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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인터넷 실명제' 상시화 추진

<공청회> 선거때 외에도 상시적으로 적용

지난 5.31 지방선거 운동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되었던 ‘인터넷 실명제’가 선거기간이 아닌 '상시'에도 계속적으로 적용하자는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상배(경북 상주) 의원은 5일 “‘인터넷 실명제 법안’의 입안을 마무리했다”면서 “내주 중으로 국회에 발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발의 준비중인 ‘인터넷 실명제’ 법안의 정식 명칭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실명확인 및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률'.

이 의원은 법안 발의에 앞서 이 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관련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을 초대해 공청회를 열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실명제 법안의 골자는 ▲주요 포털사이트, 언론사, 방송사, 정당, 공공기관의 온라인 게시판과 기사 등의 댓글 작성시 반드시 실명확인 절차 도입 ▲네티즌들의 해당 게시판이나 댓글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요구할 경우, 해당 댓글이나 의견 삭제 조치 등이다.

또 주요 포털사이트 사업자 등과 같이 인터넷 실명제 법안 도입에 민감한 주요 사업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해 법안의 강제성을 확보했다. 다만 실명확인을 거친 이용자의 경우 ▲게시판 의견 게재 시 현재와 같이 실명 또는 별명(필명)을 사용해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법안은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입법 발의 할 예정인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김동현


표현의 자유 제약 vs 인터넷 익명성 폐해 심각

이 날 '인터넷 실명제'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는 법안을 두고 찬반 양측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법안을 놓고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다.

인터넷 실명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익명으로 올리는 행위 자체도 헌법이 보장한 하나의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이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익명 의견'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통신의 비밀’(18조)의 연장선상의 개념이라는 논리다.

그에반해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이 익명성에 숨어 불법 정보, 허위사실 유포, 욕설 비방 행위로 타인에 대해 법적인 권리침해 행위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실명제 법안 제안설명에 나선 홍진수 변호사는 “인터넷상의 전자게시판 등에 넘쳐나는 댓글 또는 주장이 이미 그 표현방식이 길거리의 욕설들로 도배되어있다시피 할 정도”라며 “이를 통제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법안이 출발한 것”이라고 배경을 들었다.

반면 황성기 동국대 법대 교수는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하여 ‘실명으로만’ 의사를 표현하도록 하거나 혹은 본인확인을 거친 사람에 국한해서만 의사표현의 기회를 부여할 경우, 의사표현의 '위축효과'(chilling effect), 즉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명인증 어떻게? 주민등록번호 도용 막기 힘들어...

또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는 방법을 놓고서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갔다. 법안에 따르면 '실명 인증' 절차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로 한다는 것. 특히 주요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 게시판에 의견을 남기고자 하는 이용자들은 무조건 실명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화 했다.

이에대해 황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라면 모를까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인증을 어떻게 확증할 수 있냐”며 "온라인상에서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의 도용문제가 항상 발생할 수 있다”고 주민등록 번호를 통한 실명 인증 자체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했다.

따지고보면 이러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 인증 논란은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지적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04년 3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이번 5.31지방선거 기간동안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며, 행정자치부가 관리하고 있는 주민등록전산망을 이용한 실명인증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행자부 전산망 이외, 민간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신용정보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실명인증도 허용했다. 선관위가 민간기관을 통한 실명인증을 허용한 배경에는, 각종 포털 사이트와 수백개가 넘는 인터넷 매체 사이트들이 행자부 전산망을 통해 실명인증을 거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공인인증기관이라 할 수 있는 행자부 주민등록전산망을 통해서만 실명인증을 하게한 공직선거법을 선관위 스스로가 위반한 셈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그만큼 주민등록 인증과 관련해 아직까지 기술적, 실효적 한계가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홍 변호사는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대면확인만큼의 정확성은 기대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처럼 물이 전면적으로 더러운 상태에서는 누구든 거기에 뛰어드는 사람은 더러워질 속성이 있는데, 이 법률안과 같이 제한된 실명확인절차를 통하여 어느 정도 자정기능이 갖춰진다면 구정물을 일으키는 사람이 소수에 그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전반적으로 물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가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주민등록번호에 의한 ‘실명인증’의 효과성을 주장했다.

“이제까지 실명제 안해서 사이버 폭력 일어났나?... 이미 대부분 포털은 실명제 실시”

하지만 이러한 찬반 의견을 차치한다해도 실명제 도입에 따른 실효성을 담보하기란 여전히 논란이 따른다.

김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인터넷 상에서 대표적으로 댓글 논란이 됐던 일명 ‘개똥녀 사건’과 ‘임수경씨 사건’을 거론하며 “이들 사건에 소위 악플 논란은 이미 본인확인을 거친 실명제 사이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사무국장은 “결국 이용자들이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타인에 대한 비방과 명예훼손 침해 범죄는 사이버 상에서의 인권보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데서 비롯된 것이지, 사이버상의 ‘익명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김 사무국장은 인터넷 게시판 댓글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 집단은 초등학생, 중학생 등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저 연령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실명제에 따른 처벌 대상이 이들 저 연령층이 많을 경우,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는 무용지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들은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제 인증을 대부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대부분의 명예훼손 사건은 이러한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 규제는 네거티브 아닌 포지티브에서 출발해야...

이밖에도 이 날 공청회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법안’과 관련, 실명제 강제화 조치로 인한 인터넷사업자(예컨대 포털사이트 사업자와 인터넷 언론사 사업자)의 영업 자유 침해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이번 인터넷 실명제 법안은 오는 하반기 국회에서 뜨거운 쟁점 법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상의 욕설과 비방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데에는 인터넷 실명제 법안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양자 모두가 일정정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 댓글에 대한 '정화조치'가 필요한 셈이다.

이를 두고 황성기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입법취지 그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고 또한 정당하다”면서도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인터넷 실명제라고 하는 방법 그 자체가 헌법적으로 허용하기 힘든 방식”이라고 인터넷 실명제 법안을 총평했다.

더 나아가 황 교수는 “국가는 규제가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우선적으로 강제적인 규제하고 하는 네가티브 방식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법 준수 및 권익존중의 문화를 배양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법적, 제도적으로 '규제'부터 꺼내기보다, 인터넷 문화 전반에 대한 우리사회 전체의 자성과 토론이 먼저라는 지적이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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