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이재오 문제 안돼. '국민 법감정'으로 판단해선 안돼"
민주당 "선관위, 노무현은 안되고 이재오는 된다는 거냐"
일반 국민 다수가 이 장관 발언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것을 마치 법을 모르는 무지의 산물인양 호도하는 '우월주의적 발상'이 읽히기 때문이다. 법 집행은 국민의 법 감정에 기초할 때만 정의롭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초를 선관위가 망각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앙선관위 공보담당관실의 신우용 서기관은 22일 저녁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장관이 친이계 의원들을 소집해 4.27재보선 총력전을 상세히 지시한 것과 관련, "선거 중립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장관이라 하더라도 이 공적 지위가 아니라 사적인 지위에서 이루어진 행위나 당원으로서 정당 내부의 활동이라면 정치 활동과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례와 우리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의 공통된 입장"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04년 총선 앞두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결한 데 대해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하고 이번 이재오 특임장관의 발언이 이루어진 상황을 보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많은 차이가 있다. 당시는 방송 기자클럽 초청의 어떤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그런 발언이 있었다"며 "헌법재판소는 당시 그 기자회견이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에서 이루어졌고, 또 기자회견 내용이 전국에 중계되어 직접 국민 일반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언이라는 점, 그리고 또 반복적 행위라는 점에서 공직 선거법 제 9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에 이번에 이재오 특임장관 같은 경우는 그 언론보도와 현재까지 우리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뭐 일과 후 소속 정당 일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저녁식사, 결국 사적 지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또 소속 당원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 중립 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기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장관이 만찬 다음날 아침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선 "그런 부분들이요, 이게 어떤 적극적으로 어떤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그런 의사표현 방법이 아니라 어떤 언론기관의 초청대담에 응해서 그 질문에 수동적으로 발언하면서 전날의 그런 경위를 해명하는 그런 자리였기 때문에 어떤 능동적, 계획적 요소가 없어서 그런 부분까지는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해석을 했다.
이에 진행자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왜 능동적인 거고 이 장관은 그렇지 않다는 거냐고 묻자, 신 서기관은 "(노 대통령의) 아무래도 그런 부분 같은 경우는 일단 공식적인 지위가 되고 능동적인 지위가 된다.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도 그렇고, 우리가 90년대 이후부터 일반적으로 내려왔던 유권해석의 기조다.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그런 부분들은 공식화된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로서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지 않나? (노 대통령과 이 장관은) 그런 경우는 좀 많이 다르다고 봐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이에 노 전 대통령이나 이 장관 발언을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기엔 똑같지 않냐고 반문하자, 신 서기관은 "사실상 그런 측면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정한 행위에 있어서 그것이 법에 위반되는지 않는지는 그건 법률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일반 국민들의 단순한 법 감정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당연히 선관위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황희 부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어제(22일) 방송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발언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와 달라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법률을 갖고 판단해야지 국민의 단순한 법 감정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며 "대통령은 안 되고, 장관은 된다는 소리인가? 말 안 되는 핑계로, 애써 둘러대는 선관위 직원의 말을 듣다보니, 노무현은 안 되고 이재오는 된다고 하는 것이 편해 보일 듯 싶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선거법 위반 경우가 노 전 대통령 사례와는 다르다는 선관위의 설명이 오히려 의혹만을 증폭시키는 결과가 되었다"며 "이제, 장관이하 공무원들은 국민들이 영향을 받든 말든, 사적지위로 사무실 밖에서 선거운동을 해도 된다는 선관위의 신종 유권해석이다. 만일 문제가 되어 언론인터뷰에서 충분히 설명을 해도 언론취재 차원이므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선관위측 주장이 되어버렸다"며 선관위 주장의 맹점을 질타했다.
그는 "저울이 왜곡되어 원칙이 무너지면, 반칙과 특권이 득세하고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라며 "선거현장에서 가장 중심을 잡으며 원칙을 지켜야 할 선관위가 동일한 사안에 서로 다른 저울을 들이대는 것은 국민과의 신뢰를 선관위가 나서서 훼손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거듭 선관위를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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