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경선과정에 논란이 된 '친박'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에 나섰다.

강재섭, 대표비서실장에 미래모임의 박재완 의원 임명

강재섭 신임 대표는 13일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에 소장-중도파로 분류되는 박재완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전에 당의 소장-중도파가 중심이 돼 결성한 '미래모임'의 간사를 맡아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 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는 등 당내에서 중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김애실, 윤건영 의원 등의 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박세일 사단'의 일원으로 17대 국회에 들어왔다.

강 대표의 이 같은 인사는 "소장파를 중용하겠다"는 방침을 본격적으로 실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 지도부가 보수일색으로 구성됐고, '친 박근혜'라는 꼬리표를 떼지 않으면 당내 분란이 더욱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이다.

일각에서는 강 대표에게 부여된 두명의 최고위원 지명도 친박 라인이 아닌 인물들로 구성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김형오 "나는 무계파 의원",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친이'에 가까워

이날 선출된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던 천막당사 시절 당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대표를 보좌했던 '친박계' 인사이나 스스로를 '무계파 의원'이라고 강조하며 당내 통합에 나섰다.

그는 1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는 과거에도 가까웠고 지금도 그렇다. 천막당사 시절,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 박 전 대표의 애국심, 순수성 등 인간적인 면에서 매료됐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스스로를 '무계파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치에서 계보정치가 없어져야 민주주의, 정당발전, 정치안정이 온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3명 모두와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경선에 나선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존재도 '친박'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 신임 정책위의장은 어느 계보에 속해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친이(親李)그룹이 모여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회장 심재철 의원) 소속이기 때문에 '친박'이라기 보다 '친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이재오 의원이 불만의 표시로 잠적하는 등 '대리전' 논란이 예상보다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공정'한 이미지를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