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과 '보수' 이상돈의 차이
김대중 "MB-박근혜 분당 막아야" vs 이상돈 "MB와 결별해야"
김대중 고문의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손을 잡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이고, 이상돈 교수는 박 전 대표 및 보수가 살 길은 이 대통령과의 결별이라는 것. 보수진영의 양극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상이한 해법은 보수진영은 물론 친박진영 내에조차 존재하는 두 시각을 드러낸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조선> 김대중 "친이는 '김문수 대안론'을 외치나..."
김대중 고문은 이날자 <조선일보>에 쓴 칼럼 <한나라당 '분열' 감상법>을 통해 현재 한나라당의 내홍이 분당(分黨)수준임을 지적한 뒤, 우선 친이계에 대해 "여러 MB측근과 친이계 의원들은 6·2선거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그들의 차기 대선 후보로 삼을 뜻을 간접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들의 정치생명은 그것으로 끝일 뿐 아니라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로 가는 길'은 온갖 수단으로 막으려 할 것"이라며 친이계 박근혜 대항마로 김문수 지사를 내세우려 하고 있음을 전했다.
김 고문은 친박계에 대해선 "그러나 어떤 정치 상황 속에서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 경쟁에서 물러설 기미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자신에게 전국적 지지가 있고 여러 인기도 조사에서 수년간 막강한 차기 후보로 인정받고 있는 터에 '물러가는 MB'에게 덜미를 잡힐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만이 한나라당을 구하고 우파의 수호자가 될 것임을 자임하고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결국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친이·친박 싸움은 차기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죽고 사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선에서도 그렇고 경선불참 또는 경선불복, 더 나아가 분당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분당을 예견했다.
그는 "그래서 6·2선거 이후 보수·우파 진영에는 '정권재창출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우려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최근 친이계 질타를 거론한 뒤, "아마도 그래서 여권 내에서 요즘 '김문수 대안론(代案論)'에 맞서 '박근혜 총리론(論)'이 새삼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며 보수원로 등을 중심으로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대선주자들이 한나라당 울타리를 뛰쳐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승패를 가리고 승복하도록 관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그에게는 자기를 지지했고 지원했던 보수·우파 세력을 위해서라기보다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2010년대 '중간 허리'를 이끌어갈 차기 정권을 만들어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분당을 막기 위해 박 전 대표와 적극적 관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상돈 "박근혜가 MB와 손잡으면 보수 공멸할 것"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 <레이건이 닉슨과 손을 잡았다면>이라는 제목의 동일한 주제를 다룬 글을 올렸다.
이상돈 교수는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이따금 나오곤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와 협력해야만 ‘보수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김대중 고문 류의 주장을 거론한 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웃고 만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조직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로 게임의 양상은 마피아 패밀리간의 사생결단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한나라당을 과연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고 친이계 권력투쟁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정권을 재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물러가는 정권이 비리와 무능, 독선과 아집, 그리고 스캔들로 얼룩져 있다면 집권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렵다. 이명박 정권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보수 연합’을 외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보수 연합’이 아니라 ‘공멸(共滅) 연합’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정권 재창출을 희망한다면 닉슨과 레이건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1974년 닉슨의 워터게이트로 궤멸위기에 몰렸던 공화당이 1980년 레이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관련, "카터의 실패가 레이건의 당선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레이건이 당선된 데는 그가 새로운 슬로건과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닉슨의 공화당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건은 워터게이트와 닉슨 정권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닉슨의 정치 스타일과 정책을 비판했었다"며 "그런 레이건이 없었더라면 공화당은 워터게이트의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은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 정권의 말기를 연상케 한다"며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정상화, 환경정책 수립 등 그래도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이명박 정권은 ‘하천파괴’라는 후유증이나 남길 판국"이라며 MB정권을 융단폭격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한테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고 정권을 재창출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레이건에게 닉슨과 손잡고 워터게이트의 책임을 승계하라고 주문하는 형상"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MB와의 결별 플러스 알파’라고 할 것이다. MB 정권은 이미 ‘실패한 정권’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은 야권으로 가는 것이 순리이지만, 박 전 대표가 MB와 거리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살길은 이 대통령과의 결별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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