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출신의 외국인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재팬드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레이싱어는 타자로서 두산베어스에서 활약하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최고의 강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선수가 타이론 우즈(주니치 드래곤즈)의 신화를 투수로서 재현해내고 있다.
우완투수인 그레이싱어는 지난 1998년과 200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2004년에는 미네소타 트윈즈, 그리고 2005년에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즈 등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통산 10승 16패 방어율 5.51을 기록하고 2005년 7월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6 시즌을 14승 12패로 마감하고 야쿠르트로 이적했다.
'실력과 인성 겸비한 최고의 외국인 선수' 평가
야쿠르트에 새 둥지를 튼 그레이싱어는 2007년 한 해동안 야쿠르트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6승 8패, 방어율 2.84라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센트럴리그 다승왕에 올랐고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그레이싱어가 일본에 진출할 당시만에도 그의 성공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초정밀야구'를 구사하는 일본야구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일본에 진출하자마자 단숨에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레이싱어는 190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심, 싱커 등 다양한 구질의 변화구에다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리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한 덕에 아시아 야구와 문화도 잘 이해하고 있다. 야쿠르트의 후루타 아쓰야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도 그레이싱어를 역대 외국인 선수 중에 실력과 인성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로 그를 극찬한바 있다.
그레이싱어, 야쿠르트의 2년간 6억엔 제의 거절. 2년간 최소 7억엔 이를듯
올시즌 그레이싱어에 4천8백만엔(우리돈 약 4억원)의 연봉을 제공한 야쿠르트는 1년만에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FA 블루칩'이된 그레이싱어에게 최근 2년간 6억엔(우리돈 약 50억원)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야쿠르트가 내부원칙상 그레이싱어에게 그 이상의 대우를 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그레이싱어의 이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현재 그레이싱어를 영입하기 위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가 나서있는데다 믿을만한 선발투수 자원에 목말라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까지 그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므로 그의 몸값은 2년간 최소 7억엔(우리돈 약 58억6천만원)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레이싱어가 지난 2005년 KIA에 입단할 당시의 연봉은 30만달러(우리돈 약 2억5천만원)였고, 2006년 14승12패를 기록하고 야쿠르트로 이적할 당시의 연봉이 40만 달러(우리돈 약 3억7천만원)에 불과했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상전벽해' 수준의 주가 폭등이다.
기나긴 부상의 터널 지나 은퇴위기 극복하고 거둔 인간승리의 열매 '재팬드림'
KIA타이거즈에서 활약하던 당시의 그레이싱어 ⓒ연합뉴스
대학시절(버지니아대)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하다 1996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라는 최상위 지명을 받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입단했을 만큼 한때 메이저리그가 주목했던 선수였으나 1998시즌 후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인 토미존서저리를 받았고, 이후 다시 2번의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은퇴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기해 이제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 오르며 '재팬드림'을 이뤄낸 그레이싱어.
그의 '재팬드림'이 더욱 더 값져보이는 이유는 그의 성공이 기나긴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와 은퇴의 위기를 극복하고 얻어낸 인간승리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올해 32세로 투수로서 원숙기에 접어든 그레이싱어가 일본 프로야구의 성공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며 빅리거로서의 성공에 재도전할지, 일본에 남아 '재팬드림'의 달콤한 열매를 좀 더 음미 할지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