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2명의 야구대표팀 명단이 지난 4일 발표되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번 대표팀 최종선발에 대한 불협화음이 일고 있어 한국야구의 아시안게임 3연패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순수 국내파 22명으로 대표팀 선수구성 완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22명의 명단 대부분은 국내프로야구 무대에서 그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로 구성되어있고, 아마츄어 선수는 연세대에 재학중인 투수 정민혁이 유일하게 포함되어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병역면제를 고려한 병역미필 선수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우승이라는 성과를 고려, 김동주, 홍성흔(이상 두산베어스), 이병규(LG트윈스), 박재홍(KIA타이거즈), 구대성(한화이글스) 등 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획득, 그리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획득 과정을 거치며 대표팀에 크나큰 공헌을 했던 '어제의 용사들'이 모두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합류여부로 관심이 모아지던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은 무릎부상으로 제외되었고, 미국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추추트레인'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외야수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기량적인 측면에서 국내 정상급 야수들과 비교할때 기량검증이 덜 되었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그러나 추신수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네티즌들사이에서 잘못된 결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고, 김동주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동주, WBC 참가해 경기도중 어깨탈골 부상당해 FA 자격취득 날려
우선 김동주의 도하행 거부입장은 야구팬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김동주는 '일본킬러'로 통하는 거포로서 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4할 타율에 2홈런 6타점,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3할1푼3리 타율에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야구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견인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그는 내야땅볼 타구를 쳐놓고 1루로 전력질주하는 과정에서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쳤고, 그 이후 정상적으로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올 시즌 후 취득할 예정이었던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마저 물건너 간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김동주가 국가의 명예를 위해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플레이하다 부상을 당한 만큼 그의 FA 자격취득을 도울 수 있는 방법 마련에 나섰으나 구단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사실상 무산되었다.
WBC에 출전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했다면 당연히 얻어지는 FA자격을 국가를 위해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다 부상을 당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동주로서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야구팬들도 김동주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지난 3월 WBC 한국대표팀과 대만대표팀 경기에서 김동주가 어깨탈골 부상을 입고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신수 '기량검증 부족' 이유 엔트리 제외에 야구팬들 반발
추신수의 엔트리 제외를 두고도 전문가들과 팬들이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비록 '플래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있으나 당당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실력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만으로 선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시애틀 시절에 비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이후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공수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추신수 본인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로 뽑아주면 영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또한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구단도 "안보내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밝혀온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엔트리 탈락소식은 팬들을 적지 않게 실망시킨 것이 사실이다.
김재박 감독은 "국내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할 때 추신수의 기량이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신수가 박재홍, 이병규, 이진영(SK와이번즈) 등 주전급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용규(KIA타이거즈), 이택근(현대유니콘즈) 등 백업요원들과 비교할 때도 과연 기량이 떨어져 탈락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추신수 탈락, 국내 병역미필 선수들에 대한 우선배려 추측
결국 추신수가 이들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탈락한 것은 국내프로야구 선수로서 병역미필선수인 이용규와 이택근, 그리고 미국무대에서 활약중인 병역미필 선수 추신수 사이에서 대표팀 코칭스텝이 국내 선수에 대한 우선배려를 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일본과 대만이 WBC와 비교할 때 더욱 더 강한 전력을 구성해 참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대표팀의 경우에도 해외파들이 제외된 순수 국내파들로 대회를 치르게 된다.
비록 최정예멤버가 아니라고는 하나 일본의 두터운 선수층을 감안할 때, 그리고 우리에게 2004 아테네 올림픽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안긴 대만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선수구성 초기의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아시안게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