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가 3일 금산분리 완화에 기본적 합의를 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투자부문, 외환은행 등을 둘러싼 재계-금융계의 인수쟁탈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인수위-금감위, 금산분리 완화에 합의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금감위의 업무보고와 관련,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 금감위 측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으며, 인수위는 산업자본에 대해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비판 가운데 재벌옹호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다양한 형태의 펀드나 여러 중소기업이 합쳐 컨소시엄을 이루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장만수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 "원론적 차원에서 완화를 해야 하지만 여러 산업자본이 들어올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감독제도를 어떻게 강화할 지 논의가 있었다"며 "기본적 측면에서 완화를 하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산업자본 지분율을 10%로 할지, 15%로 할 지 등 구체적 사안까지 가지는 않았다"며 "펀드나 컨소시엄 형태 등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 문제는 은행법, 금산법 등을 고쳐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금감위는 법률 재개정 권한이 없다"며 "그런 권한은 재경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 금산분리 문제의 핵심 논의주체는 재경부여야 한다. 내주에 재경부 업무보고에서 본격 논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수위와 금감위는 신용불량자 회복과 관련,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변인은 "빠른 시간 내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며 "신용회복을 통해 새로운 자립기회를 주는 것은 새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고 말해, 이 당선자 취임을 전후해 신용사면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장만수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 "당선인이 공약에서 대사면 대상자로 7백여만명을 말한 것은 은행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숫자를 그렇게 본 것"이라며 "그러나 정확한 숫자는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하면서 신고를 받아야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있지 않겠나 본다"고 말했다.
인수위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따라 재계의 오랜 숙원이던 은행 소유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은행 창구 모습.ⓒ연합뉴스 대기업의 '은행 간접소유' 가능해질 듯, 4대은행 쟁탈전 본격화
이날 인수위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금산분리 완화의 한 방안으로 의결권 지분율 확대 방안외에 "다양한 형태의 펀드"를 언급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와 금감위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각 기업들의 지분 총합이 30%를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한다'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요건을 완화해 대기업들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위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대기업의 은행 소유 길을 열어준 뒤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투자부문 등의 민영화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렇게 될 경우 현재 론스타가 시장에 내놓은 외환은행 인수에도 대기업이 참여할 길이 열린다.
인수위가 이같은 방침을 정함에 따라 향후 금융업을 신성장산업으로 정하고 있는 재계가 앞다퉈 합종연횡 형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고, 외형 경쟁이 한창인 시중은행들도 뛰어들 게 불을 보듯 훤해 금융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국민 비판여론 및 학계-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 과정에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