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3년9개월 만에 문을 닫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당 사수파들의 저지로 20여분간 개회가 지연됐다.
열린우리당 사수를 지지하는 당원 모임인 ‘지킴이연대’ 등 사수파 당원 4백여명은 이날 개회 1시간전부터 행사장에 집결, 경찰과 대치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열린당 전당대회, 당사수파와 곳곳서 충돌
이들은 ‘손학규에게 민주정당의 가치를 팔아서는 안된다’, ‘잡탕신당 웬말이냐, 100년 정당 이어가자’, ‘원칙없는 잡탕통합 반대한다’, ‘정당개혁 말아먹는 지도부는 사죄하라’는 구호와 피켓을 들고 현장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우리당 지킴이 연대' 등 당 사수파 당원들 4백여명이 행사장 곳곳에서 합당을 반대하는 항의농성을 벌였다.ⓒ최병성 기자
이들은 한때 대의원들이 입장하는 길목을 막아서면서 당직자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험악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들은 시위 도중 김혁규 전 의원이 등장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김혁규’를 연호하기도 했다.
당 사수를 주장하는 김혁규, 김원웅 등 대선 예비후보들도 이날 연설을 통해 민주신당과의 당대당을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김원웅 의원은 당 사수파가 마련한 행사장 밖 연단에 올라 “우리당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게됐는지 참담하다”며 “민주신당과의 흡수합당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국정실패론을 우르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불러온 외환위기로 1인당 국민소득이 7천달러까지 떨어진 걸 2만달러로 올려놓은 참여정부가 왜 국정파탄 세력인가”라고 반문하며 “참여정부 5년간 온갖 특혜와 수혜를 입었던 당 의장, 대표 출신들이 탈당해서 우리당을 비난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정치행위”라고 질타했다.
김혁규 전 의원도 이날 연설을 통해 “당의 존재성마저 부정하고,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를 실패로 규정하는 세력과는 같이할 수 없다”며 합당 반대를 분명히 했다.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인 김원웅 의원은 이날 행사장 밖에 준비된 연단에서 흡수합당을 주장하난 지도부를 맹비난했다.ⓒ최병성 기자
김혁규 "당 사수파와 독자세력화 시도"
김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고 떠난 세력에게 또 다시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지난 민주정권 10년을 부정하는 세력에게 이 모든 것을 갖다 바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당원 모두가 동의 할 수 있는 떳떳한 대통합을 할 수 있도록 전당대회를 취소하거나, 강행한다면 부결 시켜야 마땅하다”며 “전당대회에서 합당안이 가결될 경우 뜻을 함께하는 당원 동지들과 새로운 정치개혁을 희망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독자세력화를 시도하겠다”고 합당안이 가결될 경우 독자신당 창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들 사수파 대선 예비후보들은 사전에 예고한대로 민주신당과의 합당결의에 대한 표결처리를 요구할 예정이다. 표결처리는 현재 대의원 정족수 5천3백47명의 과반 이상이 참석해 찬성투표를 하면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일부 당원들이 전당대회를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대규모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대의원 외에 행사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그리고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사수파 당원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별도의 통로로 행사장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