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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DJ 공격 중단하고 지역화합해야

[김진홍의 정치in] <18>

김대중(DJ)과 김영삼(YS). 군사정권 시절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정치 지도자 반열에 화려하게 등장하고,민주화 운동에 온몸을 바쳐 결국에는 차례로 최고 권좌에 오른 이 두 사람이 요즘 최악의 관계다.

북한 핵실험이 계기가 됐다. YS는 DJ의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퍼주기로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면전에서 DJ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반면 DJ는 햇볕정책이 무슨 죄냐고 강하게 반문한다. 북핵문제는 북.미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북핵실험 이후에도 혼란이 없는 것은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시킨 햇볕정책 덕분이라는 논리다.

북핵 실험 이전에도 YS는 DJ를 겨냥해 '독재자'라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때 DJ는 가급적 반응을 삼가하면서 확전을 피하려 했다. 지금도 YS는 공격하고,DJ는 이를 무시하려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여하튼 티격태격하는 두 전직 대통령을 보는 마음은 우울하다. 그렇잖아도 전직 대통령 가운데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을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국민적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없는 국가에 사는 국민들 마음은 무겁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 모두를 놓고 보면 DJ와 YS가 상대적으로 국민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그래서 견원지간처럼 보이는 두 전직 대통령 관계는 더욱 실망스럽다.

아울러 두 전직 대통령 가운데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이 큰 DJ의 경우 북핵실험 이후 현실정치에 복귀한 듯한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유감이다. 북핵실험으로 위기에 처한 햇볕정책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DJ의 간절한 소망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여당의 불행은 민주당과의 분당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 뒤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방문해 '무호남,무국가(호남이 없으면,국가가 없다)'라는 글귀를 남긴 점 등은 자신의 '정치 불개입' 공언을 스스로 뒤엎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또 이달초 노무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DJ 사저를 찾아 오찬을 함께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는 위기에 처한 '준비안된' 노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이었던 DJ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로 보이지만,DJ가 향후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등의 해석을 낳고 있어 결과적으로 DJ의 모양새도 구겼다. 야당에서 DJ에게 '상왕(上王)'정치를 한다고 비난하는 빌미를 제공한 건 DJ 본인이다.

이렇듯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는 존경받는 국가원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현실정치는 잊고,망국병인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으라는 것이다. 국가원로로서 여생동안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힘을 합친다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좁디좁은 한반도 남쪽에서의 지역주의는 국론통일의 최대 장애물이며,국가 도약을 더디게 하는 중요 원인이다. DJ와 YS가 각기 대통령 재직시 지역주의를 타파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의 위력은 아직도 여전하다. 차기 대선에서도 지역주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한나라당의 서진(西進)정책과 영남에서의 지지세를 늘리려는 열린우리당의 동진(東進)정책이 아직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도 역설적으로 지역주의가 엄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각 정당이 차기 대선 전략을 짜면서 지역연합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지역주의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래서는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에는 두 사람 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본다. DJ는 호남,YS는 부산.경남이 지지기반이다.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영.호남은 물론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주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고,정치권에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촉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차 두 전직 대통령에게 주저함이 없이 존경의 뜻을 표하고,정치권은 지역주의 철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무언가 결과물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현재 두 사람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DJ-YS 연합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최근 숨을 거뒀다. 호적상 DJ는 1926년생이고,YS는 1927년생이다. DJ의 실제 나이는 이보다 많다는 게 정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사심을 버린채 노구를 이끌고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국민들은 "저렇게 훌륭한 전직 대통령들이 있으니 살맛난다"고 환영할 것이다. DJ와 YS,그들이 자신들을 대통령 자리에 오르도록 지지해준 국민들과 국가를 위해 무언가 바람직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위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1 33
    ㅈ진실

    역사는 억지로 되지 않은다
    영남의 역사는 호남의 역사를 부정하고 짓누르는데 있기에 화해가 불가능하다.화해의 역사가 이뤄져야지 필자처럼 역사가 정의로와질거지만. 국민의 바램도 그거지만 우리네 정치가들은 분열과 보복과 고집으로 까있어서가 문제다. 그 뒤에는 지역주의를 엄호하며 기생하는 일부 지역민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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