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김홍업씨가 차가운 여론의 눈총에도 4.25 전남 무안-신안 재보선 출마를 강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대통합'을 명분으로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 범여권의 도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홍업 출마 결심, 주소지 신안으로 옮기고 목포행
12일 민주당과 동교동에 따르면, 김홍업씨는 한화갑 전 민주당대표가 불법선거자금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해 4월25일 재보선에 치러지는 전남 무안-신안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금명간 주소지를 무안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울러 김씨는 이날 아버지 텃밭인 목포를 찾기로 해, 사실상 아버지 후광을 업고 재보선 선거운동에 돌입한 분위기다.
열린우리당도 김씨 출마를 쌍수 들어 환영하고 나섰다. 장영달 열린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김씨 출마와 관련, "대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기에 환영한다"며 열린당은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원내대표는 나머지 두 재보선 선거구에도 역시 '대통합'을 명분으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후보를 내봤자 또다시 패배할 게 뻔하자, 대통합을 빌미로 아예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속셈인 셈이다.
김씨와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행보는 범국민적 비난여론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권노갑-한화갑-설훈 등 동교동계 및 열린우리당의 전폭적 지원사격에 힘입어 김씨가 출마를 결심한 뒤 본격적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끝내 전남 신안-무안 재보선 출마를 결심한 김홍업씨. ⓒ연합뉴스
DJ 재차 '범여권 통합' 주장
한편 김대중 전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대선후보중 한명인 한명숙 전 총리의 예방을 받고 '범여권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한 전총리 예방을 받은 3시간 동안 오찬까지 함께 하며 “우리 국민은 1950년대부터 양당체제를 지지했다. 흩어진 힘을 한 데 모으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지금 범여권이 많이 흩어져 있는데 선거가 있어 중요한 시기”라고 범여권 통합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한 전총리는 “힘을 모으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탈당파들 "이게 아닌데..."
김씨가 사실상 출마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민생정치모임 등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은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민생정치모임의 한 의원은 "김홍업씨가 출마하기로 했다는 건 사실상 김 전대통령 재가가 났다는 얘기가 아니겠냐"며 "김 전대통령이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범여권 통합을 위해 김씨가 출마한다는 주장은 소가 웃을 얘기"라며 "김홍업씨를 정말로 의원로 만들고 싶으면 차기 총선때 범여권이 공천을 주도록 해도 될 일인데 왜 이처럼 민감한 시점에 김씨를 재보선에 내보내려 하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탄식했다.
김홍업씨 출마 강행으로 범여권을 물론, 김 전대통령 도덕성까지 본격적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