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0년대 중반 이후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계속 시도해온 가운데 최근 북핵문제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기구 가입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가입하더라도 실제 자금 지원을 받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다.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한반도 경제문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순항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장애물 중 하나는 제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북한 핵문제가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문제 진전은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 과정에 필수 요건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혀,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 정도가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의사를 밝히고, 2000년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을 신청하는 등 꾸준히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추진해왔다.
또 호미 카라스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 국장은 "국제금융기구에서 미국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건 사실이지만 회원 가입을 위해선 미국의 승인 외에도 각종 경제 관련 통계 공개 등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위해선 국제적 규범에 따를 것을 약속해야 한다"며 "이건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가입을 막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북한이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국제금융기구는 지원될 자금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당 국가가 부패방지 대책 등을 취할 것을 이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에서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 공산권 국가들에 대한 개발 지원을 담당했던 카라스 박사는 "국제금융기구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북한이 돈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리게 된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은행은 1980년대 말 국가 경제 정책 수립을 돕는 것으로 베트남에 대한 개발 지원을 시작했다. 농업, 운송체계, 에너지 등 각 분야별로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이 연구과정에만 몇 년이 필요했다. 이런 오랜 과정을 거쳐서 세계은행은 도로건설, 농업에 필수적인 관계시설 개보수 등 베트남의 사회기반시설 건립에 참여했다"고 실제 북한에 대한 지원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은행은 이 과정에서 과연 지원된 자금이 당초 목표대로 사용되는지, 베트남 정부가 독자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면밀히 관찰했다"며 "이 때문에 베트남의 경우 세계은행이 개입해 기술 지원부터 시작해 빈곤퇴치 차관 형태의 정부 예산을 직접 지원받기까지는 무려 15년이나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기 이전이라도 부패방지와 경제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세계은행의 기술지원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