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MB는 개발독재 신봉자"
"일관성 잃은 정책이 최악", "MB-재벌 밀월여행 종착역"
이준구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지만, 이 정부의 본질은 결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정치적 편의에 의해 잠시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편승했으나 어떤 굳건한 믿음 위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겉으로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 내막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바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극도의 혼란을 빚은 외환시장 개입이나 통제에 의한 물가안정 시도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라며 "그 뒤로도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전혀 걸맞지 않은 정책 개입을 일삼아 왔다. 최근의 ‘대기업 때리기’는 신자유주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 정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생생한 예라고 할 수 있다"며 MB정권의 계속돼온 관치경제를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재미있는 것은 대기업이 자기네들은 할 만큼 했는데도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고 불평한다는 사실이다. 힘이 없어 정부에 정면으로 대들지는 못하지만 자못 불만스러운 눈치"라며 "이제 정부와 대기업의 밀월여행은 차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반 동안 펼쳐진 MB정권의 대기업 우대 정책에 대해서도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함으로써 중소기업도 살고 서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너무 순진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며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하는 정책이 그런 선순환을 가져오리라고 믿은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갖가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의 경제가 신자유주의자들이 쓴 교과서대로 움직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솔직히 말해 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신화를 전혀 믿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면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헛된 감언이설일 뿐"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빚는다. 일단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기로 결정했으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일관성을 잃은 정책이 최악의 정책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MB정권의 갈짓자 행보를 질타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
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거창하게 내건 구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바로 여기에 임기 중 평균 7%의 경제성장이라는 공약을 실현시킬 비결이라도 있는 듯 말이다. 그러나 임기가 채 반을 넘기기도 전에 갑작스레 ‘대기업 때리기’로 태도를 바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태도가 표변한 것을 보고 도대체 이 정부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러 번 지적한 바 있지만, 이 정부의 본질은 결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정치적 편의에 의해 잠시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편승했으나 어떤 굳건한 믿음 위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 자신도 그렇고 그 밑의 정책담당자들도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개발독재 시대의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다. 그 가치관에 따르면 시장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단지 관리와 순치의 대상일 뿐이다.
겉으로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 내막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바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극도의 혼란을 빚은 외환시장 개입이나 통제에 의한 물가안정 시도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다. 그 뒤로도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전혀 걸맞지 않은 정책 개입을 일삼아 왔다. 최근의 ‘대기업 때리기’는 신자유주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 정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생생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되돌아보면 정부 출범 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순수한 신자유주의적 신념에 기초해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의 혜택을 받는 대기업들이 어떤 대가를 지불하기를 바라고 취한 대가성 정책이었을 뿐이다. 그 대가란 7% 성장이라는 허황된 목표의 달성을 위한 무조건적인 협조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겠지만, 정부 출범 초 대통령과 만난 재벌 총수들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약속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화답했던바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두 측의 이해관계가 찰떡궁합처럼 잘 들어맞는 듯 보였다.
지금 정부가 대기업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기업이 자기네들은 할 만큼 했는데도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고 불평한다는 사실이다. 힘이 없어 정부에 정면으로 대들지는 못하지만 자못 불만스러운 눈치다. 이제 정부와 대기업의 밀월여행은 차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데 소홀히 해왔다는 정부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또한 경제가 웬만큼 성장했는데도 서민의 살림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청년 실업의 문제도 여전하다는 데 대한 걱정도 이해가 간다. 정부가 이런 정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데 대해 공연한 트집을 잡을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함으로써 중소기업도 살고 서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너무 순진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이제 와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을 보면 정부도 뒤늦게야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기업에 혜택을 집중하는 정책이 그런 선순환을 가져오리라고 믿은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갖가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의 경제가 신자유주의자들이 쓴 교과서대로 움직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기 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구조 확립이라는 문제를 먼저 해결했어야 했다. 물론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뒤늦게 대기업 때리기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일시적으로 중소기업에 양보하는 제스추어를 쓸지 모르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본질적인 상생구조의 확립이 중요한 과제이며, 신자유주의의 비좁은 틀을 벗어나야만 그 해결책이 비로소 눈에 보일 수 있다.
일관성을 잃은 정부의 최근 행보는 시장을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믿음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보이면 사람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지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그 한 예로 모 고위인사는 어떤 대기업이 ‘사상 최고이익을 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는데, 겉으로나마 신자유주의를 추구한다고 내거는 정부의 고위인사가 할 말은 절대로 아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그널이 그나마 안정되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한 번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좀체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해서도 무척 초조해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의 성장률이 7.6%로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큰 기대를 걸기 때문인 듯하다. 이 정부의 출범 첫 해인 2008년의 성장률이 2.2%, 그리고 2009년의 성장률이 0.2%에 불과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 시절 평균 4.4%의 경제성장을 했는데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던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두해 동안이나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살림살이가 좋아졌다고 느낄 리 없다.
물론 첫 두 해의 낮은 성장률에 대해 이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살림살이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7.6%를 성장했다 하더라도 지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겨우 6.3%밖에 성장하지 못한 셈이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이 모두 독차지해서 서민의 살림살이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속도 그 자체가 늦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의 기록적 성장률과 관련한 자신감이 정부로 하여금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게 한 또 하나의 동기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우리의 경제정책은 이런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대기업 당신네들은 뭐하고 있느냐는 우월감이 작용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런 우월감을 느껴도 좋을 만한 충분한 근거는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못 하다고 본다. 7.6%라는 성장률이 훌륭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성공적 경제정책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일어난 직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1998년의 경제성장률은 -6.9%로 떨어졌으나, 바로 그 다음 해인 1999년에는 9.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성장세는 다음 해로도 이어져 2000년의 성장률도 8.5%나 되는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도대체 어떤 경제정책을 썼기에 두 해에 걸쳐 9.5%와 8.5%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까라고 경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의 정부가 경제정책의 측면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두 해에 걸친 높은 성장률은 -6.9%라는 낮은 성장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5%의 잠재성장률을 가진 경제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런 수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사정에 의해 일시적으로 뒷걸음치면 다음에는 더 강하게 앞으로 나가는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경제정책의 정상적인 수준에서 운영하기만 하면, 경제 안에 존재하는 바로 이와 같은 힘 때문에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보통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올 상반기에 기록한 7.6%라는 높은 성장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2.2%와 0.2%라는 두 해에 걸친 낮은 성장률을 디딤돌로 삼아 경제가 일시적 반등을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감히 그런 착각은 하지 않겠지만,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인해 7%대의 높은 성장률 기조로 바뀐 것이 결코 아니다. 경제 안에 존재하는 힘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주요인이었다면, 사실 정부보다는 대기업의 공헌이 상대적으로 더 큰 셈이다. 대기업들이 건실한 경영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해 왔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2,3년의 짧은 기간 안에 나타나기는 힘들다.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 해서 곧바로 서민들의 소득이 눈에 띄게 더 커지는 것도 아니고 고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고작 2,3년 실시해 보고 조급하게 성과를 재촉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신화를 전혀 믿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면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헛된 감언이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빚는다. 일단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기로 결정했으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일관성을 잃은 정책이 최악의 정책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갑작스런 대기업 때리기가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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