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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1천억 비자금' 영장, '출구조사' 본격화

정의선 사장은 불구속, 비자금 수사 예고에 정-관계 초비상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박영수검사장)가 27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정몽구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수사키로 했다.

1천억 비자금 조성 혐의로 영장청구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회장이 1천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오늘 오전 11시10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에 대한 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가 곧 결정될 예정이다. 정 회장측이 심사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기록 검토만을 통해 정 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전날 대검 수사팀이 정상명 검찰총장이 수사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정 총장이 27일 오전 "법과 원칙대로 처리했다"고 밝혀 검찰은 사실상 영장청구 방침을 확인해왔다. 정 총장은 이날 출근 길에 "수사팀의 의견과 다른 것은 없다"며 "오전중에 준비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정 회장 구속여부 등과 관련해 지난 25일 일부 고·지검장 등 검사장 및 전직 간부들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25일과 26일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 주재로 9명의 수사팀이 참석해 회의를 열어 정 회장 부자 등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리방향에 대해 논의한 뒤 "정 회장의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 등을 적시한 수사보고서를 정총장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년만에 재차 구속될 위기에 처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불구속 기소될 정의선 기아차 사장. ⓒ연합뉴스


천정배 장관 "법무부는 중요한 경제부처"

정몽구 회장 구속 결정에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소신도 적잖은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초부터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천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정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만드는 게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는 참 중요한 경제부처"라고 말해 정몽구 회장 구속 찬성 입장을 밝혔다.

천 장관은 이날 "룰을 어긴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잘라야 한다. 룰을 어기면 그 피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돌아가기 때문에 스스로 잘라야 한다. 다 감싸야 경제가 잘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 그룹이 단기간으론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를 계기로 경제정의와 기업투명성이 제고되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소신의 피력이었다.

'출구조사' 본격화, 정-관계 초긴장

검찰은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이날 오후 일괄처리하면서 현대차 비자금 및 기업비리에 대한 수사를 대략 마무리하고, 내달부터 로비의혹 사건 즉 1천억원의 비자금이 어떻게 로비에 사용됐는가라는 '출구 조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정-관계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는 비자금 규모가 워낙 크고,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가 이뤄졌다는 풍문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관계 거물급인사들의 구체적 이름이 거명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출구조사 과정에는 그동안 잠복상태에 있던 김재록 의혹도 함께 수사될 것으로 알려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자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정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 모여 회의를 갖고 정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상경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의선 사장으로의 후계상속이 사실상 힘들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며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에게도 후폭풍이 몰아닥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검찰 발표내용

◆ 정몽구 회장 부자 신병처리

11시10분경 정몽구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의선 사장은 불구속수사키로 했다.

정 회장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이다. 1천여억원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3천여억원 상당의 업무상 배임 혐의다.

구체적 내용은 기소시에 발표하겠다.

◆ 수사팀 입장

수사 및 처리방침 결정 과정에서 총장을 포함한 수사에 관여한 전 검사의 고심어린 검토과정을 거쳐서 처리방침을 결정했다.

우선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 기아차의 대외 신인도 문제와 환율하락 유가급등 등 국가경제적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대 기아차의 경영상 어려움이 과연 어느 정도 있을 것인가 검토하고 고심했다.

아울러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 사회 각계 여러분의 의견을 묻는 등 많은 고민과 깊은 검토를 총장을 포함, 수사검사들이 했다.

그러나 2만달러 시대의 선진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아가 현대 기아차 회사 자체가 아닌 그 기업에 대해 불법적으로 손해를 가한 주된 책임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울러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매우 중하고 더 나아가 현대 기아차의 경영 체제 등을 고려할 때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시 관련 기업 임직원들의 진술 번복 등 증거인멸 우려 또한 매우 높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부득이 하게 구속결정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더욱 증대되고 국제적 기준의 경영문화 정착을 통한 대외 신인도 제고로 우리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란다.

◆ 향후 수사계획

정몽구 회장 등 책임있는 임원의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는 회장 유고로 인한 기업 경영에 차질없게 신중하게 진행하고 비자금 사용처 규명 등 로비 수사는 앞으로 계속한다.

이번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속히 비상경영체제 등을 가동하고 경영조직을 내실화해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 바란다.

이와 같은 기업 관련 비리에 대해서 검찰은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 언론에 드리는 말씀

최근 며칠간 정 회장 신병 처리에 대한 혼선이 있었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하는 대형 경제사건 등에서는 검찰총장께서 사실상의 주임검사로서 직접 지휘하신다. 이에 따라 수사상황이나 제가 브리핑하는 내용도 일일이 총장께 보고드리고 결심받는다.

따라서 중수부가 수사하는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팀 의견이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다.

다만 총장께서 제대로 된 결정을 하실 수 있도록 제대로 보좌하는 것이 중수부다.

따라서 최근 마치 총장과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이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온 것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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