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순 미국의 중간선거를 계기로 미국의회에서 주장되고 있는 양자대화가 준비될 수 있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11월 미국 중간선거보다 북핵문제에서 큰 변수는 없다."(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오는 11월7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바라보는 여야의 공통된 시각이다. 11.7 중간선거를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뿐 아니다. 2003년부터 3년여간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무장세력도 18일 대대적 공세로 11명의 미군을 사망케 하는 등, 11.7을 겨냥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란도 유엔 안보리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를 추진하자 미국 등 서방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며 핵개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세력들이 일제히 11.7을 겨냥해 부시대통령을 압박하는 총공세에 나선 양상이다.
2002년 한국을 방한해 주한미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테러와의 전쟁 승리를 확신하던 부시 미대통령. 그러나 그로부터 4년후 그는 외교-내정 실패의 부메랑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의 관심 집중된 11.7 선거
오는 11.7 중간선거에서는 1백명의 상원의원 중 34명, 4백35명의 하원의원 전원, 36명의 주지사를 새로 뽑는다.
현재 미국 의회의 상-하원은 모두 공화당이 1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원의 경우 2백28석 대 2백7석, 상원의 경우 51석 대 49석으로 공화당이 모두 많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2석 이상을, 하원에서 11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미 상-하원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고, 부시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궁지에 처하게 된다.
주지사의 경우는 현재 50개 주지사 가운데 공화당이 현재 27개 주를, 민주당 21개 주, 무소속이 2개 주를 각각 차지하고 있어 역시 '여대야소'다. 따라서 공화당 23명, 민 주당 11명, 무소속 2명 등 총 36명의 주지사를 새로 뽑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현재보다 5개 주 이상 주지사 숫자를 늘리면 지방정치 또한 여소야대를 만들 수 있다.
부시 실정에 공화당 아성 줄줄이 붕괴, 상원선거 민주당 우세
판세는 어떤가.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현재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 모두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우선 상원의 경우 1백개의 상원의원 지역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49곳과 48곳에서 앞서고 있으며, 테네시주, 미주리주, 뉴저지주 등 3곳 접전지에서는 오차 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으나 이들 3개 지역 모두 민주당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의 해럴드 포드 후보 대 밥 코커 후보가 맞붙은 테네시주의 경우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신선한 이미지의 포드 후보가 50%로 47%를 얻은 코커 후보에 처음엔 3%포인트 앞섰으나 최근엔 1%포인트로 좁혀치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클레어 맥카스킬 후보 대 공화당의 짐 탤런트 후보가 맞붙은 미주리주 역시 지난 1일자 갤럽 여론조사에서 맥카스킬 후보가 48%로 45%를 얻은 탤런트 후보를 3% 포인트 앞서고 있으나 아직 박빙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스 후보와 톰 킨 주니어 후보가 맞붙은 뉴저지주 역시 10일 조사에서 메넨데스 후보가 킨 주니어 후보를 49%대 45%로 4%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역대 '공화당 아성'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아성이던 몬태나주에서도 민주당의 존 테스터 후보가 공화당의 콘래드 번스 후보를 47% 대 40%로 크게 앞서고 있고, 또다른 공화당 아성인 버지니아주 역시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전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의 짐 웹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앨런 후보를 49% 대 45%로 앞서는 등 공화당 아성 지역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오하이오 주에서도 그동안 2-5%를 앞섰던 민주당의 브라운 후보가 지난 15일 <퀴니팩> 조사에서는 53%로 41% 지지에 그친 공화당의 세로드 후보를 무려 12%포인트를 앞서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공화당 쇠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화당을 당황케 하고 있다.
하원-주지사도 민주당 우세
하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확실지역 각각 1백91개와 1백87개 지역구로,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세지역에선 민주당 19개와 공화당 22개로 나타나 공화당이 약간 우위를 보였다. 이밖에 16개 지역구에서 박빙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으나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8일(현지시간)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공화당 주도 하원에 지지를 보내는 응답자는 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994년 이후 14년래 최저 수치이다. 반면 지지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7%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는 37%가 그럴 것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52%가 투표할 것이라고 답해 민주당 압승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한 달 전 조사 때 차이가 9%포인트였던 것에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5개 주, 공화당이 19개 주에서 앞서고 있으며 6개 주에서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등 민주당 우세로 나타났다. 확실한 지역은 민주당이 14개주, 공화당이 13개주로 분류됐다.
울프스탈이 분석한 '공화당의 5대 악재'
존 울프스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19일 익명을 요구한 국내 국제문제전문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미국 공화당이 고전하는 5가지 요인을 다음과 같이 꼽으며 공화당의 패배를 예상했다고 이 관계자가 19일 본지에 전해왔다.
첫번째, 부시의 이라크 전쟁 실패에 따른 미군사망자 급증. 두번째, 마크 폴리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청소년 동성애 스캔들. 세번째, 커트 웰던 공화당 의원의 로비스트트 딸 부당지원 스캔들. 네번째, 가스-휘발유 인상에 따른 내수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서민과 히스테닉의 반(反)부시 기류 급속 확산. 다섯번째, 북한 핵실험과 이란의 핵개발 추진
미국의 김동석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소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 중간선거와 이번 중간선거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며 민주당의 승리를 내다봤다.
"전통적으로 ‘중간선거’는 항상 여당이 불리했다. 이는 집권 2년의 중간평가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중간선거는 9.11 발발 다음해라라는 특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당 프리미엄이 생겼고 그 결과 부시의 공화당 권력은 하원 2백28 대 2백7로 하원은 차이를 더 벌였고, 상원 역시 51대 49로 공화당이 다수당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 2004년 대선전에서 민주당은 패했고 공화당은 완벽한 무소불위 권력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2006 중간선거는 지난 2년의 평가가 아니고 지난 6년의 평가인 셈이다. 외교나 안보 이슈 뿐만 아니라 이민문제나 사회복지. 교육 등 생활이슈도 전면에 나올 것이다. 캠페인전문가들이 부리는 재주가 아니고 현실을 직시한 냉정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앞선다면 전체적으로 미국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다."
선거인 25% 부동층, 역대최대 규모
이처럼 민주당의 대승이 예상되나, 앞으로 3주 남은 기간동안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이번 선거에 '부동층' 숫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해리스인터액티브>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가 아직 지지하는 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동층 비율은 지난 10여년간의 평균치 12%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당초 공화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아직까지 민주당으로 확실히 돌아서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때문에 <로이터통신>은 18일 "중간선거 때마다 선거전을 뒤흔드는 극적인 뉴스가 추세를 결정하는 등 항상 나타났던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이번에도 나타날 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투표 직전에 외교 위기나 테러 발발, 새로운 정치 스캔들 같은 막판 깜짝변수가 나타날 경우 선거전 쟁점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월 서프라이즈' 양대 변수는 이란과 빈라덴
선거조사기관인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존 조그비 대표는 “선거의 역학을 순식간에 뒤바꿀 ‘10월 서프라이즈’가 일어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고 본다”며 “‘돌출변수는 세계가 어떻게 불안정한가’라를 생각하면 알 수 같은 그런 종류가 될 것”이라고 말해 돌출변수가 발생한다면 해외변수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선거사에서 ‘10월 서프라이즈’는 여러 번 선거판도를 바꿨다. 1980년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란에서 인질이 됐던 미 대사관원의 구출 작전실패가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고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선거 직전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가 방영이 빈 라덴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부시의 재선을 돕는 ‘10월 서프라이즈’ 역할을 했다.
물론 의회 선거에서는 대통령 선거만큼 '10월 서프라이즈'가 자주 나타나지는 않았다. 미국 내 50개주의 각 지역에서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는 하나의 이벤트나 사건이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선거운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척 슈머 상원의원(뉴욕주)은 “우리는 ‘10월 서프라이즈’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막판에 일어날 비상 사태에 대비해 선거운동자금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대선때 민주당 후보 선두주자였던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은 “부시 정권이 중간선거 전에 시점을 택해 이란에 선제 공격을 통한 전쟁을 하더라도 전혀 놀랄만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이란 공격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가장 확실하게 10월 서프라이즈가 될 것 같은 현안’을 조사한 결과, '미국의 이란 선제공격'과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혹은 사망'이라는 가장 유력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공화당 권력이 모종의 '10월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낼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