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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생계활동형(3)

far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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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산성면사무소 박정화(71세)

배운 거 가진 거 없어 공공근로 하며 어렵게 생활

박정화 할머니는 1937년생으로 올해 71세이다. 슬하에 4남 2녀를 두셨고 지금은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학교를 다니거나 교육을 받으신 경험도 없고 어려서부터 농사일만 해오며 살아왔다. 시집을 와서 보니 남편 역시 농사규모가 크지 않고 남의 농사일을 돕는 형편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아들 넷 모두 경제적으로 여력을 갖추지 못했고 지금도 형편이 좋지 않다. 다행히 건강은 어디 아프신데 없이 좋으신 편이었지만 다소 기력이 없어 보였다.

이런 형편에 집에 가만히 있거나 얼마 되지도 않는 농사일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오래 전부터 공공근로 일을 해오셨다. 그동안은 도로변의 쓰레기 줍는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노노돌봄 활동을 하고 계신다. 일주일에 3번, 수혜자 어르신 댁까지 왕복 1시간 정도를 걸어 다니시는데 다소 힘들다고 하신다. 박 할머니는 말수가 적고 자기를 잘 표현하시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셨다.

집에만 있으면 돈 못 번다는 생각에 시작

박 할머니는 노노돌봄 활동을 하시기 전에 쓰레기 줍는 공공근로 일을 오랫동안 해오셨다. 할머니는 그마저 없으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논도 얼마 되지 않고 시골에서 남의 농사일 도와서는 힘겹고 돈벌이도 쉬지 않아 생게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는 논도 없고 밭도 골짜기라서 기게도 안 들어가고, 사람 노력으로 하니. 그래서 영감 할매 살아있을 때도 일을 하는 게 안낫나.”

“아들도 넷이나 되고 하니 웬 걸. 나한테까지 이일이 돌아올라 생각도 못했는데. 아들도 뭐 공무원도 하나 없고 벌이는 (일) 갔다 오면 하루하루 먹고 이카니께네. 그러니 이웃 사람들이 집이(당신)는 (돈벌이) 해야 된다. 그런 이유지. 뭐 딴거 없지.”

조그마한 농사일 외에는 아무런 수입이 없는 남편 역시 박 할머니의 활동을 독려했다고 한다. 생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편도 그카지요. 남편도 할 일 없고 농사일 그거 쪼매하니. 뭐 아무 수입도 없고 밭만 붙이니 그러끼네. 아이고 도와주기도 하고 가봐라 이러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그동안 쓰레기 줍기 공공근로를 지원했는데, 어느새 면사무소의 쓰레기 줍기에 대한 지원자가 대폭 늘어나는 통에 인력의 효율적 배치 차원에서 노노케어사업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에게 쓰레기 줍기와 돌봄활동 중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물어봤더니 돌봄활동이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대답이다.

“하는 일 별로 없어요. 얘기도 하고 심심하면 마당 지신도 좀 뽑아보고 그렇게 하지요. 수건이라도 하나 빨 것 있으면 빨아주고 없으면 놀다 가고.”

서로 말수가 없다보니 말벗이 곤란

사업담당자의 소개로 지금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처음에는 대상자에 대한 정보 없이 누구인지 모르고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예전에 할머니와 안면이 있던 분이였다. 한 동안 안 본 사이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었다. 농촌노인들의 건강은 이렇게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이 할매는 옛날부터 본래 계 모아 놓은 것도 있고 해서 알고. 막상 와 보이니께 형님이대. 건강하더니 와 저키 그러노 싶으고. 깜짝 싶으지 뭐.”

수헤 어르신과 같이 사는 아들이 있으나 체구가 작고 농사일도 잘 할 줄 모르다. 이제 수혜 어르신도 연로하여 농사가 버거워 이웃의 일가에게 내어 주었다. 식사와 살림 등 기타 생활이 어려워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다. 두 분은 전에 알았던 사이인데도 서로 말수가 적다보니 활동하시는 박 할머니도 고역이다. 말벗활동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여쭤봤다.

“옛날 살았던 얘기하고 그렇지 뭐. 이래가 어야노, 언제 낫을라나 이라고 그카고 지내지 뭐.”

두 분이 전부터 알던 사이라 수혜 받으시는 어르신 역시 사정을 봐주신다고 당신이 아파 수발을 받으셔야 함에도 오지마라 하신다. 그 속에는 “힘들다. 안 와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어 있다. 서로의 늙음을 외면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눠 가진다.

“(수혜를 받는 어르신도) 맨날 성가신데 뭐 하러 오노. 오지마라. 안 와도 된다. 오지마라 이런 소리 하지요. 저래 자꾸 앓아도 말은 맨날 그래 해요.”

마음 써 주시는 할머님이 고맙고 당신은 말재간이 없으니 텔레비전을 같이 보기도 하신다.

“말벗도 하는 게 안 좋은 게, 이 형님(수혜 어르신)도 자상하게 잘 이야기하는 성품이 아니고 나도 좀 그런 게 있고 서로 그렇지 뭐.”

그렇게 말수가 적은 성품의 두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텔레비전. 이렇게 그저 와서 안부를 사리고 앉았다 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문밖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농촌노인의 외로움이 살짝 비켜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첫 대면 때 보다 좋아져

수혜 어르신을 처음 봤을 때는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는데 방문 활동을 계속하면서 많이 좋아지신 걸 느낄 때는 기쁘다. 그래서 노인의 병은 관심과 돌봄,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서 많은 부분 치유가 되지 않나 싶다.

“처음 볼 때 보다 많이 나은 것 같아요. 처음 볼 때는 진짜 얼마나 저만치 저래가 어야꼬 싶더니. 지금은 세수하고 거고 머리감는 거고 전혀 손 못대게 하고 자기 손으로 다 한 대요. 이렇게 변한 것을 보면 기쁘지요.”

그런 변화를 보면서 기쁘다는 박 할머니. 다른 활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면이나 건강적인 면, 그리고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면에서 만족도가 높아보였다.

본인의 적성에는 쓰레기 줍기가 더 맞다는 생각

그러나 박 할머니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해주셨다. 자신의 적성을 생각하면 대화 위주의 노노돌봄 활동 보다는 말 없이 할 수 있고, 또 여럿이 다니며 할 수 있는 쓰레기 줍기가 더 적합하다고 하신다.

“다음에는 쓰레기 하는 거로 바꾸는 게 낫지. 아무래도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자유로 모두 하는 게 안 앗겠나 싶기도 하고.”

“쓰레기 줍는 거는 친구가 어울려 다니면서 이리 가자 저리 가자 하고. 그기 낫기는 낫지. (노노돌봄 활동은) 혼자라서 외롭지.”

그래도 박 할머니는 노노돌봄 활동에 불만족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경험에 비춰볼 때 다른 활동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하는 게 좋다고 한다.

“괜찮고 만족스러워요. 나라 돈도 없는데 그만치 여러 군데 돈 가르는데 우리한테 잠깐 반종일 다니는데 많이 바래가 되나? 만족하지.”

박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 노노돌봄 활동이 다른 활동과 구별되는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혼자 1대 1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화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이 두 가지 면에서 자신이 하고 싶고 또 감당할 능력이 있는 분들이 이 일을 맡아 활동하게 한다면 더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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