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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복심, '권노갑-박지원' 투톱 가동

<분석> 권노갑 '2007대선 암장군' vs 박지원 '대북 헤게모니'

박지원, 4년만에 DJ 비서실장으로 컴백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16일 김대중 전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공식직함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비서실장.

김전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박 비서실장은 김 전대통령의 강연, 저술, 해외방문 등 국내외 각종 활동을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박 전장관은 대북송금 특검 사건으로 구속된 지 4년만에 김 전대통령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그는 내달 5~6일 예정된 김 전대통령의 전북대 강연과 5월 독일 방문에 수행하는 등 본격적 대외활동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김 전대통령이 최근 강한 의지를 밝힌 방북이 실현될 경우 김 전대통령의 방북도 수행할 예정이다. 북한당국도 앞서 여러 차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DJ 특사'로 활약했던 그의 방북을 희망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사면복권 축하 모임에서 박지원 실장과 권노갑 전의원이 상석에 나란히 앉아 이들이 동교동의 양대 축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연합뉴스


박지원-권노갑 양대체제 구축과 DJ의 속내

'DJ의 입'을 불리는 박 비서실장의 공식 컴백으로, 동교동은 박지원-권노갑 양대 축으로 재편됐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과거 라이벌이던 상도동계가 거의 와해된 것과 비교하면, 외형상 동교동계의 '화려한 부활'이다.

문제는 과연 동교동계가 잃어버린 옛날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이다.

동교동계는 분명 '정치적 부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달 22일 권노갑-박지원-설훈 사면복권 축하모임 때 권노갑 전고문은 "상도동은 소멸했지만 동교동은 이처럼 건재하니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DJ의 속내. DJ는 외형상 정치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범여권 인사들을 만나선 부단히 '분당이전의 민주당 복원'을 지시하고 있다. 최근 DJ 동의를 얻어 4.25 전남 신안-무안 재보선에 출마한 차남 김홍업의 출마의 변도 '분당이전의 민주당 복원'이었다. DJ는 한화갑 대표 시절의 민주당에 대해 "내가 40년간 일군 민주당을 이렇게 왜소하게 만들다니..."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DJ의 속내는 분명하다. '분당이전의 민주당'을 복원함으로써 한국 양당체제의 한축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은 물론, 한국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권노갑이 '김홍업 출마'를 밀어붙인 이유, 'DJ 파워 테스팅'

DJ의 속내를 정확히 읽고 행동하는 이가 다름아닌 권노갑 전고문이다. 그는 출감후 대외적으론 정치엔 관심없다며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180도 반대다. 여론의 거센 반발과, 떨떠름해 하는 범여권 반응에도 불구하고 김홍업 출마를 밀어붙인 주역도 다름아닌 그다.

김홍업 출마 강행은 일종의 'DJ 파워' 테스팅이자, 과시다. 김홍업에게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주는 것은 시급한 일이 아니다. 내년 4월 총선때 달아줘도 된다. 실제로 김홍업 출마에 부담을 느낀 범여권 일각에선 "내년에 공천을 주거나 전국구 자리를 주면 되는 게 아니냐"고 제안하며 동교동측에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권 전고문은 김홍업 출마를 밀어부쳤다. 그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정치세력들이 어떻게 대응하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이나 탈당파들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다. 'DJ 파워'를 의식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박근혜 등 유력 대선주자들조차 모른 채 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17일 사설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김씨 출마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아 당선을 도울지도 모른다고 하고, 민주당은 아예 김씨를 영입하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런 일을 보고서도 말 한마디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며 "모두 정당 깃발을 내려야 할 정당들"이라고 질타했을 정도다.

정치권 반응만 본다면, 권노갑의 'DJ 파워 테스팅'은 성공한 모양새다. 2007 대선에서 'DJ의 힘'을 과시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암장군' 권노갑의 '정동영 칭찬'

권 전고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범여권후보들을 향해서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얼마전 김원기 전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칭찬하며 큰 정치인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정동영계는 물론 범여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정 전의장은 2000년말 '정풍운동'으로 권노갑 퇴장을 주도한 당사자. 때문에 권 전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경우 '손볼 1호'라는 게 정설이었다. 권 전고문은 실제로 옥중에 있을 때 자신이 정 전의장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했던 얘기를 흘리는 등 감정을 표시해왔다. 이런 마당에 나온 권 전고문의 칭찬은 그가 범여권 전체를 아우르는 '광폭의 정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원(舊怨)을 따지지 않을 테니 내 밑에 모이라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인 것.

2000년 12월 정풍운동 당시 정면격돌했던 정동영과 권노갑. ⓒ연합뉴스


권 전고문은 감형으로 풀려나기 전에도 '옥중 정치'를 해왔다. 그는 지난 4년간 의정부 형무소에 갇혀 있었으나 때로 건강상 이유로 시내 병원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곤 했다. 이때마다 민주당 김모 의원등 현역 정치인들이 그를 찾아 '2007 대선전략'을 상의해왔다. '호남-충청 서부전선' 구축을 위해 호남에선 누구, 충청에선 누구를 내세워 경합을 시킨 뒤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식의 상의였다.

권 전고문은 그동안 잊혀진듯 했으나 막후에선 범여권을 쥐락펴락해온, 일본 정가의표현을 빌면 '암장군(暗將軍)'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권 전고문은 '2007 대선의 암장군', 즉 범여권 정권 재창출의 막후주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박지원의 '롤', DJ의 '한반도 해빙 헤게모니' 쟁취

동교동계 양대축 가운데 하나인 박지원 비서실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권 전고문이 DJ 후광을 활용하면서도 DJ와 일정 거리를 두며 자신의 '세'를 구축하는 현실정치인이라면, 박 비서실장은 김 전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절대적인, 말 그대로 'DJ맨'이다.

박 비서실장의 '롤'은 대북관계로 보인다. 요즘 주목해야 하는 현상중 하나가 '한반도 빅뱅'을 둘러싼 DJ와 노무현대통령간 미묘한 신경전이다.

2.13합의후 한반도 빅뱅이 거세게 진행되면서, 김 전대통령이 최근 '대북 특사'를 맡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애원해도 "대북 특사는 노 대통령 측근이 맡아야 한다"고 거리를 두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같은 시기에 나온 이해찬 전총리와 함께 방북했던 친노직계 이화영 열린당 의원의 발언. 그는 방북후 "북한이 DJ 방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DJ 특사'에 부정적인 청와대 속내의 표출이다. 남-북-미-중 4국 정상회담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더이상 DJ의 도움은 필요치 않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여기에는 대선국면을 맞아 'DJ 파워'를 확대하려는 동교동계에 대한 청와대의 따가운 시선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이같이 미묘한 시점에 박지원 비서실장이 컴백한 것이다. 그것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비서실장이란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달고. 북한은 박 비서실장에게 상당한 채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를 맡았던 까닭에 대북송금 특검으로 오랜 기간 옥고를 치러야 했던 데 대한 채무감인 셈. 이에 북한당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박 실장의 방북을 초청해왔다.

박 실장은 'DJ 방북'을 적극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필요하다면 'DJ 방북'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이 먼저 방북할 것이다.

동교동계는 '한반도 해빙'은 노무현 포용정책이 아닌 DJ 햇볕정책의 결과물로 믿고 있다. 노무현 대북정책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부시의 강경정책에 휘둘려 갈짓자 걸음을 해왔다는 게 동교동계 시각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남북정상회담 등은 전폭 지원하되, 어디까지나 한반도 해빙의 원조는 DJ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DJ 왕따'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동교동 생각인 것이며, 그 역할을 주도할 인물이 다름아닌 박 실장인 셈이다.

2000년 8월 언론사 사장단과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파안대소하는 박지원 당시 문광부장관. ⓒ연합뉴스


이처럼 동교동계의 '권노갑-박지원' 양대축은 뚜렷한 역할 분담에 기초한 DJ 복심의 표출이다.

문제는 국민여론이다. 정치공학은 아무리 정밀하다 할지라도 국민여론에 기초할 때만 기대한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홍업 출마 강행은 국민여론에 역행하는 대표적 정치꼼수다. 국민은 장기판 '졸' 정도로 여기는 발상이다. 과연 동교동의 '화려한 부활'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차갑게 지켜볼 일이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7 9
    고부

    호남인들만 죽는거지
    저놈들은 지 아가리밖에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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