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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 없으면 표 다 잃는다"

<인터뷰> 인명진 "검증? 김대중 칼럼이 정답. 다 털고가야 해"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작심한듯 역사인식 및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인 윤리위원장은 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인혁당 무죄 판결, 유신판사 실명공개 등을 자신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상대방이 공격하면 의도적이든지 아니든지 박 전대표는 비켜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짊어질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이고, 삶의 짐"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만 차지하면 안 된다. 과(過)에 대해서도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되려고 나선 분이기 때문에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건 이명박, 손학규, 정동영, 원희룡 다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이들을 놓고 골라야 한다. 국민들이 고를 때 기준 중 하나가 역사의식 아니겠나. 장관 청문회를 할 때도 과거 역사에 대한 견해를 묻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데 과거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히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해공원' 논란과 관련, "전두환에게 피해를 본 사람 중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며 "눈치 보면서 그러면 결국 표 다 잃는다. 할 얘기는 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도 국민들이 난리치기 전에 먼저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고 당의 미온적 대처를 질타했다.

그는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대선후보들에겐 민감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설사 대통령이 안 되는 한이 있어도 소신껏 얘기하고 판단을 받겠다는 자세가 좋을 것 같다.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무슨 일만 있으면 색깔론이 나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질병"이라며 "당원이라면 경선에 나올 자유가 있는데 무슨 권리로 그걸 막는가. 당원들이 결정할 일인데 자기 이념과 맞지 않는다고 나오지 말라는 것은 정치도의상 옳지 않다"고 김용갑 의원을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간 갈등을 빚고 있는 '후보검증' 논란에 대해 "당내에선 정책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김대중 칼럼이 바로 정답이다. 지금 다 털고 가야 한다. 상처가 나더라도 그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가서 상처가 아문다"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최근 칼럼을 통해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주문했었다.

그는 "마지막엔 개인적 문제, 사생활 등이 다 나온다. 이회창 때 경험하지 않았나. 병역문제, 또 루머였지만 땅 문제 이런 것 다 나오지 않았나. 사건이 밝혀지기도 전에 선거 끝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뒤, "아무리 지금 여당이 지리멸렬해도 대선은 2~5% 차이로 결판난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조그만 것이다. 정책은 사실, 대한민국에 대단한 정책이 뭐가 있나. 다 마찬가지다. 낱낱이 털어내는 검증을 거친 후 본선에 나가야 어떤 공격이 있어도 이길 수 있다"고 거듭 철저한 도덕성 검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검증을 위해 만들어진 당내 경선준비위원회에 대해 "거기에서 검증까지 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 평가를 한 뒤, "외부인사로 검증위원회가 경선준비위와는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대선후보들이 각종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영섭 기자


다음은 2일 구로구 갈릴리교회에서 가진 인터뷰 전문.

"개혁 기대했던 수요모임, 줄 서는 모습에 실망"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윤리위원장을 맡은지 1백여 일의 시간이 흘렀다. 안에서 경험한 한나라당의 모습은 어떤가.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하 인명진) 어느 날은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날은 괜히 갔다는 생각을 하고, 어떨 때는 희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도 어떨 때는 절망이다. 또 어떤 때는 보람이 있고 어떤 때는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밖에서는 목회나 시민운동을 했는데 말로만 듣던 정치세계에 들어오니 우리가 보통 생각하고 경험하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란 걸 절감했다. 세상의 다른 데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따라 정치문화도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예전 문화가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과거 공화당에서부터 내려오는 전력이 있는데 실제적, 정신적으로 의식이 아직도 그곳에 있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한나라당이 밖에서 보는 것 만큼 수구는 아니다. 생각 있고, 개혁적이고, 시대정신과 역사의식 등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 생각할 때는 '이런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다음 세대를 이어받을 사람이다', '이들이 주도할 때가 되면 훨씬 달라질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보수도 품위가 있는 보수가 있다. 철학, 정책이 고상하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이건 좌파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도 그렇다. 우파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품위가 있는 우파가 돼야 하는데 과거 정치에 그런 것이 있었나. 그런 과거의 유산을 받은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서 그런 것이 단절되고, 내부에서 개혁의 몸부림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너무 쉽게 굴복하고 배운다. 새정치수요모임은 굉장히 기대했던 모임인데 대선이 가까워지니까 뿔뿔이 흩어져서 자기들이 주장하던 이념과 정책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가서 줄을 선다. 이런 모습은 그들에게 희망을 걸던 사람들에게 굉장히 실망을 주는 일이다.

뷰스 처음 윤리위원장직을 수락할 때 "좌파정권 교체를 위해 직접 정치권이란 호랑이굴로 들어가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해지는데... 현 정부의 성격을 '좌파'로 규정하는지, 또 한나라당을 바람직한 대안세력으로 생각하는가.

인명진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이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보지 않는다. 좌파도 우파와 마찬가지로 이념과 품위가 있다. 내가 현 정부를 좌파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품위가 없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좌파적 정책을 펴다가도 어떨 때는 정반대의 이념을 추구하니까 좌파라는 이념 집단이 아니라 얼치기라는 것이다. 좌파라면 우리 사회가 한번쯤은 거쳐야 할 이념체계와 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핵문제의 경우, 어느 좌파가 핵을 용인하나. 인권도 그렇다. 좌파의 핵심정책이 인권이다. 북한의 인권과 핵문제 등을 보면 이건 좌파정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권이 아니다. 다만 준비가 안된 얼치기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본다.

내가 당 윤리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우선 열린우리당을 보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고생하는데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옛날엔 가난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희망이 사라졌다. 또한 그 때는 모든 사람이 다 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분열하고 희망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북문제도 평화공존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그런데 북한으로 하여금 평화공존보다 핵을 개발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미국 핑계를 댄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미국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펼 수 있나. 그런 점에서 절망이다.

그러면 야당이라도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여당은 해체하려고 하는데, 대안세력이 없지 않나. 우리 국민이 불쌍하다. 그래도 대안은 한나라당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나라당도 희망을 주지 못한다. 이런 당을 고쳐서 쓸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현재의 한나라당 모습으로는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 정권을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을 잡은 후 어떻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모든 유권자들이 하는 말이다. 그들은 조건부 지지를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유동층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바꿔서 정권을 잡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도 유신시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 많아"

뷰스 당내 골수 한나라당 당원들 사이에선 인명진 목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데. '전과자 출신의...' '좌파 목사' 등의 심한 말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인명진 나 때문에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걸 피부로 느낀다. 의원들도 그렇게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과 그런 생각들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당에는 잘 안 가려고 한다.

게시판에 댓글을 보면 심각한 말이 많다. 내가 감옥에 갔다 온 것과 도시산업선교회에서 기업을 도산시킨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그게 다 과거 군사정부가 나에게 덮어씌웠던 일종의 덧씌우기다. 내가 유신에 반대하다가 전과자가 됐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나. 내가 당시 성경을 읽고 긴급조치로 감옥에 들어가기도 했다. 성경구절을 문제삼아 긴급조치 위반이 된 것이다. 그런데 유신시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내가 전과자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 보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유신시대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대로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당원들 뿐 아니라 의원들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 생각이 바뀌겠나. 내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강재섭 대표가 '왜 저런 사람을 데리고 왔냐'는 말을 들으면서 곤욕을 치르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공천이나 얻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틈에 들어가 이런 곤욕을 치르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한나라당을 도우러 온 것이지만 사실 이건 나라를 위한 것이다. 많은 사람의 고생이 덜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 있다. 그런 생각 갖고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내가 몽니 부릴 생각은 없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더 이상 머물러선 안되겠다, 또 국민들도 더 이상 머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당에서 나온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주저없이 나올 생각이다. 당이 눈가림을 위해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없이 결심할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대선주자들,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해야"

뷰스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박근혜 전 대표가 인혁당 무죄 판결사건이나 유신판사 실명공개 등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했고, 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했다. 박 전대표가 어떤 식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보는가.

인명진 박근혜 대표 입장에서는 정치공세로 보일 것이다. 한풀이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유신판사 명단이나 공개하는 걸 갖고 한풀이라고 하면 안 된다. 우리가 독재정권 때 받은 탄압, 고통, 그게 명단 공개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게 말로 간단하게 한풀이가 되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박 전대표 입장에선 공격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유신이 끝난 지가 언젠데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러느냐,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나라고 해도 그런 호재가 있다면 왜 공격을 안 하겠나. 박 전대표가 상대를 천사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 꺼리가 없어서 공격을 못하는데 왜 상대가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나. 당연히 예상했어야 한다. 또 공격하는 걸 나무랄 것도 없다. 상대방이 공격하면 의도적이든지 아니든지 박 전대표는 비켜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짊어질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이고, 삶의 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후광만 차지하면 안 된다. 과(過)에 대해서도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없이 생각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되려고 나선 분이기 때문에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이명박, 손학규, 정동영, 원희룡 다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이들을 놓고 골라야 한다. 국민들이 고를 때 기준 중 하나가 역사의식 아니겠나. 과거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일어난 다른 문제도 얘기할 수 있다. 장관 청문회 할 때도 과거 역사에 대한 견해를 묻지 않나. 그런데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데 과거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히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 나라를 책임 지려는 사람에겐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답을 안 할 수도 있지만 그 판단도 국민이 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맡으려는 사람에게 사과하라, 말라고 얘기할 것도 없다. 나는 박 전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하고 그 생각에 대해 국민들에게 판단을 받아야 한다. 사과를 하든 안 하든 그건 박 전대표의 판단이고 역사의식이다. 그게 정치인이다. 누가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다. 본인의 역사의식 속에서 대답이 나와야 하고 그것이 국민이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것이다.

난 박근혜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 이명박 전 시장도 개인적 친분관계는 없다. 10여 년 전 만나본 것 같다. 손학규 전 지사는 옛날에는 가까웠는데 손 전지사가 신한국당에 들어간 후 만난 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개인적 감정은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시켜 이렇게 대답하라고 할 생각은 없고, 다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과거 역사에 대한 입장을 말하라는 것이다. 얘기를 안 하는 것도 국민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인명진 위원장은 검증논란과 관련, 정책검증 뿐 아니라 도덕성 검증 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섭 기자


"일해공원 문제, (피해자의)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야"

뷰스 일해공원에 대한 입장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데...이 사태를 어떻게 파악하나.

인명진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에겐 민감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설사 대통령이 안 되는 한이 있어도 소신껏 얘기하고 판단을 받겠다는 자세가 좋을 것 같다.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물론 합천군이 한나라당 것은 아니다. 또 한나라당이 나서서 이름을 짓는 것도 아니다. 합천군민들이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군민이 결정하는 걸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다만 군수가 한나라당 소속이고 의회 의원들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들은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중앙당에서 국민적 여론을 크게 보고 역사를 봐야 한다. 전두환에게 피해 본 사람 중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정보부에 붙잡혀 두 달동안 고문 받았다. 아직도 그 때의 고문 때문에 내 몸에 이상이 있다. 육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픔을 지니고 산다. 또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우리는 용서하더라도 그 쪽(가해자측)에선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나도 잊고 살았는데 일해공원 때문에 생각이 났다. 원희룡 의원이 전두환 세배 간 것도 그렇다. 그 때도 굉장히 화가 났다.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때다.

그런 행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상처가 덧나는지를 고려해서 당에서 결정되기 전에 권고를 했어야 하지 않나. 저렇게 국민들이 난리치기 전에 당에서 먼저 입장을 발표했어야 하지 않나. 눈치 보면서 그러면 결국 표 다 잃는다. 할 얘기는 해야 한다. 중앙당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하고 자문, 지도할 수 있지 않나. 이걸 했어야 하는데 당이 서투르게 대처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색깔론 나오는 게 한나라당 고질병. 왜 경선 참여 막나"

뷰스 당내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이른바 개혁성향의 의원 솎아내기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명진 무슨 일만 있으면 색깔론이 나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질병이다.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지만 어떻게 일사불란할 수 있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체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많은 사람의 이념을 아우를 수 있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다른게 뭐가 있나. 차이가 별로 없다. 보수적으로는 김용갑 의원이 맨 우측에 서 있고, 고진화 의원은 좌측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두 사람 다 당의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용갑 의원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도왔고, 고진화 의원도 개헌과 관련, TV 출연금지에도 불구하고 TV 출연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양쪽이 서로 한발짝만 가면 떨어질 수 있다. 두 세력이 붙으면 집안이 시끄러워진다. 이 사람들이 서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정체성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당이 건전해질 수 있다. 당 안에서도 왼팔과 오른팔이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은 따지고 보면 우측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금기를, 정치도의를 넘어섰다. 왜 경선에 나오지 말라는 것인가. 무슨 권리로 그러나.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나오라는 충고라면 이해한다. 고진화, 원희룡 의원에 대해 우리가 모르나. 다들 의정활동 몇년씩 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보인 행태가 있다. 그걸 보고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다. 누가 막나. 당원이라면 경선에 나올 자유가 있는 것인데 왜 그런 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당을 해칠 일을 하나. 물론 정책토론은 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나오지 말라는 것은 정치도의상 옳지 않다. 고진화, 원희룡 의원이 옳다는 게 아니다. 그건 당원이 결정할 것이다. 누가 자격이 있다 없다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병이 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잃게 하는 이런 일이야 말로 바람직하지 않고 있어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

뷰스 윤리위원회 차원의 조사, 징계에 착수할 계획인가.

인명진 윤리위에서 관여해야 한다면 해야겠지만 지금은 초기 단계니까 조금 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 의원들 일에 사사건건 다 간섭하면 피곤해서 되겠나. 매번 잘못할 때마다 회초리를 들면 집안 분위기가 되겠나.

뷰스 이와 관련, 원희룡-고진화 의원은 경선후보 사퇴 요구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인명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할 일이다. 저는 법은 잘 모른다. 그러나 어린애 장난이라는 말을 하면 어떡하나. 이건 인격적 모독이다. 감정을 건드리는 말 아닌가. 품위 있게 말해야지. 독선이다. 그 사람들(원희룡-고진화)이 40대다. 김영삼, 김대중, 케네디, 박정희, 블레어 다 40대에 나라를 맡았다. 얼마나 굴욕적이겠나. 그런 감정적 얘기를 막 하면 안 된다.

뷰스 용인시장, 경기도의회 등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진상을 조사해 보겠다고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인명진 용인시장 문제는 조사를 해 봤다. 조선일보의 색연필이란 코너에서 보도를 했는데 조선일보 인턴기자들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기사를 쓴 사람은 전해 듣고 쓴 거라고 전해 들었다. 사실 내용도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연단에서 끌어내린 것도 아니라고 한다. 좋은 분위기에서 했다고 한다. 술을 한 두 잔 마신 건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관장님이 술 마신 걸 아는 상태에서 한 말씀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내용 자체도 말 실수한 것은 아니다. 단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갔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중에 폐회할 때 악수도 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경기도당과 중앙당을 통해 조사했고, 김윤식 전 의원과도 통화를 했다. 또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박영숙 열린우리당 시의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그냥 종결했다.

경기도의회 건은 아직 확실한 보고를 못 받았다. 그런데 의장이 직접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아침에 신문을 보면서 매일 긴장한다. 지방의회를 다 한나라당이 장악했으니 걱정이 안되겠나.

"검증? 김대중 칼럼이 정답. 외부인사로 검증위 구성해 다 털고가야"

뷰스 당내 경선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후보 검증과 관련, 준비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윤리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인 목사는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

인명진 경선준비위원회라고 한다. 3월 10일까지 큰 틀을 만든다고 한다. 거기에서 검증까지 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검증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의견이 나올텐데 내가 바라는 건 검증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경선준비위와는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 당내 인사는 검증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저런 사람들이 검증하는 것이라면 믿을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사람들로 검증했으면 좋겠다. 그냥 중구난방으로 하면 굉장히 큰 혼란이 있을 것이다.

뷰스 한풀 꺾인 기세지만 후보들간 검증논란이 한창 일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더 싸워야 된다며 도덕성 검증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검증에 대한 인 목사의 입장은?

인명진 나는 검증에 대해 당내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당내에선 정책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김대중 칼럼이 바로 정답이다. 지금 다 털고 가야 한다. 상처가 나더라도 그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가서 상처가 아문다. 마지막엔 개인적 문제, 사생활 등이 다 나온다. 이회창 때 경험하지 않았나. 병역문제, 또 루머였지만 땅 문제 이런 것 다 나오지 않았나. 사건이 밝혀지기도 전에 선거 끝나지 않았나. 아무리 지금 여당이 지리멸렬해도 대선은 2~5% 차이로 결판난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조그만 것이다. 정책은 사실, 대한민국에 대단한 정책이 뭐가 있나. 다 마찬가지다. 낱낱이 털어내는 검증을 거친 후 본선에 나가야 어떤 공격이 있어도 이길 수 있다.

뷰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 현재 한나라당의 문제점과 이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말해달라.

인명진 현재의 지지율은 허수라고 본다.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서도 나왔다 .여차하면 옮기겠다는 사람이 30%다. 현재의 큰 덫이다. 차라리 지지율 낮은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이제 떨어질 일만 남지 않았나. 지지율이 낮으면 국민에게 더 다가가야겠구나하면서 겸손해질 텐데 지금은 내가 무슨 얘길 해도 그래도 지지율이 50%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농담으로 현재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개혁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공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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