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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생계활동형(4)

far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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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삼호읍사무소 김복림(78세)

75세부터 공공근로하며 혼자 생활

김복림 할머니는 1930년생으로 올해 78세이지만 곧 여든이 되신다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연세에 비해 훨씬 젊어 보였다. 영암에서 나고 자라 결혼도 영암에서 했고 지금까지 영암을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다. 학교도 가보지 못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웃으신다. 학교도 가보지 못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웃으신다. 종교도 없다. 남편과 14년 전에 사별하여 혼자 살고 있고 슬하의 5남매도 모두 출가했다. 다행히 역시 혼자되어 가까이 살고 있는 세 살 위 언니와 자주 만나며 적적하지 않게 지내고 있다.
젊어서부터 농사지으며 워낙에 없이 살았다. 동네 다른 동년배 분들은 가진 전답에 심어놓은 무화과를 따느라 요즘 한창 바쁘지만, 김 할머니는 땅이 없으니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살기가 넉넉하지 않다.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받는 20만원이 한 달 고정수입의 전부이다. 이외에 아들네들이 조금씩 보태주는 돈으로 세금 내고 먹을 쌀 사서 생활하신다. 허리가 아파 일주일에 한 번씩 골다공증 약을 드시는 것 외에 특별히 아프신 데 없이 정정하고 건강하다. 할머니 마당의 화단, 반달반들한 마루, 깨끗하게 정리된 안방은 한 눈에 김 할머니가 보통 깔끔하신 분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봉사라는 건 모르고 돈 벌려고 시작

김 할머니는 노노돌봄 활동을 하시기 전에 도로주변에 풀 메는 공공근로 일을 3년 동안 해오셨다. 일흔 다섯 살이 넘어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을 걸어 다니면서 쪼그려 앉아 일하시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위험하고 힘들어 보인다. 김 할머니는 이렇게 힘이 들지만 그것마저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 그렇지만 노노케어사업 일자리는 나이든 자신이 더더욱 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니 중풍이 있어 수족을 쓰지 못하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 젊은 사람에게도 상당히 벅차 보였기 때문이다.

“돈 벌라고 했제. 옹색헌께. 돈 벌라고. (중략) 저기 도로 나무 밑으로 풀 메러 댕기믄 인쟈 그렇게 목욕시키러 댕기는 사람 있습디다. 영암서 돕디다. 거보면은 저 모가조 동네라고. 보면은 골다공증이 다리로 와가지고 수족을 못써요. 젊은 사람들이 죽어나더라고요. 그 사람들 씻길라믄. 그래서 그란 것 보고는 그런 일은 해내기 무섭다하고 마다했더니...”

읍사무소 담당선생님이 ‘연세 많으신 분들께 건강겸 해서 활동 하시라고 주는 일’이고, ‘힘들게는 하시지 말라.’하여 노노케어사업의 활동을 올해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나이든 어르신 댁을 방문해서 돕는 일이 도로변 풀 뽑는 일과 매 한가지로, 김 할머니께는 모두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지 남을 돕는 봉사라고 여겨본 적은 없다. 봉사라는 것은 지금껏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하시고 받으시는 돈이 빠듯하지만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그나마 그거라도 없으면 아쉽다.

“봉사활동 안해 봤어요. 전혀 안해 보고. 그런 생각은 전에도 못해 봤지. 못해보고. (중략) (한 달 일하고 나면) 17만원 좀 못 찾는가 모르것소. 그놈도 아쉬운께 그놈 타다가 쌀독에 풀고 세금 내고 반찬조각 사먹기도 적어.”

자식들은 김 할머니가 이 일 하시는 것을 모른다. 매일 하는 일이 아니고 가끔 내려오니 모르기도 하지만, 김 할머니 스스로 자식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행여 자식들이 어머니 고생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질까 하는 김 할머니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을 돌봐주는 일이 봉사가 아니라 돈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애기들은 (자식들은) 몰라요. 멀리 산께 모르고. 날마다 하는 일이 아니라 한 번씩 내려온다 해도 몰라요. 나 혼자만, (중략) 나도 알리고 싶도 안하고.”

들일도 아니고 집안청소, 빨래는 수월

김 할머니는 읍사무소 담당선생님의 소개로 현재 82세이고 혼자 사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여성노인을 돌보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알게 된 분이다. 가끔 물리치료 받고 신경통약 드시는 것 외에는 혼자 장 보러 가시고 건강하신 편이다. 오래 전에 혼자되셨다. 딸은 넷이나 되지만 출가하여 멀리 강원도에 살고 가까이 있는 딸도 자주 오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 할머니는 이런 할머님을 위해 시간에 맞춰 집안청소와 빨래를 도와주고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온다. 힘든 들일을 해보셨기 때문인지, 혼자 사시는 노인의 집안일을 도와드리는 건 수월하다. 특별히 노인을 돌보는데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다.

“가서 마당도 싹싹싹 쓸어주고 옷도 벗어놨으면 빨아주고 이부자리도 그런 거 있으면 빨아주고 방청소 다해주고. 그라고 인자 다 해 불면 노인하고 안거서 놀기도 하고 애기도 하고 재밌어요. 하하하. (중략) 마당도 쬐깐하고 무리하는 일은 없어. 만날 노는 것이여. 노인하고 얘기해주고. (중략) 들일이 아니고 집안에서 노인 혼자 계신디. 아따매 수월해. 뭐 일할 것도 없어.”

처음에는 할머니가 고약하다는 소문에 염려도 했다. 그런데 잘 해드리니 이제는 ‘같이 늙었는데’ 하며 김 할머니를 생각하고, 일자리 사업 기간이 끝나면 못 볼 것을 벌써부터 서운해 하신다.

“처음에 노인한테 가는데 썸벅썸벅 합디다. 그래서 노인 비유 못맞추겄다 했는데 사겨보니 좋더라고요. (중략) 노인이 성질이 고약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랑께 노인이 그렇더라고여. 눈알이 쌈박쌈박 맨숭맨숭 하드라고여. ‘아, 노인이 그라고 생겼구나.’ 하고 ‘빨래할 거 있으면 내 노시오. 어디 청소하라? 이부자리 청소하라?’ 한께로 ‘나도 늙고 집에도 늙었는데’ 하데요. ‘그것은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도와주러 왔은께 다 말하소. 해 드릴께.’ 그랬어. 그렇게 앉아서 한께 좋아지더라고요. 다 좋아. ‘이제 한 달만 가믄 다 가는데(노노케어사업이 끝나는데) 서운하고 심심해서 어째 쓸까?’ 그래. (중략) 아주 서운해서 죽고 못살아. 그간 몰랐는디.”

적지만 돈벌고 건강하게 다닐 수 있어 좋아

일자리가 있어도 나이 들어 못하지만, 노노돌봄 활동은 돈은 적어도 김 할머니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좋다. 혼자 살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특별히 다닐 일도 없건만, 일자리가 있어 건강하게 걸어 다니며 활동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어려운 노인들을 도와주고 그분들이 좋아하니 기분도 좋다.

“아니 집에 있으면 가만히 잇잖아요. 가만히 앉었잖아요. 그란데 그 일자리가 있은께 왔다갔다 건강하고. (중략) 혼자 적적한디. 내가 돈도 벌고 활동도 하고. (중략) 다른 일자리는 나이 묵어 못하고. 돈은 적어도 노인들한테 댕기며 노인 도와주고 나도 돈벌고 건강히 돌아 댕기고 좋지.”

버스타고 다녀 불편하고 사업기간 끝나면 일부러는 못가

수혜 할머니 댁을 가려면 버스를 10분 정도 타고 가야 한다. 버스비만 해도 한 번 갈 때 마다 2,900원이 든다. 도로변 풀 뽑으시던 일에 비해 수월해서 그렇지 차비르 빼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다.

“차비 주고 그란께. 차비 떼면 별것도 아니여. 버스 타고 그러면. (중략) 그 사람들은(도로변 풀 뽑는 노인들은) 차비 안들고 하잖아요. 한 동네서 하잖아요. 300번 타고 간께 2,900원. 오고 가고. 그런 게 불편해요.”

그러다 보니 노인일자리사업 기간이 끝나면 수혜 할머님 댁을 맘은 있어도 일부러는 갈 수 없다. 그래서 내년에는 같은 마을의 노인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일부러는 못가지요. 차비가 많이 든께. 일부러는 못가요. (중략) 여기는(지금 가는 할머님 댁을) 가려면 차비가 많이 들고, 이 동네로 갈 사람은 그 동네 가까운 데로 배치해주면 하는 맘이 있어요. 명년에는 그리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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