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에 단단히 화가 났다. 이 당선인은 18일 "각 분과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발표를 하는 게 좋겠다"고 '대북정책' '노사정책' 등 핵심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인수위를 질타했다.
"발표뒤 재검토-취소하면 인수위 이미지 나빠져"
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전날의 인수위 해프닝을 지적한 뒤, "발표를 한 후 재검토, 취소가 되면 인수위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며 "'너무 과욕 아닌가' '너무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란 오해를 할 수 있다"고 꾸짖었다.
그는 "물론 아이디어는 많이 내야 한다"며 "그러나 그것을 최종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되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점도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거듭 질책했다.
"정책, 현장 가서 만들라" 질타
이 당선인은 또한 "인수위가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것(기업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이 있으면 현장에서 확인을 하고 고쳐야겠구나 하고 만들어야지, 여기 앉아서 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민생과 관련된 것은 가서 보는 것이 좋다. 언론을 의식해 한건 해 발표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며 '한건주의'식 발표를 질책한 뒤, "차분히 민생과 관련된, 기업하기 좋은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을 갖는게 좋겠다"고 거듭 현장중심으로 뛸 것을 지시했다.
그는 구체적 사례로 지난해 대불공단 방문 경험을 밝히며 "원래 첨단기업을 들어오게 하려고 했는데, 안 들어오고 조선경기가 좋으니까 대기업에서 블록을 만들어 싣고 가고 있다"며 "그런데 그 앞에 교량이 하나 있는데 승용차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 블록 싣고 다닐 수가 없다. 거기 폴 하나만 옮겨주면 되는데 그것도 몇 달이 되었는데도 안 된다고 하더라. 아마 지금도 안돼 있을 것이다. 제가 지방시찰 때 한 번 들러보려고 한다. 아마 오늘 이 말을 제가 했기 때문에 제가 언제 도착하는지 스케줄 보고 해 놓을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로 해선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까 책임자가 현장을 가야 한다"고 거듭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18일 인수위의 잇따른 한건주의식 행태에 격노했다. ⓒ연합뉴스 "주별 계획까지 세워라"
그는 또 "투자환경이 바뀔 것이란 뉴스가 나가 온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타임 스케줄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며 "타임 스케줄을 금년 상반기, 하반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 매달 계획을 세워야 하고, 월별계획 중에도 매주, 주별계획에서도 무슨 요일까지 가는 게 디지털 시대에 맞는 것"이라며 구체적 타임스케줄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규제개혁에 대해 "구체적, 세부적으로 짜 놓은 게 좋겠다"며 "예측가능하게 해줘야 기업들이 그에 맞춰 공장을 확대할 지 등 투자계획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 "관료들 아직 CEO 스타일 몰라"
이 당선인의 격노와 관련, 이 당선인과 같은 CEO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인수위가 관료들 중심으로 꾸려진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며 이 당선인의 분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무원들이 만든 보고서를 보면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언제 할 것인지 등이 불분명한 애매한 표현들로 가득차 있다"며 "일종의 보신주의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에 기업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한다, 안한다가 명쾌하며 하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세밀하게 잡혀 있다"며 "인수위가 관료들에게 의존해 정책등을 만들다 보니 이 당선인을 화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