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임시전당대회가 당 사수를 놓고 엇갈린 대의원들간의 물리적 충돌로 파행을 거듭한 끝에 오후 5시께 마무리됐다.
열린우리당은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의원 2천6백44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신당과의 합당의 건’에 대한 기립투표를 실시, 찬성 2천1백74표, 반대 1백55표, 기권 3백15표로 최종 통과시켰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100년 정당’의 꿈을 창당 3년 8개월 만에 접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열린당 대선주자 일제히 ‘민주신당에서 열린당 창당정신 구현’
그러나 이날 김혁규, 김원웅 의원과 일부 당 사수파 의원들이 합당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계승한 민주신당 건설’을 부르짖어 향후 합당 과정에서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 등 각종 후폭풍이 예상된다.
1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임시전당대회는 행사장 안팎에서 사수파 대의원들의 반발로 진통이 계속됐다.ⓒ최병성 기자
신기남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갖고 호랑이굴로 들어가겠다”며 “신당에 합류해 우리당의 창당정신인 지역구도에 물들지 않는 정당, 상향적 의사구조를 가진 정당, 국민의 미래가 보장되는 선진국가 건설에 매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의원은 “민주신당은 1백43석의 거대정당이이지만 아직 이념이 정해지지 않은 커다란 백지에 불과하다”며 “이 종이 위에 우리가 힘을 합쳐 우리당의 꿈을 그려나가자”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지금 신당에는 아무런 중심이 없다”며 “우리가 중심이 되어 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갖고 깨끗한 참여정신으로 신당에 영혼을 불어넣자”고 말했다.
사수파 당원-대의원-경찰-당직자, 물리적 충돌 이어져
한편 행사장 안팎에서는 일부 사수파 당원들과 합당 찬성 당원들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끊이지 않고 대회장에서도 흡수통합 반대 구호를 외치다 진행요원들에게 끌려가는 대의원들이 속출하는 등 대회 내내 진통이 계속됐다.
특히 행사장 밖에서는 당에서 요청한 경찰병력 3백여명이 대회장 출입구를 둘러싸고 일부 반대 대의원들의 입장을 통제해 격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직자와 일부 대의원들간의 멱살잡이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행사장 안에서는 이경숙 전국대의원대회 부의장이 ‘기립투표’ 방식의 안건심의를 결정하자 이에 반발한 대의원들이 단상 앞에까지 나와 지도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쳐, 안건투표가 20여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행사장 바깥에는 3백여명의 경찰병력이 일부 대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최병성 기자
안건투표에 앞서 벌어진 찬반토론에서는 김원웅, 김혁규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섰고 배기선,백원우 의원이 찬성토론에 나섰다.
김원웅 “이런 싸가지 없는 사람들과 한 식구돼도 국민 지지 못받아”
김원웅 의원은 “지난 5년간 집권당에서 간부라고 폼 잡고 활개치던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나와서 열린당과 대통령의 잘못이지 난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다”며 “이렇게 싸가지 없는 사람들과 한 식구된다 해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혁규 의원도 “그토록 당을 흔들었던 사람들, 참여정부 몸 담었던 분들이 그렇게 쉽게 그것도 원샷으로 흡수통합할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민들도 이미 이런 통합으로는 안된다고 심판하고 있다. 민주신당 여론조사 봤나. 1.2%다. 열린당 지지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백원우 의원은 “제가 진짜 친노 당 사수파로 그동안 당을 리모델링해서라도 지키자고 주장한 당원이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당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원칙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당 결의를 호소했다.
한편 선병렬 사무부총장은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 대의원들의 이의제기가 계속되자 “투표를 반대하는 불순세력들의 집요한 대의원들 입장 저지와 투표반대에도 불구하고 질서있게 투표가 마무리됐다”며 당원들을 불순세력으로 묘사해 대의원 의석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선 사무부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대의원들의 항의를 사자 곧바로 “당원들이 당원도 아니면서 어깨띠 두르고 반대한 일부 세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지킴이 연대 등 반대당원들은 흡수합당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향후 진통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최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