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독자들께서 채우는 공간입니다.
가급적 남을 비방하거나 심한 욕설, 비속어, 광고글 등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농촌의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생계활동형(6)

farmlove
조회: 788

경북 군위 산성면사무소 김지생(73세)

시골에서 텃밭농사 지으며 혼자 생활

김지생 할머니는 1935년 생으로 홀해 73세. 옛날 일본에서 초등교육까지 받으셨지만 우리글은 모르신다. 22살에 시집와 살기 시작한 이곳 군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셨고 슬하의 3남 2녀를 두셨다. 자녀분들 모두 출가하고 남편은 일찍 돌아가시어 현재 시골집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과 일자리 봉사로 생활하신다. 마당 텃밭에 소일거리로 농사를 조금 지으신다.

김 할머니는 신경통으로 불편하시지만 병원도 멀고 병원에 한 번 가면 진료차례 기다리다가 버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한 번 버스를 놓치면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 때문에 병원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병원도 멀고 자녀들이 같이 있지 않고 차도 없으니까, 몸이 아파도 병원 한 번 못 가요. 여기는 한 번 아프면, 병원 한 번 갔다 하면은 진료하는 차례가 있잖아요. 차례차례 하다 보면, 버스시간 넘어 버려요. 넘어버리면 다음 차 탈라하면, 3시간 반씩 기다려야 해요. 그 땜에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못가요. 힘들지요. 한 번은 병원에 갔었는데 12시 버스를 놓쳤어요. 그거 안 타면 못 와예. 그래가 인자 3시 반까지 기다리다 아들한테 핸드폰 치니 아직 회사에서 일하는 기라. ‘엄마 나는 가면 7시 돼야 나가는데.’ 그래가 뜨겁기는 뜨거운데, 3시간 반 기다리다가 점심 굶고 그래 왔다니까이. 그래가 암만 아파도 병원에 안가. 병원에 한 번씩 갈라 하면 힘들죠.”

단비 같은 일자리

산성면사무소 담당선생님으로부터 알게 된 노노돌봄 봉사는 할머니에게 정말 절실한 일자리이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이 봉사활동으로 받으시는 보수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같이 고맙고 달다. 그래서 왕복 3시간 가량의 거리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면사무소 선생님이) 해보겠느냐 해서 좋다 했지요. 그래가 했지요. 저기 저 선생님이 해줘 가지고, 나한테 해줘서 돌아오니까 감사하다 했는거 뿐이지요. 자식들한테 받는 거는, 아들도 넉넉하지 않아가지고...”

자제 분들이 계시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어서 용돈이 귀하다. 그러기에 할머니의 활동 보수는 참으로 달고 만족스럽다. 겨울동안 쓸 보일러의 기름값을 번다는 만족감에 뿌듯하다.

“겨울 되면은 기름 값이 워낙 비싸니까. 기름 넣으면 기름 한 드럼에 14만원 하던가. 일년 겨울에는 내도록 떼야 하니까, 그래 목돈 많이 들고. 많이 도움이 되지예.”

인생을 같이 살아온 친구처럼

요즘 시골살이가 그렇듯 당신이 짓는 농사일이 없으면 우두커니 있어야 하고 사람이 귀해 같이 놀 친구도 없다. 그런데 노노돌봄활동을 하시는 김 할머니는 요즘 일주일에 세 번 친구를 만나는 마음으로 수혜 어르신 댁을 방문한다.

“사람이 귀하잖아요. 바쁘니까. 농촌에 사람들이 농사 지으니까 노는 사람이 없잖아요. 혼자 있으니 사람이 그리우니까, 젊은 사람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나 사람 같으면 이야기 하고 싶고 그거죠. 딴 거는 없어.(중략) 화투 칠 때도 많았는데, 요새는 안 쳤다 아입니까? 이 할머니는 얘기 잘 하세요. 할머니가 얘기 참 잘 하셔. 옛날 지나간 얘기도 하고 별 얘기 다 하지 뭐.”

수혜 어르신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고 김 할머니를 친구처럼 대한다. 내 힘든 거는 남도 힘들겠다 싶어 못하게 하신다. 이렇게 말씀 잘 하시는 수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바느질도 해가 드리고. 해드리고 싶지만 힘이 드는 거는 할머니가 못 하게 하시니까 얘기하고 앉았다 가고.”

지금은 김 할머니의 집에서 20여 분 떨어진 곳까지 걸어 다니신다. 운동하기에 좋다고 생각하여 예전에는 1시간 20여분을 걸어 다니신 적이 있다. 그래도 돈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불만이 없으셨다.

“그때는 1시간 20분씩 걸어서 다녔는데, 그래도 불만 없었어예. 돈을 한 달에 20만원 받는다고. 그때 할 때 버스를 타고 싶은데 20만원 받아가지고 버스로 오고 가고 하면 별로 그거 하다(남는 게 없다) 싶어가지고, 한 번도 버스 안 탔어예. 아따 되게 멀디만은.”

그렇게 멀리 1시간 넘는 거리를 왕래하시며 돌보던 할머님이 그만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어선지 어르신 자녀가 김 할머니 댁으로 안부전화도 했더란다.

“그래도 그 할머니 떼고 오니까 섭섭더라카이. 전화 몇 번 해도 전화 안 받더라고. 그 집 자손이 전화 왔더라고예. 아고 아지메가 우리 어머니한테 얼마나 잘 했는데 너무 섭섭하다 하시며 전화 았더라고예.”

당시에는 그렇게 멀리 걸어 다니시며 하셨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멀게는 못 다니겠십디다. 봉림2동 갔는데예, 거는 1시간 20분 걸었어예. 왕복 2시간 20분 걸렸어요. 뜨겁기는 뜨겁고 참말로 애 먹겠십디다. 거는 너무 멀어가지고. 그 할머니는 양로원에 들어가버려서 이리고 왔지만, 하동 경찰을 만나서 차를 태워 주는데, 어디 갔다 오느냐케가 얘기 했거든예. 오토바이나 자전거 타면 좋을건데, 그런 거는 나올 수 없느냐 이카더라고예. 그래서 오토바이를 하나 샀었거든예. 옛날에 잘 타고 했기 때문에. 그런데 나이있으니까 정신이 깜짝 거려서 못 타겠더라고예. 그걸 3일 타니까 편케 잘 갔다고기는 하는데, 차가 맞은편에 많이 오잖아예. 당황해서 안 눌릴 것 눌러서 핑 날리뿌더라고. 그래가지고 아들이 퍼뜩 갖다 물리뿌서예.”

할머니는 짧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왕복을 하실 정도로 의욕적이였다. 이제 신체기능이 떨어져 예전 같지 않지만 수혜 할머님과 규칙적으로 만나는 것이 당신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저도 심심하니까. 농사짓는 거 마당에 쪼금하고 이카이끼네. 사실상 집에 할 게 없다카이. 큰 농사를 못 지으니까.”

서로에게 의지하고 살피면서

서로 같이 늙어 가는 처지라 봉사를 떠나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있다. 이렇게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이 농촌지역 단독가구노인 부양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웃간에 사흗날을 안 나와가 아파 누워 봐야, 들여 다 보는 사람이 없거던예. 서로가 바쁘니깐에. (중략) 지금은 우리 마을만 해도 앞을 못 보는 할머니가 계신데, 아들 딸 여러 남매 되고 잘 살고 그래도 같이 안 있으니까, 가스를 못 켜가 밥을 못 해 자시고. 그 할머니도 도움을 줬으면 싶으더라고. 심심해가 우리 붙잡으며 어데 가노? 따라 가까 이라니끼네. 그 집에 돌봤으면 싶데.”

“안타깝더라고예. 된장도 하나 못 끓여 잡수시니까 혼자서는. 며느리도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며느리가 한 번씩 오는데. 요새는 농촌이나도시도 그렇겠지만 자녀들이 암만 여러 남매 있어도 부모 모시고 있는 사람이 드물어요. 우리도 한 5남매 되지만은 제사나 오고 설, 추석이나 오고 그렇지. 보고 싶으면 내가 전화하고, 저거도(자식도) 전화는 하지요. 해도 아들 있으니까 바빠노이 부모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그것도 아주 떼돈 벌어 부자 같으면 그하겠는데. 빠듯이 벌어가 아들 교육시키고 하면, 어마이 용돈 주는 것도 어렵다카이.”

자원봉사와 용돈벌이가 함께

나이 들어 돈벌이를 한다는 것이 힘든 일일 텐데도 이렇게 활동 하시는 것이 참 좋다.

“촌에 앉아 있는 사람이 뭐를 알겠습니까? 국가에서 하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대로 그대로 하면 되는 거지요. 애로사항도 문제점도 없어요. 다른 사람은 있는가 몰라도 우리는 없어요. 계속 할 수만 있으면 좋지예. 나이 많은 사람이 한 달에 20만원이 그것도 큰 돈이예요. 더 주면 손이 적어 못 받겠능교만은도.”

같이 늙어가고 있기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도움을 드리는 분 입장에서도 내가 필요하고 쓰임이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면 어려울 것 없이 서로 통하게 된다는 김 할머니.

“노인들 하고 이렇게 하는 거는 노인들이 더 낫지요. 이물 없고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심 되잖아요. 나쁜 점은 마음먹기 나름이고요. 이웃 사람이고 낯선 사람이고 간에 마음먹기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면 아무것도 할(어려울) 거 없지예.”

댓글쓰기 목록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