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개된 북핵 제6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수개월내에 핵시설의 완전폐기를 뜻하는 '불능화'를 단행하겠다는 파격적 의지를 밝히고, 회담 참가국들이 이에 호응해 내달 6자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기로 해 북-미 수교가 가공스런 속도로 급류를 타는 양상이다.
천영우 "북한 수개월내 핵 불능화하자 제안"
6자회담 우리측 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숙소인 중국대반점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핵시설 불능화가 내년 8월까지냐'는 질문에 "북한은 불능화를 그렇게 오래까지 끌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수개월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8월이라는 먼 장래까지 바라보는 한가한 사람은 없다"고 덧붙여, 북한이 신속한 불능화를 통해 조속한 북-미 수교를 희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천 본부장은 이어 "북한이 (불능화 대신) 무력화라는 말은 쓰고 있지만 영구적이며 사용불가능하고 비가역적인 상태로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불능화 목적에 대해 이견은 없다"고 덧붙여 북한이 전향적으로 핵폐기 의지를 밝혔음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불능화 대상에 핵무기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핵무기는 폐기 대상이지 불능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 목적은 완전한 비핵화로 하나의 핵무기라도 남겨둔다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다"라고 말해,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전 본부장 전언은 19일 본지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5~6일 북-미수교 뉴욕회담에서 북한의 파격적 제안을 했다고 고위소식통 말을 빌어 전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김계관 부상과 힐 차관보가 만났을 때 힐쪽에서 "먼저 핵사찰을 단계별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묻자, 김계관 부상은 "그런 것 다 중략하고 핵시설물과 핵무기까지 모두 폭발시켜 없애버릴 테니까, 이 모든 것을 일시에 정리해 버리면 미국에선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느냐"라고 충격적 제안을 했다. 장 대표는 "힐은 이런 김계관 부상의 발언을 듣고 당황해 했다고 한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를 지켜본 김계관이 빨리 답하라고 힐을 다그치자 힐이 계속 충격을 받고 말을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거리니까, 김계관이 '다음 6자회담장에 나올 때까지 답을 가지고 나오라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양주역 힐 미 국무차관보와 김계관 북한외무성 부상이 19일 6자회담장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힐 "내달 6자 외교장관회담 추진"
한편 6자회담 첫날 회의에서는 내달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이 나와, 내달 사상 최초로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며 북-미수교가 더욱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일 6자회담 이틀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호텔을 나서던 중 기자들과 만나 "어제(19일) 회의에서 2.13 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이 끝나는대로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6개국 외교장관들이 동북아 안보 논의를 개시한다는 의미에서 처음 모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4월 개최를 희망하지만 스케줄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방북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4월에 예정대로 6자 외교장관회담 형식을 빌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과 북한 외무상(백남순 사망후 공석)간 북-미 외교장관이 열릴 경우 콘돌리자 장관 또는 힐 차관보의 방북이 예상되는 등 북-미수교는 급류를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