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4천여명 학살한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 사망

미국 지원하에 1973년 칠레 아옌데 정권 전복 쿠데타

재임기간중 4천여명의 민주인사를 학살해 '칠레의 독재자'로 악명높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0일 심장질환 합병증 등으로 사망했다. 향년 91세.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지난 1973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를 통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시키고 정권을 잡은 뒤, 1990년까지 철권통치로 칠레를 이끌어온 대표적 친미 독재자. 그는 퇴임후 소송이 재기됐지만 끝내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10일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칠레 국군통합병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주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입원 긴급수술을 받았던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퇴임 후, 재임시절의 인권탄압과 부패혐의 등으로 수차례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의 퇴임 이후 설립된 위원회의 공식 조사에 따르면,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최소 3천1백97명이 정치적 이유와 관련해 사망했으며 아직까지 당시 체포됐던 1천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수만 명이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국외로 망명했다.

또 지난 2004년 미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피노체트는 1천7백만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해 비밀 계좌에 예치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의 가족들은 칠레 정부에 의해 세금 탈루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피노체트는 지난 달 자신의 91번째 생일에서 “이전에 발생했던 모든 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적이 있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정식 재판에 회부되진 않았다.

피노체트에 대한 소송을 진행해 왔던 우고 구티에라즈 인권변호사는 “범죄인인 피노체트가 그의 재임기간동안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났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도 성명을 내고 "피노체트의 사망은 칠레와 다른 모든 곳의 정부에 대해 경종이 돼야 한다"며 "이번 일은 피노체트가 저지른 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말해 그에 대한 재판이 열리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막후 지원했던 미국 정부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피노체트 집권 기간 동안 사망한 희생자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피노체트 재임 시절에 대해 “칠레 역사상 가장 힘든 시절을 대표한다”며 “우리의 마음은 피노체트 집권 기간 동안에 희생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