은 눈치를 보며 순번을 정해 임신 시기를 서로 조절한다는 것.
간혹 순번이 아닌데 다른 사람과 겹쳐 아기를 가질 경우 질책을 우려해 몰래 중절 수술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다.
유산 경험 간호사는 "아픈 추억인데요. 출근해서 입덧하는 걸 수간호사가 어떻게 참고 보겠어요? 12주 때에 유산을 시켰어요"라고 증언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 결과, 간호사 5명 중 1명이 이처럼 '임신 순번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시간 가까이 됐고 임신한 간호사 가운데 22%가 야근까지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유산을 경험한 경우도 18.7%에 달했다.
인구 1천명당 우리나라의 간호사 수는 2.37명으로 OECD 평균 6.74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족한 인력에다 불규칙한 3교대로 인한 밤샘근무 등이 임신순번제라는 비인간적인 관행을 낳은 것.
유지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은 "인력이 충원되고 모성보호라는 이러한 중요한 것들이 병원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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