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 배럴당 90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48달러(1.7%) 오른 배럴당 87.61달러에 거래를 마쳐 6일째 급등했다. WTI는 장중에 배럴당 88.20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88달러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에 비해 1.44달러(1.7%) 오른 배럴당 84.19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에 84.49달러까지 올라 1988년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인플레를 감안한 가격 면에서도 지난 1981년 3월에 기록한 84.73달러(당시 가격 37.48달러를 현재 달러화 가치로 조정한 가격)의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다.
최근 유가 폭등의 주범은 터키의 북부 이라크 침공 위협. 터키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의회가 17일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한 이라크 북부에서의 작전수행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터키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 군사작전에 나설 경우 이곳에서 터키로 향하는 파이프 라인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세계 3대 산유국중 하나인 이라크의 석유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가뜩이나 혼미한 이라크 사태가 터키와의 전쟁 돌입으로 더욱 혼미해지면서 중동 전역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 백악관은 즉각 고유가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고유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은 틀림없다"면서 "고유가가 에너지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가정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우려를 표시했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OPEC는 현 수준의 유가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펀더멘털이 현재 높은 수준의 유가를 떠받치고 있는 게 아니며 시장에 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급등의 책임을 석유시장에 몰려든 국제투기자본 탓으로 돌림으로써 증산에 나설 생각은 없음을 내비쳤다. 내달 1일부터 하루 산유량을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는 OPEC는 추가증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가가 연일 폭등을 거듭하자,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1만3912.94로 전일대비 71.86포인트(0.51%)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763.91로 16.14포인트(0.58%) 내렸다. S&P500 지수 역시 10.18포인트(0.66%) 하락한 1538.53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